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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420-0510 노충의 일상2

by 라소리Rassori 202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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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지난 이야기

 


4월 20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발을 조금 더 먹어버렸어요.

작년 12월 쥐미 악몽의 탈피 등 많은 일을 겪고 나서인지 이제는 이런 일이 벌어져도 "헐 뭐 이래" 이러고 지나가게 되네요.


끝에 조금 달려 있던 부분을 깔끔하게 먹어 치웠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에 보이는 저 짧은 마디 하나까지 다 먹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이쪽 발을 너무 오랫동안 그루밍할 때면 살짝 긴장이 됩니다.


쥐미가 보통은 한자리에 한참동안 붙어 있는데 최근엔 왠일로 자꾸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의자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두어 번 있었어요. 배로도 떨어지고 등으로도 떨어졌습니다.

커다란 날개가 있음에도 배 때문에 몸이 무겁다보니 날개가 별 소용이 없어요. 특히 등으로 떨어지면 거저리들처럼 뒤집혀서 일어나질 못 해요. 거저리는 그러려니 하는데 쥐미까지 그렇게 바둥거리고 있으니까 좀 웃기더군요. (웃기면서도 속상해서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하면서 달려가서 구해줍니다.)

사마귀 암컷은 배가 불룩해서 높은 데서 떨어지면 배나 내장이 터질 수 있는데 어찌어찌 지금까지는 별 일이 생기진 않았어요. 항상 제 바로 옆자리에 두는데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순식간에 많은 거리를 이동해서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있네요.

최근 이렇게 쥐미의 속도가 제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있어서 그 후로는 더 신경 써서 지키거나 망 안쪽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의자 밑에 푹신한 걸 깔아두기도 하구요. 사마귀 성충은 다른 절지동물들과는 달리 풀어놓고 키우는 재미가 있긴 한데 그만큼 위험도 따른답니다.



아래는 쉬고 있는 모습이에요. 거꾸로 말고 이렇게 똑바로 한참을 매달려 있다 보면 내장이 아래 쪽으로 가는 건지 배 윗부분이 저렇게 주름이 지더군요. 좀 물풍선 같은 게 신기해서 찍어보았어요.


4월 21일

불편한 발로도 몸을 잘 지탱합니다.


이제 저는 물론 쥐미도 이 다리에 익숙해졌어요. 조금 불편해 졌을뿐, 삶에는 크게 지장이 없더군요.


4월 22일


망에도 곧잘 매달려 있어요. 발이 없는 쪽 다리는 요령껏 망에 끼워서 사용합니다.

(처음에 이거 보고 웃어버려서 죄책감 조금 느낌ㅋ)


4월 23일


일광욕도 여전히 얌전히 잘해요. 가로등에 날아드는 날파리처럼 빛을 아주 좋아합니다.


4월 24일


4월 26일

 

(이쁘다♡)


4월 27일

앗, 저 자세는...

저렇게 손을 양쪽으로 벌리는 건
무정란 낳을 때의 자세였는데요...


아직 배가 덜 빵빵한데 또 낳는 건가 하고 긴장했는데 다행히 폼만 잡고 낳진 않았어요.

그나저나 저 무정란 알집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쥐미가 죽고 나면 같이 묻어 줄 생각인데 그때까지 저렇게 두어도 괜찮은 건지... 일단 썩는 건 아닌 건지 냄새는 안 나네요.


5월 7일


쥐미의 배 상태예요. 많이 불룩해졌지만 그나마 아직까지 뒤쪽에 주름은 잡혀 있어서 당장에 알을 낳거나 하진 않을 듯합니다.

쥐미가 성충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처럼 적당히 먹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 보니까 엄청 많이 먹이길래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건줄 알았어요.

이미 지나간 일은 두고두고 후회하기 보단 빨리 떨쳐내는 게 최선입니다. 그냥 다음 사마귀 때 더 잘하면 되는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5월 10일


몸이 매끈매끈하고 여전히 인물도 좋아요.

이 사진에서는 빛 때문인지 오른쪽 눈에 상처가 잘 안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그대로 있답니다. 그냥 실내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곱게 지내는 아이인데 전쟁을 치른 장군처럼 온몸에 흉터네요.ㅎㅎ

 

발이 사라지고, 눈에 상처가 나고, 배에는 무정란이 차오르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귀여운 짓을 하고 명랑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쥐미입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갑자기 죽어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나이 많은 곤충이지만, 지금 이 순간 햇빛을 받으며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사육 일기는 요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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