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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601-13 가을, 겨울, 봄, 여름 1

by 라소리Rassori 202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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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쥐미 지난 이야기 - 수박물도 먹고 발도 먹고

 


작년 가을(10월)에 태어난 쥐미가 겨울과 봄을 거쳐 여름까지 맞이하게 되었어요. 이렇게까지 오래 살 줄 몰랐는데 대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쥐미는 현재 사람으로 치면 100살을 넘긴 몸 상태예요. (저의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얘기) 한 번뿐이긴 했지만 3월에 무정란을 낳은 이후로 몸이 많이 약해졌어요.

예전에 올린 쌍별귀뚜라미 번식Five의 경우, 산란을 하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먼저 죽는 걸 볼 수 있었어요. 무정란, 유정란에 관계없이 일단 산란을 하면 암컷의 몸엔 상당한 타격이 오게 됩니다.

사마귀의 수명은 종마다 다르지만 실내에서 안전하게 키울 경우 대략 8-11개월 정도예요. 산란을 해버리면 4-5개월 정도로 확 줄어드는 일도 많아요. 쥐미도 만약 산란을 한두 번 더 했더라면 벌써 죽고 없을 거예요. 보통은 몇 번 산란한 뒤 죽는데 쥐미처럼 한 번만 하고 안 하는 경우도 있어요.

쥐미가 올 1월 초에 성충이 되었을 때만 해도 6월 포스팅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오래 살아준 덕분에 이제 7월 것까지 쓰게 생겼네요. 높은 확률로 7월 일상이 마지막 얘기가 되겠지만요.

저의 절지동물이 죽는 일은 제가 사육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반복해서 일어날 텐데 그냥 부담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물의 라이프 사이클에 관한 단순한 관찰 기록으로서 말이에요.

제가 남기는 저의 절지동물 사육 기록들이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적인 자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2020년 6월 1일


사마귀답게 늘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걸 좋아하던 쥐미. 몸이 불편해서 이제는 정자세로만 쉴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커다란 낫의 라인은 변함없이 참 멋져 보입니다. 손이 있어야 할 곳에 낫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마귀는 멋짐awesome 그 자체입니다.

 



6월 3일


쥐미가 창밖에서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들을 보고 있어요.

사마귀는 고양이처럼 창밖을 보는 걸 좋아해요. 신기하게도 밖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자신이 닿을 수는 없는 위치에 있다는 걸 안답니다.

 

 

 

(똑똑이)

 

 

6월 5일


포즈가 왠지 신기해서 찍어봤어요. 이렇게 보니 중간에 두 다리들의 역할이 참 크네요. 항상 6개의 다리를 모두 사용해서 걷고 뛰는 귀뚜라미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큽니다. 


먹이 양을 조절해서인지 배는 저기서 더 줄지도 않고 더 커지지도 않고 있어요. 분명 무정란이 어느 정도 차있기는 한데 알을 낳을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라는 걸 쥐미 몸 스스로가 아는 것 같아요.

어차피 낳지 않을 거면 아예 안 생겼더라면 좋았을 텐데 괜히 저렇게 무겁게 들어차서 움직임만 불편하게 되었네요.



6월 9일


쥐미가 밥 먹는 시간은 매일 새벽 1시쯤이에요.

사마귀는 어두워지면 눈이 까매지는데 그 탓에 이 시기의 모든 피딩 사진이 호러예요. (제 눈엔 전혀 호러 아니지만요) 쥐미의 눈이 까맣지 않을 때 밥 먹는 모습을 찍으려면 아무래도 식사 시간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그저 앙앙 밥을 먹고 있을 뿐인 순수한 아이임)

 

6월 10일


쥐미의 왼쪽 뒷발이 이상해졌어요. 발 색깔이 어둡게 변하더니 더 이상 기능을 못하게 되었어요. 낙엽 마르듯 그대로 말라 버려서 발이 닿는 곳을 발톱으로 잡는 것도 이제 못해요.


이제 뒷발은 양쪽 모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왼쪽 중간 발도 기능을 잃었으니 이제 낫 두 개와 오른쪽 중간 발만 남았습니다.



못 쓰게 된 발이라도 예전처럼 먹어버리지는 않고 있어요. 더는 발을 입까지 당겨서 빨고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에요.

어쨌든 발이 사라지는 미스터리가 어느 정도 풀려서 속이 후련하네요. 원인은 단순한 "노화"였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제가 다치게 한 것이 아니었어요.

너무 오래 사니까 발이 하나씩 기능을 잃어가는군요. 제가 만약 쥐미만큼 오래 사는 사마귀를 또 키우게 된다면 그때 또 발이 어떻게 되는지 관찰해 봐야겠어요. 노화의 과정은 개체 간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6월 13일


쥐미는 제 손에서 이렇게 있는 걸 정말 좋아해요. 버릇을 좀 잘못 들였나봐요. 이렇게 해주느라 요즘 팔이 좀 아프네요.


이 상태에서 한손으로 폰으로 할일들을 해요. 복잡한 작업은 보통 미루고 영상을 보거나 리디북스 앱으로 책을 읽어요. 그럴 때면 쥐미도 열심히 폰 화면을 들여다 본답니다.

 

쥐미는 이제 제 손이 저의 일부분인 걸 알아요. 한 번 먹어봤기 때문에 (피맛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 맛을 알지만 물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쓴답니다. 물어도 금방 놔주고요.

반면 효미는 제 손이 저의 일부인지 아직 몰라요. 앞으로도 쭉 모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쥐미는 지금 약간 영물의 상태인데 효미는 그냥 벌레예요. 근데 그런 면이 정말 귀엽기도 하답니다. 얼굴만 봐도 웃겨요.

효미는 사실 얼굴 생김새로 웃기는 게 많은데 쥐미는 행동으로 웃겨요. 뭔가 애교가 있는데 그 느낌을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저를 엄청 쳐다보는데 강아지가 들떠서 쳐다보는 느낌이에요. 장난기가 가득해요.

효미 역시 엄청 쳐다보지만 효미는 "저 무서운 괴물이 또 나를 보고 있어!"라는 느낌으로 쳐다봐요. 표정은 물론 몸도 바짝 긴장 상태이구요.

쥐미는 언제나 여유만만~ 항상 완전히 풀어져 있어요. 세상에 자기 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루밍도 여전히 잘해요. 하는 횟수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요.


눈이 좋아서 멀리서도 저를 보면 가까이 오려고 해요. 특히 성충이 된 이후부터는 너무 저한테 오려고 해서 강아쥐미라는 별명도 붙여줬답니다.

 


6월 얘기 한 번에 다 풀려고 했는데 내일 이어서 할게요. 별로 찍어둔 사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네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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