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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귀뚜라미 다리 재생 기록 2탄 - 앞다리와 뒷다리 1

by 라소리Rassori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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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곤충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제발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귀뚜라미 다리 재생 기록 1탄

 



8월 10일


또 핀헤드 한 마리를 구출해 냈어요. 이번엔 탈피 도중 오른쪽 앞다리와 중간 다리를 동료에게 뜯어 먹힌 녀석입니다.

 

보통 머리나 어깨부터 뜯어먹혀서 죽기 때문에 다리를 잃는 정도에서 끝났다면 행운이라 할 수 있어요. 귀뚜라미도 사마귀처럼 탈피 시 뒷다리와 꼬리 끝부분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데 그게 다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앞쪽을 뜯어 먹히는 거죠.

 

이번 녀석의 경우 어떻게 이렇게 앞다리 하나랑 중간 다리 하나만 먹히고 도망갈 수 있었는지 참 신기합니다. 안 봐도 얼마나 필사적이었을지 상상이 가기도 해요.

 

이번 녀석의 이름은 "ㄷ"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후에 알려드릴게요. 일단 현재 ㄷ의 몸길이는 5mm가 채 안 돼요. 핀헤드치고는 큰 편이어도 실제로 엄청 작은 새끼 귀뚜라미예요. 톡 치면 죽는 크기죠.

 


앞발이 없다 보니 입이 바닥에 닿아요. 조그만 게 참 안쓰러워요.

 

 

자세히 보니 오른쪽 뒷다리도 몇 입 뜯겼군요. 살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어요. 

 


이런 몸상태로도 머리를 힘껏 숙여서 그루밍을 합니다.

 

 

머리나 몸통 쪽을 조금만 뜯겼어도 살기는 힘들어지는데 다행히 중요한 부분들은 멀쩡하네요.

 

 

상추와 밀기울을 줬더니 상추 속으로 쏙 숨어버렸어요.

 

(진짜 하나도 안 보이니까 안심해!)

 

앞으로 이 사육통 안에서 ㄷ을 관찰해볼 거예요. 부디 다리 재생이 잘 되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지금 상태로는 움직임이 너무 불편해 보여요.

 

 


8월 14일

 

구출된 지 나흘만에 ㄷ이 탈피를 했어요. 몸 색이 꽤 어두워진 걸 보니 탈피하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아요.

 

그런데... 무사히 탈피 잘했구나 하면서 보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아뿔싸. 탈피 껍질이 뒷다리에 끼였군요. 탈피 부전이 일어나버렸습니다. 탈피 부전은 탈피를 하며 성장하는 절지동물들에겐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죠.

 

 

다리 재생은 커녕 다리가 더 없어졌군요. 만약 처음에 구해내지 않고 그대로 사육통에 뒀다면 깔끔하게 먹혀버렸을 상황입니다.

 

탈피를 위해 경사진 곳도 만들어두고 다 해놨지만 몸을 지탱하고 당겨줄 다리들이 모자라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탈피엔 습도도 중요한데 그 부분은 여름철이라 걱정할 부분이 아니었구요.

 

탈피 껍질에 끼여버린 즉시 도와줬더라면 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다리가 뚝 끊길 수도 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어요.

 

그래도 일단은 꺼내 줘야겠죠. 이럴 땐 잘못하면 다리 전체가 끊길 수 있으니 탈피 껍질을 물로 약간 적셔줘야 해요. 그런 뒤 이쑤시개의 도움을 받아서 살살 다리를 빼내 봤어요.

 

 

그야말로 참혹한 상태군요. 앞다리들도 거의 재생이 되지 않았고 뒷다리 상태도 말이 아니에요. 예상한 것보다 더 심각하네요.

 

오른쪽 뒷다리는 이제 완전히 기능을 잃은 것으로 보여요. 다음 탈피 때 잘 빠져나오게 하려면 무릎 아래 부분까지 가위로 잘라 주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일단은 그냥 둬 보기로 합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ㄷ을 냉동실 안락사 시켜야 하는지가 고민이 되는 상황이에요. 거의 오른쪽 전체를 잃은 상태라 스스로 여기저기 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게 되었어요.

 

다음 탈피 때 왼쪽 다리들만으로 과연 껍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요. 솔직히 별로 희망은 갖지 않게 되네요.

 

 

8월 19일

 

ㄷ이 5일 만에 또 탈피를 했어요. 여름이다 보니 성장 속도가 초고속이에요.

 

하지만 지금 성장 속도가 문제가 아니죠. ㄷ이 살았어요. 탈피 껍질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거기다 앞다리와 중간다리도 꽤 많이 재생되었군요! 뒷다리는 제가 잘라주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적당히 잘려나갔네요. 탈피 껍질은 ㄷ 스스로 거의 다 먹어치웠고 아주 팔팔한 모습이에요.

 

이날 이 녀석에게 ㄷ이란 이름이 붙여졌어요. 힘든 상황을 이렇게 극복해 낸 게 너무 대박이어서 "대박"의 ㄷ을 따온 것이죠.

 

 

살았구나, ㄷ아! 정말 다행이야! ^^

 


몸은 여전히 많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전 단계에 비하면 이젠 정말 살 만한 수준입니다. 탈피도 잘하고 밥도 잘 먹고 너무 기특해요.

 

 


8월 23일

 

ㄷ이 또 탈피를 했어요. 겨우 나흘 만이에요. 성장이 너무 빨라서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라는 게 실시간으로 보일 것만 같아요.

 

그나저나 이번엔 앞다리들이 엄청나게 재생되었네요. 이젠 꽤 쓸만한 다리들이 되었습니다.

 

 

뒷다리는 뜯어 먹혀서 울퉁불퉁해진 부분은 잘 낫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탈피 부전으로 거의 다 떨어져 나갔던 종아리가 약간 더 길어졌네요.

 

이번 탈피 후엔 꽤 많이 큰 것 같아요. 그래도 실제로 그리 크진 않아요. 몸길이가 1cm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생각보다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눠야겠어요. ㄷ의 다리 재생 얘기는 다음에 마무리하도록 하고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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