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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우잠바라 오렌지 바분 유체 "렌지" 사육 일기 - 탈피와 집갈이 20200117

by 라소리Rassori 2020.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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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을 못 보시는 분들은 부디 패스해주세요.

이전 포스팅의 후반 얘기입니다.

이전 포스팅 링크


1월 17일


오랜 단식 끝에 다시 밥을 먹는 것을 확인하고는 집을 갈아주기로 했어요. 2019년 11월 5일에 입양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저는 집을 갈아주기 전에 바닥재를 넓은 통에다 꺼내두고 며칠간 바짝 말려요. 제가 키우는 지네인 실이의 집 바닥재에 은신처를 얹어 뒀더니 은신처 아래 바닥재에 곰팡이가 생긴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마른 바닥재를 넣고 은신처를 얹은 뒤에 주위에 물을 뿌려 줍니다.

아래 사진의 화분 은신처는 지난번 카엥이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인두기로 바닥을 잘라낸 것입니다. 은신처와 새집 모두 다이소에서 산 리빙 박스 안에 들어 있는 모습이에요. 물그릇은 새집 안으로 미리 옮겨 두었구요.

이제 은신처를 새집에 넣고 렌지만 헌집에서 꺼내서 옮기면 집 갈아주기 완료입니다. 참 간단하죠? 😂


렌지야, 렌지야, 새집 줄게, 헌집 다오.


꼬꼬마가 열심히 만들어 둔 집을 뭉개는 건 아무리 엉성한 집이라 할지라도 매번 미안한 일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크기가 많이 커졌을테니 좀 더 큰 집으로 옮겨줄 수밖에 없어요.

타란툴라의 집을 갈아주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더군요. 두 달에 한 번쯤, 1년에 두 번쯤, 탈피 3-4번 한 뒤, 종마다 다르다 등등.

다들 자신만의 기준을 말하는 듯한데 확실한 건 "자주 갈아주는 건 좋지 않다"는 거예요. 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엄청나거든요.

제가 보기엔 한 2달 반에서 3달쯤 되었을 때, 탈피하고 나서 한 1주일 후쯤을 노려서 갈아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유체는 몸집도 자꾸 커지는데다가 은신처 안에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먹다 남아서 썩은 먹이가 있을 때가 있거든요. 


우선 긴 핀셋으로 은신처 끝을 조심스레 잡고 옮깁니다.

렌지는 이 안에서 달달 떨고 있을 거예요. 헌집에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많은 것이 함께 딸려 나오네요. 거미줄 때문에 다 연결되어 있는 거랍니다.


투척...

 


...하려다가 기왕 집 갈아주는 거 더러운 흙은 다 빼고 렌지만 옮기자 싶어서 살살 수술(?)에 들어갑니다. 렌지가 다치면 큰일이니 정말 조심해야 해요.


쫀쫀하게 짜인 거미줄이 드러났습니다. 이거 은근히 질겨서 잘 안 찢어져요.


렌지 탈출!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깜짝 놀랐어요.ㅋㅋ
렌지가 처음 택배로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네요.



우왓 너 정말 많이 컸다 렌지야! ㅋㅋㅋㅋㅋㅋ
정말 코딱지만했는데!



타란툴라의 집을 갈아줄 때
곁에 필수로 둬야 하는 캐치컵 등장!



쉽게 잡힐리는... 물론 없습니다.

왜 커다란 리빙박스 안에서 집을 갈아줬는지 아시겠죠? 여기서도 나갈 수 있으니 주위에 큰 가구 틈은 미리 다 막아둬야 합니다. 높은데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으니 푹신한 걸 깔아두고 바닥에서 해야 하구요.


그래도 이 정도면 카엥이에 비하면 참 순탄합니다. 착하게 잘 잡혀줬어요.


컵으로 잡다가 타란툴라 다리를 끊어먹거나 죽이는 일이 적지 않게 있으니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까짓것 좀 물리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타란툴라를 다루면 된답니다.😂

일단 컵에 가두었어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얼마든지 또 탈출할 수 있거든요.

컵을 살살 움직여서 컵 위로 우다다 뛰어올라오게 만드세요. 그런 뒤 천천히 새집에 넣어주면 됩니다.


이때는 컵을 탁탁 털어서 떨어뜨리면 안돼요. 타란툴라는 배가 약해서 별로 안 높은데서 떨어져도 배가 터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경우엔 꼬챙이로 살살 건드려서 아래로 내려가게 해야 합니다. 제가 들고 있는 플라스틱 통이라면 뒤에 구멍을 미리 내서 꼬챙이를 집어넣어도 좋겠죠.

다행히 렌지는 제가 꼬챙이를 통 겉에다 살짝 쳤더니 식겁하면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피딩을 며칠 전에 한 상태여서 밀웜을 한 마리 넣어줬어요. 분명 작은 걸로 골라서 넣어줬는데 또 너무 크네요.ㅠ (한동안 이렇게 먹이 크기를 잘 못 맞춰줬지만 지금은 잘 하게 되었습니다!)


렌지는 긴장하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을 안 먹더라구요. (리니는 긴장해도 먹던데...) 그래서 나중에 그냥 밀웜은 꺼내주었습니다.

왠지 애가 좀 더럽게 생겼는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종 이름인 오렌지 바분답게 나중에는 아름다운 오렌지색을 발하는 예쁜 타란툴라가 된답니다. 지금도 사진이 이렇게 나와서 그렇지 아주 착하고 귀여운 아이에요. 솜털이 뽀송뽀송한 게 아기아기 합니다.


얼어붙어 있는 틈을 타서 얼른 몸길이를 재었습니다. 3센티도 안 되는 것 같네요. 그래도 저의 타란툴라 셋 중에선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살살 달래서 밀웜을 먹여보려 했더니 순간이동의 속도로 사육통 구석 위쪽에 달라붙었습니다.


반짝이는 독니와 하트 모양의 발이 너무나 귀엽네요.


뒷모습도 깜찍합니다.


헌집에서는 탈피 껍질이 무려 두 개나 나왔어요. 안 그래도 좁은 집 안에 짐이 많이 들어차 있었네요.


하나는 작고, 하나는 큰 탈피 껍질이 렌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건 렌지의 헌집을 편 거예요. 작은 몸에서 거미줄이 참 많이도 나왔네요. 열심히 엉덩이를 움직이며 거미줄을 뽑아내서 정성스레 집을 만드는 렌지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집을 갈아 준 게 아침 11시 쯤인데 아래 사진을 보면 밤 7시 반인데도 아직도 저렇게 껌딱지처럼 같은 자리에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종이를 덮어서 어둡게 해줬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꼼짝도 못 할 정도로 겁을 먹은 걸까요.. 정말 마음이 약한 아이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렌지의 다음 얘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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