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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417-18 노충의 일상1

by 라소리Rassori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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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오랜만에 쥐미 얘기입니다!

저번에 쥐미가 자기 발을 하나 먹은 것까지 얘기했었어요. (지난번 쥐미 얘기)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제 그 이후 얘기 시작할게요.

 

2020년 4월 17일

뉘집 사마귀가 이렇게 인물이 좋을까~🤭

아니 그런데...


눈에 그게 뭐니, 쥐미야!


하ㅠ 쥐미의 눈 중간에 색깔이 누렇게 변한 거 보이시나요?

요즘은 쥐미가 무정란을 낳을까봐 제가 자기 전에 사육통에 넣어 두지 않고 곤충망에 넣어 두고 자거든요. 저번에 쥐미가 무정란을 낳았던 그 이베이에서 구입했다는 까만 곤충망 말이에요.

매일 아침이 되면 물을 먹이기 위해서 거기서 꺼내는데, 한 번은 애가 안 나오려고 엄청 버티더라고요. 안 나올 이유가 없는데 그냥 제가 밀고 당기고 하니까 즐기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도 거기에 맞춰서 좀 놀아줬는데... 그 과정에서 쥐미가 망에다 눈을 좀 문질렀어요. 사마귀 눈이 생각보다 많이 약하네요. 겨우 그 정도로 저렇게 상처가 생기다니... 저렇게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도 않는데.

그나마 사육통에다 눈을 문지른 다른 집 사마귀처럼 저 부분이 까맣게 변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요...

일단은 제 눈에만 확연히 보이는 정도의 상처이긴 한데 그래도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딱딱한 플라스틱도 아니고, 부드러운 망에 조금 문질렀다고 저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4월 18일

효미의 사육통 앞으로 데리고 가 봤습니다. 여전히(그리고 영원히) 둘이 동시에 초점을 맞출 수는 없는 사이에요.


쥐미한테 한 번 맞추고, 효미한테 한 번 맞추고.

사마귀는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상대의 존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해요. 그래서 아마 지금 둘 다 이 집 안에 다른 사마귀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를 거예요.


나 여기 왜 온 거지? 하는 얼굴로 저를 돌아보는 쥐미입니다. 눈을 오른쪽을 좀 더 많이 다쳤는데 왼쪽은 그나마 괜찮네요.


밥은 매일 한 번 쌀알 2개 크기 정도의 양으로 잘라서 주고 있어요. 예전엔 작은 파리 두 마리를 한 번에 뚝딱 했는데 이젠 한 마리도 많은 양이 된 거죠.

그래도 이틀에 한 번 왕창 주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요.

이렇게 한 뒤로 허기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는지 한 번도 저를 문 적이 없어요. 예전엔 제 손이 저라는 걸 잘 모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제 손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걸 좀 아는 눈치이기도 하고요. 낫으로 콱 잡았다가 스스로 천천히 놓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거든요. 그리고 라텍스 장갑을 낀 손은 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물려고 한 적이 있었구요. (배가 많이 고플 시간에)


제 실수로 제 머리카락이 쥐미 눈앞에 왔다갔다 거려서 머리카락을 잡힌 적은 있어요. 머리가 긴 사람이라면 머리카락을 사마귀 눈 앞에서 철저히 치우세요. 두 낫에 한 번 세게 잡히니 쉽게 풀려날 수가 없더라구요.

한올 한올 빼내면 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생각처럼 안 돼요. 한올만 붙잡혀 있어도 어찌나 타이트하게 꽉 잡고 있는지 아무리 당겨도 그게 빠져나오질 않더군요. 사람이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도 그렇게 꽉 잡진 못 할 거예요.

문제는 자기가 소화시키지도 못할 머리카락을 사마귀는 먹는다는 거예요. 눈 앞에서 왔다 갔다 거린 것만으로 "먹이다, 공격 공격!" 이거 말고는 다른 생각을 못하는 것 같더군요. 그럴 땐 신기하게도 눈빛이나 표정부터가 달라져요.

제 머리카락이 날카로운 이빨에 뚝뚝 잘려서 쥐미 입안으로 들어가는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쥐미가 물고 있는 머리카락을 정신없이 당겨내야 했답니다. 입에 있는 걸 뽑아내고 낫에 붙잡혀 있는 머리카락을 빼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옆에 가위가 있었다면 주저 없이 제 머리카락을 잘랐을 것 같아요. 아니 잘라서 될 일도 아니네요. 잘라봤자 낫으로 꽉 잡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일 테니까요.

하여간 절대로 머리카락을 잡히면 안 됩니다. 한올 한올 간신히 빼냈는데 마지막 다섯 가닥 정도에서부터 훨씬 더 어려워졌어요. 다 빠져나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그 일로 그저 식은땀이 났을 뿐이지만, 쥐미는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바람에 수명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쥐미 너 진짜...!ㅠ)


그냥 사마귀를 키우는 것일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이렇게 계속 터지네요.

그래도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에 비해 절지동물은 참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절지동물만 키워봤다면 쉽다는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겠어요.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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