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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지네

마하로나 오렌지 지네 유체 실이 사육 일기 202004-05 귀뚜라미 사냥

by 라소리Rassori 2020.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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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지네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커다란 지네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실이 지난 이야기

이번엔 저희 아기 지네 실이 얘기예요. 키우는 애들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실이의 차례가 잘 돌아오지 않네요.

다른 애들은 이 블로그에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반면 실이는 많이 스킵하기도 했어요. 제가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녀석이라 촬영은 빠짐없이 해두었지만 그냥 먹고 퍼지고 먹고 퍼지고의 반복이라... 최대한 재미있는 부분만 추려서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립니다.

 



2020년 4월 16일


실이가 맛있게 밥을 먹고 있어요. 이번 식사는 밀웜 번데기를 반으로 자른 거예요.


밀웜이 갓 번데기가 된 것이라 아주 부드럽고 말랑한 상태예요. 이런 건 조금만 지나도 처음처럼 부드럽진 않기 때문에 제때 발견하지 못한 건 잘라서 귀뚜라미에게 줍니다.

바닥재를 같이 먹을까봐 신경이 쓰여서 가능한 한 이렇게 흙이 없는 곳에서 밥을 먹여요.


실컷 먹고 나면 아무데나 드러누워서 쉬어요. 이때를 이용해서 은신처를 다시 안에 넣고 물방울을 만들어 주는데, 이때만은 웬일로 날뛰지 않고 가만히 있어요.

 

피딩은 5-6일에 한 번인데 그럼에도 어느새 빵빵한 순대 같은 체형이 되었네요.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어서 식사량을 조절해줘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됩니다.


4월 22일


즐거운 피딩 날이 돌아왔는데 무슨 일인지 밥을 못 먹었어요.


실이가 피딩 날 밥을 거부한 건 처음이라서 걱정이 한가득. 동시에 머리에 자연스럽게 "탈피"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지네의 탈피 전 증세를 몇 가지 나열해 볼게요.

1. 식욕 감퇴

2. 움직임 둔화

3. 원래는 머리 바로 뒤쪽 마디 사이가 딱 붙어 있는데 탈피 직전에는 살짝 벌어짐

4. 색이 흐려지고 껍질이 약간 밀랍 발린 것처럼 보임

5. 몸을 움츠림 (타란툴라도 탈피 전에 종종 그러하듯)

이런 내용들을 머리로 알긴 해도 애가 워낙 작다 보니 3, 4번은 육안으로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최대한 가까이에서 접사로 찍어봤어요.

사진으로 보니 머리 바로 뒤쪽 마디가 좀 벌어진 것 같기도 했어요. 껍질도 좀 밀랍 같았구요. 만약 탈피기에 접어든 것이 맞다면 곧 긴 껍질을 힘들게 벗고 밖으로 나오게 되겠죠.

 

4월 30일


8일 후 생사 확인. 살아 있어서 안심이었어요. 밥은 여전히 못 먹었답니다.

 


그런데 어쩐지 껍질이... 좀 변한 것 같은데요?

지네는 탈피 후 껍질을 먹어치워버리니 아무리 뒤져봐도 껍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이럴 때면 모든 걸 눈으로 확인하길 원하는 초보 사육자는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5월 3일


실이야, 제발 조금이라도 밥 먹자...


이날은 혹시나 해서 작대기에 밀웜 내장을 살짝 묻혀서 실이 입에 갖다 대 봤어요. 그런데 웬일~ 갑자기 덥석 집어 먹기 시작했어요!


4월 16일에 밀웜 번데기를 먹은 뒤 계속 굶다가 5월 3일에 처음으로 먹는 거였어요. 지네도 물만 있으면 이 정도 굶는 건 괜찮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오랜만의 식사여서인지 너무 정신없이 먹길래 잠시 밖에 꺼내 놨던 은신처를 살짝 다시 넣어 주었어요. 상관도 않고 계속 먹더군요. 다 먹은 뒤에는 밀웜 내장을 조금 더 먹였는데 그것까지 다 먹었답니다.

 

(귀요미 ♡)


5월 7일


마침 또 금방 번데기가 된 것이 있어서 반 잘라줬어요. 평소엔 귀뚜라미를 자주 먹이는데 이 시기에는 번데기를 좀 자주 먹었네요. 


밥을 흙 위에서 안 먹으면 좋겠는데 일단 먹는 것만으로 다행이어서 그냥 뒀어요.

그나저나 여전히 엄청 뚱뚱해 보이네요. 밥을 그리 자주 먹이는 건 아닌데 한 번 먹을 때마다 많이 먹어서 그런가 봐요. 확실히 제가 모르는 새에 탈피를 한 건지 분명 예전보다 몸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해요.

 

5월 18일


이번엔 귀뚜라미 배를 잘라서 줬어요.

실이는 입에 즙이 묻어야만 밥을 먹기 때문에 다른 애들에 비해 피딩이 좀 번거로워요. 그렇게 해온지 어언 반년... 제발 빨리 커서 그냥 귀뚜라미 던져주면 알아서 잡아먹으면 좋겠어요.


정신없이 먹고 난 뒤에는 또 이렇게 아무 데나 퍼져서 쉽니다.


5월 23일

 

실이에게 처음으로 자르지 않은 귀뚜라미를 줘 봤어요. 냉장고에 넣어서 기절시킨 귀뚜라미였는데 신기하게도 거칠게 공격해서 먹기 시작하더군요. 벌레 즙이 입에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나름대로 대단한 변화였어요. 탈피를 하고 나서 갑자기 사냥에 자신감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네요.

 

실이는 요렇게 작은 통에서 살아요. 벽 높이가 실이 몸길이보다 길고 벽이 미끄럽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는 못한답니다.


그래도 물론 뚜껑은 닫아 놓아요. 숨구멍이 여러 개 뚫린 뚜껑이에요. 숨구멍은 지네가 절대로 못 나갈 정도로 작은 걸 여러 개 뚫어 놔야 해요. 못 올라온다고 해도 숨구멍으로 탈출해 버릴 가능성이 0%는 아니니 주의해야 해요.

뒤에는 리니(그린보틀블루)가 은신처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네요. 언제 봐도 정말 귀여운 녀석이에요. 그 왼쪽은 렌지(오렌지 바분)네 집이랍니다.


5월 28일


실이는 실제로 요렇게 쪼그만 아이예요. 처음에 왔을 때 몸 길이가 3.5cm 안 되었는데 지금은 아마 5cm는 넘을 거예요. 제가 확인을 못 했을 뿐, 확실히 탈피를 몇 번 했다는 뜻이죠.



사실 이날 실이가 처음으로 움직이는 귀뚜라미를 사냥했답니다. 냉장고에서 기절한 귀뚜라미 말고 팔짝팔짝 뛰는 귀뚜라미를 말이에요.

원래는 조그만 핀헤드만 봐도 겁을 먹고 도망가던 애였는데 최근 확실히 애가 좀 변했어요. 그냥 좀 까탈스러운 성격이었는데 이젠 정말 사나워졌달까요?


실이가 귀뚜라미 사냥하는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음악소리 주의, 자막은 off로~) 평소에 가능하면 영상과 사진을 번갈아가며 찍는데 그 부분은 영상 말고는 찍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실이가 좀 더 큰 집에서 살고 있어요. 집을 갈아주는 얘기는 다음 실이 포스팅 때 공개할게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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