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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우잠바라 오렌지 바분 유체 "렌지" 사육 일기 2019

by 라소리Rassori 2020.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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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을 못 보시는 분들은 부디 패스해주세요.


오늘은 저의 타란툴라 오렌지 바분 유체인 렌지의 얘기입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오렌지의 렌지를 똑 따낸 이름입니다. 저의 절지동물 중에서 제 블로그에 가장 안 나왔던 녀석이죠.


타란툴라는 조그만 유체 시절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꼭꼭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다 오렌지 바분이란 종은 워낙 겁이 많고 경계심이 심한 종이랍니다. 렌지 역시 겁이 많아서 항상 꼭꼭 숨어있다 보니 제가 맨날 보는 것은 흙 뿐이라 별로 쓸 얘기가 없었어요. (사실 쥐미 얘기에 뒤로 밀린 이유가 가장 큽니다.)

우잠바라 오렌지 바분에 대해 잠시 얘기하자면, 종명 앞에 붙는 우잠바라(어셈바라)는 탄자니아의 우잠바라 산맥을 말합니다. 거기서 이 종이 가장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해요. 영명은 Usambara orange baboon, 학명은 Pterinochilus murinus입니다. 해외에서는 오렌지 바분 타란툴라를 줄여서 OBT라고 많이 불러요.

성질은 간단히 말해서 사납고 더러워요. 안 그래도 빠른 타란툴라 중에서도 특히나 빠르고, 독이 강한 편이라 물리면 다른 타란툴라에 물리는 것보다 많이 아프답니다. 핸들링은 당연히 금지입니다. (그래도 하는 사람들이 꼭 있지만)

가격이 싸서인지(유체 가격이 평균 4-5천원 정도?) 한국에서는 입문 타란툴라로 많이 권하는데 해외 타란툴라 전문 사이트를 보면 초보에게는 절대 권하지 않는 종이라 하더군요. 


아래는 화가 난 성체의 모습입니다.

이 사람은 이미 이 영상을 찍었지만 괜히 동물을 이렇게 화나게 할 필요는 없겠죠. 다른 동물들처럼 타란툴라 역시 스트레스에 약하답니다. 일단 독니가 번쩍이는 위협 포즈는 멋지긴 한데 영상을 찍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건 No no~



오렌지 바분의 성체 크기는 암컷은 많이 크면 15cm, 수컷은 10cm 정도입니다. 수명은 암컷이 12-15년, 수컷이 3-4년입니다. (렌지는 아직 너무 작아서 성별을 몰라요.)

온도는 섭씨 23-28도 사이가 적당하고, 습도는 높은 걸 좋아합니다. 땅을 잘 파기 때문에 바닥재는 두껍게 깔아주는 게 좋아요. 

타란툴라는 올드월드(동반구 출신)와 뉴월드(서반구 출신)로 나뉘는데 오렌지 바분은 올드월드예요. 보통 올드월드 타란툴라가 더 사납고 빠르고 독도 더 강하답니다. 뉴월드는 좀 더 순하고 느린 대신(다 그런 건 아님) 털 날리기 공격을 합니다.

참고로 저희 그린보틀블루 리니는 뉴월드종,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카엥이는 올드월드종에 속해요.

제가 지금껏 경험한 렌지는 솔직히 사나운 건 잘 모르겠어요. 나중엔 어떨지 몰라도 지금까지는 그냥 겁많고, 착하고, 엄청 빠르고, 먹성 좋고, 약간 멍청한 아이로 크고 있답니다.


오늘은 그런 렌지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렌지의 얼굴은 다음편에서 보실 수 있어요. 마지막에 링크해두었습니다.)

2019년 12월 13일

거미줄을 화려하게 치는 리니, 건축에 뛰어난 카엥이, 그리고 대충 아무렇게나 해놓고 사는 렌지입니다. 항상 보면 다른 둘에 비해 집을 깔끔하게 만들지는 못해요.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답니다. 은신처 앞에 대문도 있고, 뒤쪽엔 비상구도 있어요. 집에서 나오는 순간 사망인 줄 아는 겁쟁이고요.


12월 17일

밥은 이렇게 반 죽인 귀뚜라미를 대문 앞에 붙여둡니다.

제가 폰을 들고 있을 땐 절대로 안 나오고, 뚜껑을 닫고 티슈로 사육통을 덮어서 어둡게 해주는 순간 번개같이 손을 뻗어 먹이를 가져갑니다. 피딩은 처음에 잘 몰라서 3일에 한 번 했는데 지금껏 관찰한 바로는 5-6일에 한 번이 적당한 듯합니다. 3일에 한 번 주고 싶다면 먹이양을 줄여주세요.


어느 순간 먹이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가만 보니 은신처 왼쪽에 예전에는 없던 또 하나의 출입구가 생겼습니다. 먹이를 가지고 간 구멍도 출입구이니 출입구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거네요. 렌지는 이렇게 뭔가 추상적인 건축을 좋아하더라구요.


12월 25일


집 뒤쪽 왼편에 예전에는 없던 통로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이미 뒤쪽 오른편에도 하나 있는데 또 만들었어요. 게다가 이번엔 그냥 구멍만 뽕 낸 게 아니라 은신처보다도 더 높이 지어놨습니다.



위에서 보면 구멍이 보입니다. 이쪽엔 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용도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그나저나 탈피기에 들어간 건지 한 2주 가까이 밥을 먹지 않아서 계속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도 이상한 건축 활동을 가끔씩이나마 해주어서 살아있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밥은 단식 2주가 채워지기 전에 다행히 먹었습니다.


2020년 1월 14일

집 왼쪽에 구멍을 또 만든건가 했는데 12월 17일에 만든 구멍을 살짝 옆으로 옮긴 거더군요. 손톱만한 은신처 사방으로 통로가 있네요. 어쨌든 이게 생긴 뒤로는 이 앞에 먹이를 두면 가져가서 먹었습니다.


후반 이야기 링크

너무 길어져서 두 개로 나누었습니다. 위 링크에서 새집으로 집을 갈아주는 과정탈피한 렌지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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