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오랜만에 쥐미 얘기입니다!
저번에 쥐미가 자기 발을 하나 먹은 것까지 얘기했었어요. (지난번 쥐미 얘기)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제 그 이후 얘기 시작할게요.
2020년 4월 17일
뉘집 사마귀가 이렇게 인물이 좋을까~🤭
아니 그런데...
눈에 그게 뭐니, 쥐미야!
하ㅠ 쥐미의 눈 중간에 색깔이 누렇게 변한 거 보이시나요?
요즘은 쥐미가 무정란을 낳을까봐 제가 자기 전에 사육통에 넣어 두지 않고 곤충망에 넣어 두고 자거든요. 저번에 쥐미가 무정란을 낳았던 그 이베이에서 구입했다는 까만 곤충망 말이에요.
매일 아침이 되면 물을 먹이기 위해서 거기서 꺼내는데, 한 번은 애가 안 나오려고 엄청 버티더라고요. 안 나올 이유가 없는데 그냥 제가 밀고 당기고 하니까 즐기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도 거기에 맞춰서 좀 놀아줬는데... 그 과정에서 쥐미가 망에다 눈을 좀 문질렀어요. 사마귀 눈이 생각보다 많이 약하네요. 겨우 그 정도로 저렇게 상처가 생기다니... 저렇게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도 않는데.
그나마 사육통에다 눈을 문지른 다른 집 사마귀처럼 저 부분이 까맣게 변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요...
일단은 제 눈에만 확연히 보이는 정도의 상처이긴 한데 그래도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딱딱한 플라스틱도 아니고, 부드러운 망에 조금 문질렀다고 저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4월 18일
효미의 사육통 앞으로 데리고 가 봤습니다. 여전히(그리고 영원히) 둘이 동시에 초점을 맞출 수는 없는 사이에요.
쥐미한테 한 번 맞추고, 효미한테 한 번 맞추고.
사마귀는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상대의 존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해요. 그래서 아마 지금 둘 다 이 집 안에 다른 사마귀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를 거예요.
나 여기 왜 온 거지? 하는 얼굴로 저를 돌아보는 쥐미입니다. 눈을 오른쪽을 좀 더 많이 다쳤는데 왼쪽은 그나마 괜찮네요.
밥은 매일 한 번 쌀알 2개 크기 정도의 양으로 잘라서 주고 있어요. 예전엔 작은 파리 두 마리를 한 번에 뚝딱 했는데 이젠 한 마리도 많은 양이 된 거죠.
그래도 이틀에 한 번 왕창 주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요.
이렇게 한 뒤로 허기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는지 한 번도 저를 문 적이 없어요. 예전엔 제 손이 저라는 걸 잘 모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제 손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걸 좀 아는 눈치이기도 하고요. 낫으로 콱 잡았다가 스스로 천천히 놓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거든요. 그리고 라텍스 장갑을 낀 손은 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물려고 한 적이 있었구요. (배가 많이 고플 시간에)
제 실수로 제 머리카락이 쥐미 눈앞에 왔다갔다 거려서 머리카락을 잡힌 적은 있어요. 머리가 긴 사람이라면 머리카락을 사마귀 눈 앞에서 철저히 치우세요. 두 낫에 한 번 세게 잡히니 쉽게 풀려날 수가 없더라구요.
한올 한올 빼내면 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생각처럼 안 돼요. 한올만 붙잡혀 있어도 어찌나 타이트하게 꽉 잡고 있는지 아무리 당겨도 그게 빠져나오질 않더군요. 사람이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도 그렇게 꽉 잡진 못 할 거예요.
문제는 자기가 소화시키지도 못할 머리카락을 사마귀는 먹는다는 거예요. 눈 앞에서 왔다 갔다 거린 것만으로 "먹이다, 공격 공격!" 이거 말고는 다른 생각을 못하는 것 같더군요. 그럴 땐 신기하게도 눈빛이나 표정부터가 달라져요.
제 머리카락이 날카로운 이빨에 뚝뚝 잘려서 쥐미 입안으로 들어가는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쥐미가 물고 있는 머리카락을 정신없이 당겨내야 했답니다. 입에 있는 걸 뽑아내고 낫에 붙잡혀 있는 머리카락을 빼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옆에 가위가 있었다면 주저 없이 제 머리카락을 잘랐을 것 같아요. 아니 잘라서 될 일도 아니네요. 잘라봤자 낫으로 꽉 잡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일 테니까요.
하여간 절대로 머리카락을 잡히면 안 됩니다. 한올 한올 간신히 빼냈는데 마지막 다섯 가닥 정도에서부터 훨씬 더 어려워졌어요. 다 빠져나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그 일로 그저 식은땀이 났을 뿐이지만, 쥐미는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바람에 수명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냥 사마귀를 키우는 것일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이렇게 계속 터지네요.
그래도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에 비해 절지동물은 참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절지동물만 키워봤다면 쉽다는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겠어요.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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