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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0606-08 우화 (최종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2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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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지난 이야기 (탈피 직전의 모습들)

*2020년 3월 11일 (효미와의 첫 만남)

 

 



6월 6일
6:30 pm


쥐미가 자꾸 제 손에 올라오려고 해서 같이 놀아주고 있을 때였어요. 쥐미는 제가 손에 얹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주면 재밌어하는 눈치여서 이번에도 비행기 태워주듯 "슝~!" 하면서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갔어요.

제 방은 들어서면 바로 효미 사육통이 보이도록 되어있어요. 그런데 보는 순간 제 입 모양이 "슝"에서 "악!"으로 바뀌었답니다. 효미가 탈피를 하고 있었거든요.


벌써 머리랑 날개까지 다 나오고 더듬이와 낫이 빠져나오는 중이었어요. 얼른 쥐미를 망 위에 얹어두고 바로 촬영에 돌입했습니다. 

효미가 밥을 새벽 2시쯤 먹었기 때문에 이날은 절대로 탈피를 안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럴 수가... 탈피 당일에 밥을 그렇게 남김없이 잘 먹는 사마귀도 있군요. 그것도 탈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우화를 앞두고 말이에요.

쥐미 우화 전 상황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아실 거예요. 이 블로그에 다 기록해두었지만 그 당시 쥐미는 10일이 넘도록 밥을 제대로 못 먹었죠. 심지어 귀뚜라미들도 우화 전엔 밥을 거의 못 먹습니다. (효미야, 넌 대체...)

 



10분쯤 후에 더듬이와 낫은 물론 다리도 모두 다 나왔어요.

 

 

이 상태로 한참 동안 몸을 말립니다.

 

 

6:56 pm

 

다리가 어느 정도 마르면 이렇게 망을 잡고요.

 

 

 

그렇게 작디작은 효미였는데 막상 우화를 시작하니 공간이 너무 낮고 좁아졌어요.

 

7:04 pm


안절부절못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바닥에 머리가 닿으려고 하니 자기가 알아서 살짝 뒷걸음질쳐서 위로 올라갔어요.

 

 

이때 쥐미는 망 위에 앉아서 얌전히 제 곁에 있었답니다. (얘는 정말 신통방통한 구석이 많아요.) 

망 째로 들어올려서 효미 사육통 옆에 놓고 한번 찍어 봤어요. 쥐미는 저랑 놀기 직전까지 좀 어두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눈이 까매진 상태예요. 효미랑 둘이서 서로서로 자기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겠죠?

 

 

이때 리니(타란툴라)가 제 왼쪽에 있는 테이블 위에서 너무 귀엽게 있어서 효미가 몸을 말리는 동안 잠깐 그쪽으로 카메라를 돌렸어요. 사마귀는 보통 저 단계에서는 한참 동안 정지해 있으니 어차피 기다려야 했거든요.

근데 하필이면 효미가 그 순간 탈피 껍질을 꼬리에서 털어내고 방향을 반대로 틀어버렸어요. 이때의 동작은 단 몇 초만에 휙 지나가버리는데 그 모습을 못 찍고 놓쳐버린 저는 거의 비명...!

효미가 몸 방향을 바꾼 이유는 날개를 똑바로 말리기 위해서예요. 위 사진처럼 계속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 날개가 뒤집어진 채로 굳어버리겠죠. 방향을 바꾸는 건 다리가 어느 정도 말라야 할 수 있는 동작이라서 그걸 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런데 효미는 제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해버린 거예요.

쥐미 우화 때도 놓친 장면인데 효미 때도 또 바로 눈앞에서 놓쳐버렸네요. 다음 사마귀 사육 때는 반드시 찍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때는 촬영용 폰도 하나 더 사고 삼각대도 현재 저희 집 상황에 맞는 걸로 하나 더 장만해야겠어요. (그래봤자 내가 자고 있을 때 우화하면 소용없겠지만...)

 



아무래도 날개를 말릴 공간이 부족해 보여서 조심스레 옮겨보기로 했어요. 쥐미가 최종 탈피를 했던 곳으로 옮겨서 망을 천천히 뒤집어 주었습니다.

 

7:21 pm

 

 

이때 잘못 움직이면 물렁한 다리가 틀어지거나 해서 불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는 걸 추천하진 않아요. 이때의 사마귀는 자신이 무방비 상태라는 걸 알아서 극도로 예민합니다. 효미는 약간 놀라긴 했지만 다행히 다칠 정도로 움직이지는 않았어요.

 

7:24 pm

 

날개가 조금씩 펴지는 게 보입니다.

 

 

7:29 pm

 

좀 더 몸이 굳어지자 스스로 위로 올라갔어요. 쥐미도 저 망에서 저 자세로 날개를 말렸었죠.

 

 

 

7:32 pm

 

날개가 예쁘게 잘 펴지고 있어요.

 

 

애가 워낙 작다 보니 뒷모습이 약간 날파리 같기도 해요. 넓사 특유의 떡대나 파워풀한 기세보다는 언제나 겁 많고 여리여리한 느낌의 효미입니다.

 

 

7:46 pm

 

옆에서 보니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너무 예쁘네요. 쥐미가 우화하던 모습이 겹쳐집니다.

 

 

7:51 pm

 

효미도 드디어 이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8:14 pm

 

날개를 살짝살짝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참 잘해요.

안쪽에 있는 속날개 한 쌍은 각각 반으로 접혀 있는 게 정상이에요. 펴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두면 됩니다.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한 번씩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날개를 정리합니다.


이 행동은 아주 잠깐씩만 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담는 게 쉽지 않아요. 폰을 들고 한참 있다가 팔이 아파서 내리면 잠깐 터는 식이에요.

 

8:25 pm 


탈피 껍질에서 처음 나왔을 때 그렇게 쪼글쪼글하던 날개가 이제 예쁘게 다 펴져서 정리까지 마무리되었어요.

날개도 탈피 부전이 일어나면 골치가 아픈데 전부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날개 탈피 부전의 예: 날개가 뒤집어지거나 붕 뜬 상태로 굳어버려서 날개가 닫히지 않고 날지도 못함. 의외로 사마귀 고수들도 겪는 일인데 보기에 안 이쁠 뿐 생명엔 지장 없음)



8:41 pm

 

 

밤 9시쯤까지 보다가 그 뒤엔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있는지만 확인했어요.

날개 정리를 다 하고 난 뒤에는 다시 이렇게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요. 사마귀는 거꾸로 있는 게 가장 편한가 봐요.

 

 

넓적배사마귀 특유의 하얀 점도 날개에 제대로 박혀 있네요.

 

 

6월 7일

 

다음날 오후까지 물만 조금 먹이고 한참 동안 쉬게 둔 뒤 잠시 꺼내서 밀웜즙을 조금 먹였어요.

그리고 가장 걱정이었던 눈을 확인해 봤어요. 역시나 왼쪽 눈이 많이 상했더군요. 사육통에 문질러서 다쳤던 부분이 탈피 껍질에 들러붙어있다가 겨우 떨어지면서 그 안에 물방울 같은 게 생긴 느낌이에요.

 

 

실제로 보면 저 물방울 진 부분은 살짝 더 볼록하고 그 가쪽은 약간 울퉁불퉁해요.

 

 

뒷모습에서도 왼쪽 눈 표면이 매끈하지 않은 게 드러납니다.


 



6월 8일


이 각도에서 보니 움푹 들어간 부분이 보이네요. 사진에선 잘 안 보이는데 눈 바깥쪽뿐 아니라 안쪽 부분도 저렇게 울퉁불퉁해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육통에 문질렀던 부분에 상처가 노릇하게 보입니다. 살짝 옅어지긴 했는데 울룩불룩해진 것 때문에 이게 다 나으려면 한 세 번은 더 탈피해야 될 거예요. 물론 이제 더는 탈피할 일이 없지만요.

 


괜찮아, 효미야! 아무 걱정하지 마. 여전히 예뻐

밥 잘 먹고 건강하기만 하면 돼. 죽지 않고 무사히 탈피해 줘서 고마워. 고생 많았어. 잘했어!

 

 

날개만 달았을 뿐, 하는 행동은 예전과 똑같은 효미입니다. 이제 저를 좀 덜 경계하는 것 같긴 해요. 쥐미가 성충이 되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길어져서 이번 탈피 껍질은 효미 다음 이야기에서 공개할게요. 쥐미 거랑 비교샷도 나옵니다.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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