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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지네

붉은머리 왕지네 준성체 톨미 입양했어요! ♡ 2020년 5월 19일

by 라소리Rassori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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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지네를 소중히 키우는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커다란 지네 사진이 많으니 제발 주의해 주세요. 저는 분명히 경고했으니 굳이 보고 나서 뭐라고 하지 않으시길... 

 

 

작년에는 야생에서 잡은 홍지네를 왕지네로 잘못 알고 키웠는데 이번에는 진짜 왕지네를 키우게 되었어요. 거기다 왕지네 중에서도 흔치 않다고 하는 레드렉(Red legs)이랍니다. 다리뿐 아니라 머리도 빨개서 붉은머리 왕지네 (Chinese red-headed centipede)라고도 해요.

이번에도 벌러지닷컴에서 입양했어요. 아래는 벌러지닷컴에서의 판매 페이지입니다. 아마 곧 품절이라는 글자가 뜨겠죠. 지금까지 저는 항상 뭐든 간에 유체만 들였는데 준성체급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레드렉이 요즘은 번식이 많이 되어서 사실 더 이상 그리 희귀하진 않아요. 그래도 어쨌든 예전부터 정말 키워 보고 싶던 종인데 이번에 드디어 들이게 되었어요.

박스는 이렇게 왔어요. 날씨가 풀려서 이제 스티로폼 대신 종이박스로 오네요.


박스에 던지지 말라고 적혀 있는데도 택배 기사분이 정말 세게 던지시더라구요. 제가 집에 있는데 박스가 문 앞에 팍 내팽개쳐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보통은 안 그러시는데 하필 이날 많이 바쁘셨나봐요. 지네가 많이 놀랐을 것 같네요...


여러 과정이 있었는데 바로 지네 사진으로 넘어갈게요. 택배 오픈이나 기타 과정이 궁금하신 분은 분들은 마지막에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축축한 키친타월에 감싸져서 플라스틱 통에 넣어져 왔어요.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몸길이가 12cm는 쉽게 넘어가는 것으로 보였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정확히 재봐야겠네요.

이날 마침 귀뚜라미 배가 있어서 입에 한번 갖다 대 줘봤습니다. 즙이 입에 닿으면 잘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배가 고픈 건지 그냥 먹성이 좋은 건지 입에 즙이 닿자마자 바로 먹기 시작했어요. (위의 사진도 이미 밥을 물고 있는 거예요.)


귀뚜라미 배를 쿡 찌르고 있는 지네의 독니는 사실 앞다리가 변형된 거라서 이빨이라기보다는 다리예요. 독조(毒爪, poison claw)라고 한답니다. 이 독조로 먹이에 독을 주입하는 거죠.

어떤 방송에서 보니 한 할아버지가 이 독이 사람 몸에 좋다고 살아있는 왕지네를 잡아서 그냥 콱콱 씹어 먹기도 하더군요. (안 물리게 요령껏) 그 효과는 모르겠으나 일단 저는 지네가 먹다 남긴 곤충은 귀뚜라미에게도 주지 않는답니다. 그 안에 들어 있을 지네의 독을 절지동물이 먹을 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가 모르니까요.

그나저나...

저의 왕지네, 다리가 하나 부족한 상태로 저에게 왔어요. 위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왼쪽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보이실 거예요. 둔해빠진 저는 이 사실을 입양한지 하루가 지난 뒤에 발견했답니다.

지네는 탈피를 하면서 다리가 재생이 되긴 하지만 절지동물 하나를 들이기까지 엄청난 고심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사실 누구의 입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다리 하나가 없는 걸 보니 정말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래도 전화해서 교환이라든가 보상을 요구하진 않았어요. 애 자체가 너무 예뻐서 그냥 이대로 키워 보기로 했습니다.

샵이 어디냐에 상관없이 지네 입양하는 분들 가끔 보면 더듬이 한쪽이 떨어진 지네를 받는 경우도 있던데 저는 그나마 그건 아니라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저는 지네의 더듬이를 볼 때마다 너무 예쁘고 멋져서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더듬이 한쪽이 잘려 있다면... 아마 못 참고 당장 전화를 했을 듯합니다.


산란관이 달려 있는 암컷 귀뚜라미의 배였는데 산란관까지 전부 먹어치워 버렸어요. 이렇게 밥 잘먹는 애들은 그저 뭘 해도 이쁠 따름이랍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귀뚜라미의 배)


실제로 보면 무광에 가까운데 사진은 꽤 반짝거리게 나오네요.

성별은 모르지만 이름은 톨미(Tormi)로 지었어요. 스토미(Stormy)로 하려다가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바꿨어요. 제가 두 글자 이름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번식시키고 기른 아이여서인지 막 미친듯이 미꾸라지처럼 발광하지 않더군요. 아주 차분했어요. 사진 찍느라 폰을 이리저리 들이대도 가만있었어요. 

(양쪽 더듬이가 저렇게 휘어질 때 정말 멋지단 말이죠!^^)


밥을 다 먹은 뒤엔 갑자기 몸에 힘을 쭉 뺐어요. 저의 다른 지네인 실이도 밥 다 먹으면 꼭 털썩 쓰러지듯 가만있던데 죽은척이랑 비슷한 건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죽은척이든 뭐든 간에 이렇게 있으니 다루기 쉬워서 좋았어요. 사육통에 바닥재를 깔아줘야 했는데 키친타월만 쭉 당겨서 톨미를 구석으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 일이 간단해지더군요.

사육통은 이번에 톨미와 함께 주문한 플라스틱 사육통을 쓰기로 했어요. 원래는 렌지나 카엥이에게 쓰려고 주문했던 것인데 톨미가 생각보다 커서 그냥 톨미 집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키친타월은 핀셋으로 꺼내려고 했는데 톨미가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았어요. 차차 은신처도 넣어주고, 물을 마실 수 있게 커다란 물방울도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다음에 희귀 동물 샵에 물건 주문 넣을 때 톨미 물그릇 사는 거 잊으면 안 되겠어요.

 

사육통은 제품명이 "신형 고급채집통(대)"이고, 크기는 32.5cm 세로 16.5cm 높이 23.5cm입니다. 뚜껑 합하면 높이가 몇 센티 더 높아져요.

다 좋은데 뚜껑이 빡빡한 게 큰 단점입니다. 닫을 때나 열 때나 콱! 하고 큰 소리가 나고 큰 진동이 일기 때문에 절지동물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톨미가 못 올라오는 것이 100% 확실해지면 뚜껑은 꽉 닫지 않고 그냥 얹어놓기만 할 생각이에요. 지네가 보통 저런 미끄러운 재질은 못 올라오지만 그래도 확실히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네요. 톨미가 준성체 크기라고 해도 만약 탈출한다면 영영 찾기 힘들 가능성이 크거든요.

지금까지 다른 지네들은 제가 건들면 막 퍼덕퍼덕 거리고 나오려고 해서 통에서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 쉽게 알 수 있었는데 톨미는 너무 고요하게 가만히 있어서 알 수가 없네요.

아무튼 집에 큼직한 지네가 한 마리 있으니 기분이 넘 뿌듯하고 좋아요. 생긴 것도 이쁜 애가 밥도 잘 먹고 성격까지 얌전해서 더 이쁘네요.

보시다시피 공간을 꽤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많이 키울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쑥쑥 자라고 있는 저의 타란툴라들도 조만간 한 마리씩 저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손가락 길이만한 저희 마하로나 오렌지 지네 유체 실이도 곧 저렇게 되겠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여기저기 선반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금 키우는 절지들 중에서는 귀뚜라미들이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요. 커다란 리빙박스 두 개랑 작은 통 하나 해서 총 3개의 통에서 살고 있거든요. 뚜껑을 활짝 열어둬야 해서 통을 쌓아둘 수도 없네요. 안 쌓아두는 게 제가 관리하기에도 편하구요.

오늘 얘기는 유튜브 영상으로 마무리할게요. 톨미가 저희 집에 왔던 날 영상입니다.

사육자들에게는 사육 케이스에 대한 정보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참고해 주세요. 사육통 고르는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자막은 영상 자체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끄고 보세요.

이번 사육 일기는 이상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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