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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쌍별귀뚜라미 사육 및 번식 스토리 2 -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미치니 소개

by 라소리Rassori 202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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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귀뚜라미를 먹이 곤충으로 키우는 사육자를 위한 것입니다. 귀뚜라미 사진이 많고 저번 편보다 내용도 훨씬 세니까 괜히 보고 욕하지 마시고 부디 사육 정보가 필요한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지는 포스팅입니다.

쌍별귀뚜라미 사육 및 번식 스토리 1 - 번식Five



2020년 1월 22일


암컷이 배가 꽤 많이 불렀어요. 얘가 색이 갈색이었던 그 암컷인데 우화한 뒤 새카매져버렸어요. 그래도 다리는 다른 애들보단 좀 갈색이었답니다.

알을 뱄다는 건 위에서 봤을 때 배가 날개 밖 양쪽으로 튀어나온 걸 보고 알 수 있어요. 밥을 너무 많이 먹어도 좀 이럴 수 있는데 알을 배면 배부른 차원이 달라요.

 


옆으로 봐도 확실히 임신 안 한 암컷과는 배 모양이 다릅니다. 시간이 가면서 이것보다 배가 더 크게 불러오기 때문에 처음 키우는 사람이라도 구분을 못할 수가 없어요. 처음에 긴가민가 하다가 어느 순간 터질 듯한 배를 보고 헉! 하게 될 겁니다. 긴가민가할 때쯤부터 산란통을 꾸며주면 됩니다. (1편 참고)

 

1월 25일


제가 제 방은 엉망이라도 귀뚜라미 사육통은 부지런히 청소를 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조금 느슨해져서 3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해주었습니다.

잠시 번식Five를 빈 통에 옮겨두고 물 마시라고 물을 뿌려줬어요. 그런데 물이고 뭐고 도망가기 바쁩니다. 매일 똑같아요. 사마귀와 비교해 본다면 확실히 학습 능력은 떨어집니다. 제가 쥐미한테 하는 것처럼 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요.

다섯 마리 중 미치니는 오른쪽 중간에 더듬이 꺾인 녀석입니다. 다른 수컷은 왼쪽 아래에 있네요.

(수컷 2, 암컷 3)


깨끗하게 청소된 사육통으로 다시 옮겨 주었습니다. 미치니가 왼쪽에 딱 보입니다. 

 

2월 2일

 

미치니를 꺼내보았습니다. 엉덩이 쪽에 뭔가 이상한 게 보였기 때문이에요.


제가 통에 가까이 가는 순간 암컷에게서 몸을 뗀 것 같은데 한창 교미 중이었기 때문인지 뭔가 몸 밖으로 튀어나와 있더군요. 한 일본 사마귀 유튜브를 보다 보니 수컷 사마귀 꼬리 끝쪽에 정낭이 두 개 들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어쩌면 이게 정낭인지도 모르겠네요.

뭐든 간에 교미에 사용하는 것임은 분명한데 잠시 후 전부 안으로 쏙 들어갔어요. 거저리도 그렇지만 얘들도 성충이 된 이후로는 오로지 번식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2월 13일


귀뚜라미의 배 아래쪽은 한 번도 안 보여드린 것 같아서 배가 빵빵해진 암컷 하나를 꺼내봤어요. 자기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줄 알고 침을 뱉고 있는 모습이 귀엽네요.

얘들도 메뚜기처럼 사람한테 잡히면 이렇게 침을 뱉어요. 무슨 원리로 그렇게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침에서는 식초 같은 시큼한 냄새가 난답니다. 그래서 어떨 땐 먹이로 쓰기 전에 휴지로 침을 다 흡수하기도 해요. 그러면 그만큼 저희 절지 애들이 이 침을 덜 먹게 되겠죠. 혹시 이게 발사믹 드레싱 같은 맛있는 양념이라면 어쩌나 싶기도 하네요.

 

2월 21일

 

드디어 인천에서의 일상입니다. 번식Five도 버려지지 않고 함께 인천까지 따라왔어요.

이사 오면서 성충이 되기 전인 먹이용 귀뚜라미 몇 마리를 번식Five와 함께 같은 통에다 넣어왔어요. 그런데 하필 이사 오는 그 몇 시간 동안 그중 한놈이 탈피를 해버렸답니다. 좁은 통 안에 동료이자 적인 다른 귀뚜라미들이 함께 있는 상황에 탈피를 하게 되었으니 잡혀먹힐 수 밖에 없는 거였죠.

예를 들어 그 통안에 10마리의 귀뚜라미가 있었다면 인천에 도착했을 땐 9.5마리가 있었어요. 좀 더 그대로 뒀다면 깔끔하게 9마리가 되었을 거예요. 이동하는 동안 완벽하게 안전했던 건, 성충이기에 더 이상 탈피를 할 일이 없는 번식Five 뿐이었습니다. 


2월 25일


드디어 감격의 첫 탄생입니다. 알을 깨고 나온 아기 귀뚜라미예요.

이 꼬맹이는 좀 더 키운 뒤 효미에게 먹였어요. 효미가 사냥하기에 딱 좋은 사이즈여서 제가 도축하지 않고 직접 사냥해서 먹게 두었습니다. 그 이후 일부는 효미의 응가로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효미 몸의 일부가 되었겠죠.


수컷들의 날개는 결국 이사하는 날 잘랐습니다. 특히 미치니가 너무너무 크게 울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귀뚜라미 수컷은 날개 두 개를 비벼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한쪽만 잘랐는데 그것만으로 소음이 해결되었답니다. 날개를 너무 바짝 자르면 살을 자를 위험이 있어서 3mm 정도는 남겨뒀는데 희한하게 그걸로도 울음소리를 내긴 하더군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작아진 소리여서 더 이상 잠이나 일에 방해가 되진 않아요.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몇 달간 잠 설쳐가며 끔찍한 소음을 참아왔네요. 참고로 번식하는 데는 날개가 있든 없든 별 상관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날개 한쪽이 잘린 미치니의 모습이에요. 귀뚜라미도 쥐미의 날개처럼 한복 저고리 모양으로 날개가 포개져 있는데, 제가 자른 건 왼쪽 날개입니다. 잘 보이진 않는데 오른쪽 날개는 온전한 상태이고, 왼쪽은 위에 3mm 정도만 남아있어요.

귀뚜라미를 많이 키우는 집은 일일이 자르기가 힘들어서 수컷부터 빨리 먹이로 처리해버린답니다. 일단 저희 번식Five는 먹이로 사용할 계획은 없어요.

 

원래는 오른쪽 더듬이가 꺾이기만 했는데 약간 잘라먹기도 했네요. 꼬리 양쪽으로 나 있는 가시 같은 것도 한쪽이 날아간 상태구요.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싸우고, 울고, 번식하는 미치니입니다.

번식Five 얘기는 2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3까지 가게 되었네요. 마무리는 다음 편에서 할게요.

옛날의 저였다면 남자 못 만날까봐 이런 글 안 올렸을 텐데 지금은 그런 걸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서 참 편하네요. 


이번 사육 일기는 요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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