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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610-14 여섯 개의 탈피 껍질

by 라소리Rassori 202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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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효미 지난 이야기 - 최종 탈피 (우화)

이번엔 저번에 예고했던 대로 탈피 껍질 얘기부터 시작할게요.

 



이제 효미가 성충이 되어서 더 이상 탈피를 할 일이 없게 되었어요. 기념으로 효미가 저에게 온 뒤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탈피 껍질을 나란히 놓아봤어요.

총 여섯 번의 탈피를 했네요. 샵에서 두 번 정도 탈피를 한 뒤 저에게 왔나 봐요.


마지막 탈피 껍질을 클로즈업 해봤어요. 껍질이 정말 하얗고 예뻐요.



쥐미의 마지막 탈피 껍질과 비교도 해보았어요. 물론 색이 어두운 쪽이 쥐미예요.


탈피 껍질만 봐도 역시 왕사마귀가 훨씬 크네요. 몸길이의 차이 외에도 왕사마귀는 다리가 길고 얼굴이 작은 반면 넓적배사마귀는 다리가 짧고 굵으면서 얼굴이 커요.

얼굴이 큰 만큼 턱도 크기 때문에 힘에서 결코 왕사마귀에 밀리진 않을 거예요. 거기다 넓적배사마귀는 몸에 비해 낫도 크니까요. 팔만 본다면 약간 데스노트의 류크 느낌도 있어요. 

아래는 쥐미와 효미가 저에게 와서 처음으로 탈피했을 때의 껍질이에요. 이때도 역시 쥐미가 훨씬 더 컸네요.


이 당시 쥐미 몸길이가 1.5cm가 채 안 되었어요. 오타가 아니라 정말 1.5cm가 안 되었어요. 효미는 그보다도 더 작았구요. 사진이 접사라서 크게 보이는 것일 뿐이랍니다.



6월 10일


효미는 평소에 이 루바망에 붙어 있는 걸 좋아해요. 쥐미에겐 이 망이 너무 작아졌는데 효미에겐 딱 좋은 사이즈예요. (뒤에 보이는 건 예전에 살던 사람이 두고 간 커튼인데 거의 새 거여서 그냥 쓰고 있어요.)

 

왼쪽 눈을 다쳤지만 여전히 너무 귀여운 효미예요. 실제로 보면 쪼그만 게 정말 귀엽답니다.

성충이 되면서 전체가 연두색이 될 줄 알았는데 다리에 얼룩무늬가 색만 좀 연해진 채로 그대로 남아 있어요. 레오파드 무늬 레깅스를 신은 것 같은 게 언제 봐도 깜찍해요.


응가도 엄청 작아요. 어찌 된 게 귀뚜라미 성충 응가보다 훨씬 더 작답니다.



무정란은 아직 생길 때가 아닌지 배는 안 불룩해요. 그래도 아마 시간문제겠죠.


 

6월 13일


눈이 어떤 각도에서 보면 많이 상했는데 이 각도에서는 멀쩡해 보여서 얼른 찍어봤어요. 겁쟁이 효미답게 사진만 봐도 경계의 눈빛과 몸짓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겁을 내면서도 요즘은 맨날 제 손에 올라오려고 해요. 그러면 올라오게 해서 좀 놀아주는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무슨 이유인지 무는 버릇이 있거든요.

제 손뿐 아니라 자기가 올라서는 것은 다 핥아서 맛을 보고 어떨 땐 잘근잘근 물어 봐요. 다행히 입으로 후후 불면 멈추긴 하는데 가끔 정말 밥인 줄 알고 세게 물 때가 있어요. 턱 힘이 제가 보기엔 쥐미보다도 강한 것 같아요. 한 번 콱 문 걸로 피가 나더라구요.

그나마 효미는 쥐미처럼 한 번 물면 절대 안 놓는 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하지 말라고 후후 불고 조금만 야단치면 "어, 먹는 게 아니었나?"하는 느낌으로 놓아주더라구요. 겁이 많아서인지 분위기가 조금만 이상해도 얼른 놓고 눈치를 봐요.

쥐미는 눈치 같은 거 전혀 볼 줄 모르고 자기가 최고 대장인 줄 아는데 효미는 사극에 나오는 숨죽이고 사는 서자처럼 행동해요. 잘못하면 쫓겨날까봐 엄청 조심하는 그런 캐릭터 말이에요.


그냥 원래 왕사마귀 성격이 쥐미 같고(겁 없음), 넓적배사마귀는 효미 같은데(경계심 작렬) 그게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 손에서 노는 방식도 둘이 달라요. 쥐미는 신나서 이손 저손 돌아다니다가 느긋하게 그루밍을 하는데 효미는 한자리에서 고개만 제 얼굴쪽으로 돌려서 계속 경계하듯 쳐다봐요.

다 논 뒤 망으로 옮길 때도 둘이 달라요. 쥐미는 안 가려고 버티다가도 꼬리를 살살 밀면 쉽게 옮겨가는데 효미는 그렇게 하면 뭐가 자길 만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휙 돌아본 채로 가만히 있어요. 밀어도 안 가고 계속 자기를 미는 손만 노려봐서 옮기기가 쉽지 않답니다.

한쪽 눈을 다쳤어도 효미는 눈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쥐미보다 물체를 잘 봐요.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을 때도 많구요.

(귀여운 두상♡)

 

(투명한 등과 정교하고 복잡한 턱 구조)

 

6월 14일


성충이 된 이후로 효미도 쥐미처럼 밖에 최대한 꺼내 두고 있어요. 물론 쥐미와 한 공간에 두진 않구요. (절대!)


그런데 움직임이 쥐미보다 빠르고 날렵해서 효미가 나와 있는 동안은 신경이 많이 쓰여요. 효미도 한 번 자리 잡으면 몇 시간이고 그대로 안 움직이긴 하는데 일단 한 번 움직이면 너무 멀리까지 가거든요. 쥐미였다면 절대 갈 수 없을 곳까지 포함해서요. 쥐미가 팔팔하던 시절에도 한 번도 가지 않은 천장도 효미는 너무 쉽게 오가요.

그런 효미의 능력을 뒤늦게 깨닫고 집을 잘 둘러보니 효미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틈새가 곳곳에 있더군요. 한 번은 그런 틈으로 효미가 영영 사라져버린 줄 알고 어찌나 놀랐는지. 그때 그렇게 식겁한 뒤로는 무조건 눈에 보이는 곳에만 꺼내 두고 있어요. 바쁠 땐 그냥 안전하게 사육통에 넣어둡니다.

이제는 쓰다듬어도 가만있는 착하고 얌전한 효미. 정말 여린 녀석인데 앞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잘 지켜야겠어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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