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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아성체 카엥이 20200610 -13 집갈이

by 라소리Rassori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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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거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카엥이 지난 이야기

 

 



6월 10일


오늘은 카엥이 집을 갈아 주는 날이에요. 카엥이를 꺼내야 해서 사육통 뚜껑을 열었어요.

 

앗, 오른쪽을 보니 예전에는 없던 땅굴이 새로 생겼네요. 물통에까지 흙이 튀어 들어간 걸 보니 어지간히도 거칠게 파댔나봐요.

 


저희 집 타란툴라들은 꼭 이렇게 이사하기 직전에 새로운 걸 만들어 두네요. 부수기 미안하게 말이에요.

 

 

은신처 뒤쪽에 비상구는 원래 있던 거예요. 렌지 다음으로 겁이 많은 카엥이답게 도망갈 구멍을 많이도 만들어 뒀네요.

 

 

카엥이도 이제 렌지처럼 큰 집으로 옮겨 갈 거예요. 꽤 많이 자랐으니까요.

 

렌지 이사 때 겪은 시행착오 덕분에 카엥이는 더 큰 은신처가 미리 다 준비되어 있어요. 인두기로 사육통 환기 구멍도 다 뚫어 둔 상태구요. 모든 게 다 갖추어진 집에 몸만 오면 되는 거죠.

 

 

이제 카엥이가 들어 있을 헌 은신처를 통째로 옮길 거예요.

 

 

더러운 흙이 최대한 떨어지지 않도록 살짝...

 

 

그리고 거꾸로 뒤집은 뒤 해체 작업을 시작합니다. 흙을 조금씩 떼어내서 헌집으로 던져 넣는 작업이에요. 타란툴라가 다칠 수 있으니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해야 해요.

 

 

흙을 조금씩 조금씩 떼어내다 보면 요렇게 카엥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진 중간쯤에 까만 다리 두 개)

 

 

이대로 새 은신처 안으로 몰아넣으면 돼요. 타란툴라는 보통 엉덩이를 살살 밀어주면 앞으로 가거든요. (또는 로켓처럼 어딘가로 튀어나가거나요.)

 

 

이렇게 보면 잠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분간 밀고 있는 거랍니다. 놀라서 얼어붙은 건지 도무지 나갈 생각을 안 하네요.

 

좀 가. 가라고, 이 녀석아... 안으로 들어가라고~

 

 

아, 드디어 들어갔어요. 이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짜식, 귀엽네...)

 

이번엔 탈출도 안 하고 말썽 부리는 것도 없이 너무 쉽게 끝났어요. 매번 이 정도만 되어도 정말 편하겠어요.

 

이제 헌집에서 탈피 껍질을 꺼내 볼 거예요.

 

조금 뒤적거리니 바로 보이네요.(중간쯤에)

 

 

이렇게 쑥쑥 잘 성장하는 카엥이, 너무 기특해요.

 

 

번에는 탈피 껍질이 많이 부서졌네요.

 

 

독니는 뒤로 젖혀져서 잘 보이지 않아요.

 

 

문득 카엥이가 탈피하는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카엥이도 리니처럼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줄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새집에 바닥재는 렌지네 집(왼쪽)처럼 높게 깔아줬어요. 쉽게 자리 잡으라고 은신처 입구 아래쪽에 코코피트를 살짝 위로 쌓아놓기도 했어요. 렌지 이사 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못해준 걸 카엥이 때는 전부 잘 챙겨서 해줄 수 있었네요. 역시 이런 건 맨 처음 하는 거미가 손해예요.

 

 

이번에 바닥재를 왕창 쓰는 바람에 리니 집 갈아줄 때는 바닥재를 새로 또 주문해야 했답니다. 벌러지닷컴에서 주문했는데 물건 고르면서 타란툴라도 한 마리 추가하고 싶은 걸 겨우겨우 참았어요. 이렇게 덩치 큰 사육통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는 건 아무래도 좀 곤란하더라구요.

 

현재 엄청 큰 사육통 사용자들: 왕지네 톨미, 넓적배사마귀 효미, 귀뚜라미 단체1, 단체2

중간통 사용자들: 타란툴라들 셋, 공벌레들

작은통 사용자: 조만간 한 단계 더 큰 통으로 갈 것 같은 아기 지네 실이

그 외: 밀웜 사육통 세 개

 

 

이제 카엥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볼게요. 앞쪽 다리들로 얼굴을 가린 스트레스 포즈, 오랜만에 등장이군요.

 

 

위 사진이 오후 3-4시쯤 찍은 건데 9시간 후쯤 보니 밖으로 나와 있더라구요. 아직 많이 어리둥절하겠죠.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이렇게 훨씬 더 큰 집으로 옮겨주면 신날 텐데 타란툴라는 그저 울고 싶은 심정일 것 같아요.

 

 

 

6월 11일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카엥이가 사육통 뚜껑에 붙어 있길래 얼른 사진을 찍었어요.

 

 

카엥이나 렌지는 이사만 했다 하면 왜인지 저렇게 사육통 뚜껑이나 벽에 붙어 있을 때가 많네요.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어요. 소중한 집을 강제로 뺏기면 많이 속상할 텐데 사람이 아니고 타란툴라니까 조금만 속상하고 자기가 왜 속상한지 잊어버리면 좋겠어요.

약 12시간이 지나고 밤이 되었어요. 이제 흙을 파고 들어가서 숨어 있네요. 아직도 많이 무서운가봐요. 그래도 보통 카엥이는 렌지 만큼은 긴 방황을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6월 13일

 

그로부터 이틀 후, 역시 예상대로 카엥이는 새 보금자리에 자리를 잘 잡아가기 시작했어요. 은신처 입구는 벌써 거미줄로 대충 막아버렸네요. 새집 공사가 이제 막 시작되어서 당분간 카엥이가 고생이 많겠어요.

 

카엥이의 덩치에 비해 사육통이 좀 큰 편인데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기대되네요.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봐서는 공간의 반도 제대로 사용 안 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어쨌든 카엥이가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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