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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쌍별귀뚜라미 사육 및 번식 스토리 3 - 또 죽음, 또 탄생, 귀뚜라미 알

by 라소리Rassori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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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귀뚜라미를 먹이 곤충으로 키우는 사육자를 위한 것입니다. 귀뚜라미 사진이 많고 저번 편보다 내용도 훨씬 세니까 괜히 보고 욕하지 마시고 부디 사육 정보가 필요한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지는 포스팅입니다.

쌍별귀뚜라미 사육 및 번식 스토리 2 -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 미치니 소개




2월 26일

 

갈색 암컷이 번식Five 중 첫 사망을 했어요. 성충이 되고 나면 약 40일 정도 산다고 알고 있었는데 거의 60일 가까이 채웠네요.

마지막 촬영 후에 생을 잃은 이 몸은 냉동실에 있다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갔습니다. 쌍별귀뚜라미는 사람 식용이기도 하거든요. 저희 집 절지동물에게 먹히는 대신 지금쯤 다른 무언가의 양분이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3월 6일

 

또 한 놈이 태어났어요. 얘도 아마 효미가 먹었을 거예요.

 

갓 태어난 귀뚜라미는 번식Five의 사육통에서 발견된 즉시 일반 귀뚜라미 사육통으로 옮겨집니다. 거기서 탈피하다가 동료에게 먹혀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그 녀석의 운명인 거죠. 요즘은 제가 소수의 귀뚜라미만 키우고 있다 보니 애들이 숨을 공간이 많아서 탈피하다가 잡아먹히는 일은 별로 없네요. 

 

(갓 태어난 핀헤드는 애호박을 정말 좋아해요.)

 

3월 22일

암컷 하나가 또 죽었습니다. 얘는 성충 기간을 거의 3달 정도 채웠어요. 번식Five가 과연 언제 죽을지 참 궁금했는데 성충이 된 이후에도 꽤 오래 사는군요.

하루 종일 구애활동과 번식에 체력을 소비하는 수컷이 먼저 죽을 것 같은데 계속 암컷만 죽네요. 임신과 산란이 그만큼 힘들단 소리인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조금 덜 죽어서 손으로 휴지를 잡고 있음)



3월 25일

 

또 한 마리가 태어났어요.

얘도 지금은 아마 누군가에게 먹히고 없겠죠.

 

 

원래는 개미굴 위에 개미가 바글바글하듯이 귀뚜라미들이 새카만 파도처럼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뭔가 환경이 맞지 않아서 이렇게 조금씩만 태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 집 피딩 상황에는 이 정도가 딱 알맞아서 굳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핀헤드(갓 태어난 귀뚜라미)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길 바란다면 알 낳는 통을 저처럼 만들지 말고 꽃집에서 오아시스를 사서 10분 정도 물에 푹 적신 뒤 놓아두세요. 그러면 암컷들이 거기에 산란관을 꽂아서 알을 낳을 거예요. 귀뚜라미 번식에는 따뜻한 온도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는 부화가 잘 될 겁니다. 오아시스는 촉촉함이 유지되어야 하는 걸 잊지 마세요. 흙을 쓸 거라면 흙도 마찬가지구요.

아래 사진은 제가 볼 땐 절대 번식하지 않고 해맑게 노는 척만 하는 번식Five의 모습입니다. 초기 멤버들 외에 2-3마리 더 섞여 들어가 있어요.


휴지심은 더 재밌게 놀라고 넣어뒀는데 얘들이 다니기엔 너무 미끄러워서 나중엔 칼집을 잔뜩 내주었습니다. 

아래는 암컷의 모습인데 산란을 너무 해서 산란관이 옆으로 휘어 있어요. 결코 흙이 단단한 건 아닌데도 저렇게 되네요.


잘 보이진 않지만 암컷이 산란관을 흙에 꽂고 알을 낳는 모습입니다. 흙은 무슨 일인지 계속 줄어들어서 질석 대신 코코피트를 계속 집어넣어 주고 있어요.


귀뚜라미 알이 밖에 하나 나와있는 것을 찍어 보았어요. (사진 중간에 길쭉한 거) 이 알 위에는 흙을 더 뿌리고 물을 뿌려줬습니다. 저게 핀헤드가 된다니 참 신기하죠.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귀뚜라미들이 알을 먹는 것 같습니다. 계속 흙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수상하네요. 흙을 먹는다기 보다는 알을 골라 먹기 위해 손으로 자꾸 파헤치는 것 같아요. 귀뚜라미가 의외로 양손을 잘 사용하거든요.

어찌 됐든, 태어난 뒤 먹히는 것보다 알일 때 먹히는 게 귀뚜라미 입장에서는 나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16일


위에 말한 산란관이 휜 암컷이 죽었습니다.
세 번째 죽음이네요. 또 암컷이구요.



번식Five가 다 죽고 나면 포스팅을 올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가 다 까먹을 것 같아서 지금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미치니를 포함한 수컷 둘은 대체 언제까지 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특히 미치니는 2019년 12월 말에 성충이 된 녀석인데 오래 산 귀뚜라미로 기네스 기록 이미 깬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벌써 2020년 5월 18일이니 말이에요.

영어로 귀뚜라미 수명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말들이 나오는데 대충 핀헤드 시절부터 시작해서 죽기까지 3개월 정도 산다고 합니다. 평균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저희 집 상황과는 좀 많이 다르네요.

 


미치니 말고 다른 수컷인 이 녀석도 대단해요. 얘는 1월 4일에 성충이 되었는데 아직도 살아 있어요. (수컷 우화 포스팅의 주인공)


미치니와는 마주보고 권투하듯 앞발로 싸우기도 하고 울음소리 대결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얘가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요.

미치니가 너무 싫어서인지 사육통 벽을 손으로 자주 긁는데 그러다 한쪽 손이 없어져 버렸어요. 좀 자세히 찍어보려는데 오랜만에 손에 올려서인지 놀라서 가만있질 않네요.


미치니의 막강한 기에 눌려서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컷 치고 많이 울지도 않고 성격도 아주 착하답니다.
 


미치니에게 눌려 산다고 해서 여친(?)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할 건 다 하더라구요. (제가 기습했을 때 정낭이 삐져나온 채로 후다닥 도망가는 걸 보면)

현재 암컷 둘이 더 있고, 그밖에 또 한쌍이 있고(얘들 얘기도 좀 특이한데 나중에 올릴게요), 다른 사육통에 또 성충이 되려는 애들이 몇 있어요.

번식Five의 5라는 숫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지만 그 이름 그대로 번식팀은 계속 유지해 볼까 합니다. 왜 이렇게 적은 수의 귀뚜라미가 태어나는지도 궁금하고(지금까지 총 10마리도 안 된듯) 폭발적으로 수가 늘어나는 건 곤란하지만, 오아시스를 쓰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나중에 마음의 준비가 되면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그럼 번식Five 얘기는 일단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나중에 또 재밌는 얘기가 쌓이면 4편을 올리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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