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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522-31 노충의 일상 4 (수박물도 먹고 발도 먹고...)

by 라소리Rassori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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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전날 올린 노충의 일상 3에 이어지는 얘기입니다.

 



5월 22일


주사기로 수박물을 받아먹는 쥐미예요.

집에 수박이 있는 동안은 하루에 한두 방울씩 주는데 매번 너무 좋아한답니다. 다 먹은 뒤에는 더 없나 싶어서 허겁지겁 바닥을 핥기도 해요. 적정량을 몰라서 마음껏 줄 수 없는 게 아쉬워요.

 


수박은 냉장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음식물쓰레기도 많이 나와서 웬만하면 안 사고 싶은데 쥐미랑 효미 때문에 조만간 또 사야 할 것 같네요.



5월 25일


또 더듬이를 그루밍하고 있어서 귀여워서 찍어 보았어요. 눈 색이 어둑한 건 어둑한 곳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니 그런데 지금 더듬이가 문제가 아니네요! 왼쪽 중간발!! 무슨 일이죠?


Aㅏ.... 또 먹어 버렸네요. 안 그래도 며칠 내내 이 발을 유난히 열심히 빨길래 아무래도 불안하다 했어요.


쥐미 너 자꾸 발 먹을 거야?!


솔직히 이제 이런 일은 충격도 오지 않네요. 절지동물이 발, 다리, 더듬이를 잃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끝에 조금만 먹었지만 그 "끝에 조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망에 걸어야 할 발톱이 가장 끝 부분에 있으니까요.


 

반대쪽 다리입니다. 끝에 있는 저 두 개의 쪼꼬만 발톱이 아주 중요하단 얘기죠.


발을 먹은 것에 대해 호되게(?) 꾸중을 듣는 중인 쥐미입니다.


쥐미는 제가 다정하게 얘기할 때와 야단칠 때의 반응이 어딘가 살짝 다르답니다. 그게 웃겨서 야단을 칠 때는 장난으로 더 위협적으로 말하게 돼요.


발 먹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먹고 말이야!
오늘 너 진짜 많이 혼나야겠다!


...하고 혼내면 더듬이를 정신없이 움직이거나 뭔가 불안해하면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려요. 반면 다정하게 말할 때는 눈을 빛내며 저를 빤히 쳐다보거나 제 손 위를 신나게 돌아다녀요. 애교가 눈으로 보이는 신기한 사마귀예요.



문제의 그 발을 또 그루밍 하기 시작했어요.



한소리 하려는데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서 멈췄어요.


(ㅋㅋ)


5월 26일

자꾸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해서 라이온 킹 놀이를 해 주었어요. 높은 곳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보니 이렇게 몇 번 해주면 한동안 만족하고 얌전히 망에서 쉰답니다.


5월 27일

응가 발사!

(퉷)

 

5월 30일

쥐미 목에 작은 먼지가 붙은 게 보였어요.


가끔 저렇게 목에 먼지가 붙은 게 보이는데 아무리 후후 불어도 잘 안 떨어진답니다. 쥐미가 보기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저기에 제 손가락이 들어갈 공간이 되지 않아요. 저 약한 목에다 핀셋을 들이대는 건 너무 위험하구요.

그래서 목에 저렇게 먼지가 묻어 있으면 항상 찝찝한 기분으로 그냥 있어야 해요.

(떼 주고 싶다...)


5월 31일


제가 약 5개월 전쯤에 왠지 제 느낌상 쥐미가 한 5월 정도까지 살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느새 5월이 끝이 났네요. 

이날은 제가 점심때부터 지인들이랑 놀다가 돌아와서 쥐미가 하루 종일 혼자 있었어요. 늦게나마 자기한테 관심을 쏟아 주니 즐거워서 열심히 더듬이를 움직입니다.


사진 찍은 뒤 제 손에서 놀다가 망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버텨서 그냥 손등에 얹어놓고 이 글을 썼어요.

이번에 먹은 발은 거기서 더 먹진 않았는데 위 사진에서 희미하게 보이듯 각도가 ㄴ자로 꺾인 채로 펴지질 않아요. 원래는 부드럽게 펴져야 하는데 아무래도 발목 아래 관절이나 신경 등의 기능이 상실된 것 같아요. 야생에서도 늙어서 기운 없는 절지동물을 잡아 보면 더듬이나 다리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키워도 나이가 너무 많아지면 어쩔 수 없나봐요.

이렇게 안 되고 죽을 때까지 사지 멀쩡한 사마귀도 많아요. 그래도 나이가 쥐미처럼 많아진다면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겠죠.

쥐미는 사실 당장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이고 상태예요. 1월 7일에 성충이 되었고, 3월 12일에 처음으로 무정란을 낳았어요. 그러고도 지금까지 2차 산란을 하지 않고 살아 있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배가 무거워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평화롭고 즐겁게 잘 지내는 쥐미입니다. 발은 다른 집 사마귀를 봐도 그렇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더라구요. 어차피 지금 쥐미의 움직임이 불편하고 느린 건 배 무게 때문이지 발 때문은 아니거든요. 발이 저래도 가고 싶은 곳으로 잘 가고 거꾸로 매달려서 잠도 잘 자요. 지금은 창가에서 느긋하게 일광욕하면서 자고 있답니다.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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