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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614-30 가을, 겨울, 봄, 여름 2

by 라소리Rassori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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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커다란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쥐미 지난 이야기 - 가을, 겨울, 봄, 여름 1

 



6월 14일

 

일광욕 중인 쥐미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가에서 햇빛을 받았는데 이제는 바닥에 내려쬐는 좀 더 약한 햇빛을 받아요.

 

창가처럼 높은 곳에는 더 이상 올려 두지 못해요. 한 자리에 가만있으면 괜찮지만 혹시라도 돌아다니면 아래로 떨어질 수 있거든요. 이제 발톱이 몇 개 남지 않아서 제 팔에 붙이고 다니는 것도 못 하게 되었어요. 사용 가능한 발이 4개였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게 3개가 되니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네요.

4개였을 땐 심지어 점프도 할 수 있었답니다. 의자 위 하얀 망에 있다가 풀쩍 뛰어서 바닥에 철퍼덕~

의자랑 망을 합하면 높이가 꽤 되는데 배가 안 터진 게 기적이었어요. 어떻게 제가 막을 틈도 없이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는데 점프하는 걸 목격하고는 그제야 이해가 되었답니다. 

커다란 날개는 웃기게도 그냥 폼이에요. 효미도 그렇지만 날개를 도무지 사용을 안 해요. 쥐미의 경우엔 날개를 펄럭여 봤자 배가 너무 무거워서 소용이 없긴 한데 그래도 떨어질 때까지 안 쓰니까 좀 답답하더군요.

어쨌든 쥐미를 안 떨어뜨릴 방법은 낮은 곳에 두는 것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요즘은 계속 밑에 두고 있어요. 완전히 바닥은 아니고 한 30센티 정도의 높이는 있는데 그래도 이제는 점프도 못하게 되었고 스스로 좀 조심도 해서 떨어지는 일은 없네요.

 

 

쥐미가 항상 올라가 있던 하얀 망은 이제 효미가 물려받아서 가끔씩 쓰고 있어요. 쥐미와는 달리 효미는 까만 루바망을 더 좋아해서 많이는 안 써요.

 

 

6월 22일


말라비틀어져 있던 왼쪽 중간 발이 기어이 부서져서 떨어져 나갔어요. 못 쓰게 된 발은 차라리 이렇게 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없는 편이 걸을 때 더 편해 보이더라고요.

 

 

그 바로 뒤쪽 발은 굽은 채로 바싹 말라 있어요. 이것도 아마 곧 부서지겠죠.

 

 

발이 마르기 시작하면 가위로 잘라 주는 게 나은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잘못 잘랐다간 마취 없이 다리를 잘리는 고통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생각만 해 볼 뿐입니다.

여유롭게 일광욕을 하고 있는 쥐미. 하나씩 사라져 가는 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부디 아무 생각이 없기만을 바랍니다. 그냥 즐겁게 햇볕 쬐고, 맛있는 거 먹고, 제가 놀아주면 즐겁게 까불거렸으면 좋겠어요. 생긴 것과는 달리 엄청 까부는 녀석이거든요.

 

 

 

6월 27일


왼쪽 더듬이가 잘려 있어요. 처음 발견했을 때 바로 사진을 찍지 않고 며칠이 지나서야 찍었네요. 예전 같으면 으악! 하면서 바로 찍었을 텐데 이제 안 놀라게 되니까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게 돼요.

 

 

더듬이가 잘린 건 아마 밤사이에 까만 망(예전에 무정란 낳았던 그 커다란 망) 안에서 아직 쓸 수 있는 세 다리로 위로 올라가다가 떨어져서 그렇게 됐을 거예요.

일반 플라스틱 사육통에 넣어 두면 벽을 타지 못하니 떨어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쥐미에겐 망이 더 안전한 공간이에요.

플라스틱 통은 만약 쥐미가 앞발로 벽을 긁으면서 나오려고 하면 발이 떨어질 수 있어요. 나이 많은 귀뚜라미들을 관찰해 보니 그렇게 앞발을 많이 잃더라구요. 그래서 더듬이를 잘라먹게 되더라도 망에 넣어둡니다. (제가 잘 때만 넣어두고요, 효미처럼 젊고 팔팔한 애들은 일반 플라스틱 사육통에 망 세팅 잘해서 넣어두면 됩니다.)

 

 

그래도 더듬이는 말라비틀어진 것이 아니라 멀쩡히 기능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잘라먹으니 좀 속이 상하긴 했어요. 야단을 좀 쳤는데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더듬이 잘린 후의 변화는? 음... 움직임이 약간 더 둔해진 것 같아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6월 30일


눈이 까맣지 않을 때 밥 먹는 사진을 찍기 위해 며칠에 걸쳐 피딩 시간을 낮으로 옮겼어요.

 

 

쥐미가 먹고 있는 건 최종 탈피를 해서 갓 성충이 된 귀뚜라미의 머리 반쪽이에요. 반쪽이라 해도 성충이다 보니 양이 꽤 많아요. 원래는 저만큼까진 안 주는데 이날은 좀 많이 먹여버렸네요.

사마귀가 소화시키기엔 귀뚜라미 껍질이 너무 딱딱하다는 말이 있어서 가능한 한 갓 탈피한 말랑한 걸로 먹이고 있어요. 그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귀뚜라미가 많이 있어도 갓 탈피한 건 은근히 잘 발견이 안 되거든요. 일단 동료가 달려들어서 먼저 먹어버리는 일이 많고, 무사히 탈피해도 제가 제시간에 발견 못하면 금세 몸이 말라서 딱딱해져요.

그래서 이렇게 갓 탈피한 귀뚜라미를 도축하는 날이면 잘라서 여러 마리에게 나눠줘요. 피딩 타이밍이 영 맞지 않으면 냉동실에 얼려두고요. 우리가 고기를 얼려놓았다가 꺼내먹는 것처럼 그때그때 꺼내서 사용해요.

 

 

귀뚜라미 자른 건 꼬치 막대에 살짝 끼워서 사마귀의 낫에 쥐어주면 돼요. 사마귀가 안 다치게, 꼬치 막대를 낫으로 잡지 않게, 여러모로 요령이 필요하답니다.

손으로 주면... 사마귀가 낫으로 손가락을 콱 잡아서 맛있게 뜯어먹을 거예요. 절대 먹이를 손으로 주지 마세요.

밥 먹는 동안 또 발을 찍어봅니다. 기능을 잃은 왼쪽 뒷발에 발톱이 하나 떨어졌네요.

 

 

그래도 앞발 두 개는 아직 괜찮은데 저것도 사실 위태위태합니다.

 

 

제일 처음으로 사라졌던 오른쪽 뒷발은 마지막 마디가 새까매졌어요. 이것도 아마 조만간 부서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사실을 나열했을 뿐인데 뭔가 엄청 어두운 포스팅이 된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 꽤나 행복한 충생을 보낸 아주 럭키한 사마귀 얘기라는 거 잠시 강조하고요, 이제 사마귀 사육에 관한 얘기하면서 쥐미 6월 얘기 마무리할게요.

사마귀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최고의 애완 곤충이에요. 키우는 애들 중 솔직히 제일 귀엽기도 해요.

그런데 큰 단점이 있어요. 짧은 수명도 아니고, 무는 것도 아니고, 늙으면서 발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바로 손이 많이 간다는 거예요.

사마귀 결코 쉽지 않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타란툴라나 지네가 20배는 더 쉽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사마귀를 더 키우고 싶으니 스스로도 참 놀라워요. 그만큼 매력적인 곤충이라는 뜻이겠죠.


어쨌든 이제 7월로 접어들었네요. 놀랍게도 쥐미는 아직 살아 있고요. 아까 밥 먹은 뒤 제 침대 위에서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지금은 자고 있어요. 발이 떨어지고 더듬이가 끊기고 생명도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참 묘하게도 그저 평화로울 뿐입니다. 쥐미를 보는 제 마음도 그래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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