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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807-09 코 잠든 귀요미

by 라소리Rassori 202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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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효미 지난 이야기 - 기묘한 행동

 



2020년 8월 7일

 

이날도 효미의 주요 일과는 평소와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물 마시고, 한참 잔 뒤 밥 먹고, 또 한참 잔 뒤 오후 2-3시쯤이 되면 깨어나서 저랑 같이 놀죠.

 

 

여전히 매일 다양한 표정과 포즈로 저를 웃게 만든답니다. 애교도 점점 늘고 있어요. 제 시야 안에 둬야 해서 멀지 않은 곳에 두는데 자꾸만 저한테로 오는 게 정말 이뻐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효미가 머리가 꽤 좋은 것 같아요. 어쩌면 쥐미보다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런데 곤충들은 후각이 정말 좋은가봐요. 귀뚜라미든 사마귀든 손에 얹어놓고 좀 있으면 자기가 서 있는 곳이 고기라는 걸 희한하게 알거든요. 와, 고기다 하는 느낌으로 콱 물어요. 이때 귀뚜라미는 이빨이 좀 뭉툭해서 따끔하기만 한데 사마귀는 무는 순간 피부가 뚝 잘려요. 바로 힘껏 물지 않고 살살 핥아보다가 물 때도 있고요.

 

효미는 처음엔 핥는 과정 없이 맛있게 냠냠 물더니 요즘은 좀 눈치를 봐요. 아래 사진처럼 살살 핥으면서 간을 보죠. 그러면 전 얼른 후!하고 불어서 못하게 한답니다.

 

 

참 희한하게도 지능은 있어가지고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안 해요.

 

그런데 이건 사마귀마다 달라요. 특히 배가 고플 때는 아무리 불어도 쉽게 안 물러나니 조심해야 해요. 이성을 잃고 먹으려 들 것입니다. 그럴 땐 얼른 서둘러서 루바망이든 종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사마귀의 입과 피부 사이에 밀어 넣어야 막을 수 있어요. 

 

(괜히 발 그루밍 중~)

 


8월 8일


밥 다 먹은 뒤 오물오물~

 

 

 

8월 9일

 

하루 종일 까불까불 돌아다닌 뒤 꿈나라로 가버린 효미의 모습이에요. 이렇게 제 눈앞에서도 속 편하게 잘 자요. 혹시 사마귀 자는 모습이 궁금하셨다면 지금 보신 겁니다.

 

 

이렇게 한 번 잠들면 몇 십분 또는 몇 시간을 꼼짝도 안 한답니다. 12시간 넘게 잔 적도 있어요.

 

이때 손을 갖다대면 깜짝 놀라서 공격할 수 있으니 사마귀를 옮기거나 깨워야 하면 반드시 루바망 같은 도구를 사용해 주세요. 사마귀가 천천히 올라올 수 있도록 얼굴 아래쪽으로 도구를 살짝 가져다 대면 됩니다.

 

참고로 효미가 붙어 있는 까만 망은 쥐미가 무정란 낳았던 그 곤충망이에요. 지금은 효미가 아주 잘 쓰고 있죠.

 

그나저나 사실 저 이날 또 효미한테 물렸답니다.ㅠ

 

제가 효미에게는 아침, 오후 6시, 자기 직전, 이렇게 하루 3번 물을 먹이거든요. 생수병 뚜껑에다 생수 담아서 입 근처 가져다 대서 먹이는 방법으로 하고 있어요. 그냥 두면 너무 과하게 많이 마셔서 조절을 좀 해주고 있죠.

 

그런데 이날 따라 안 마시더라구요. 저는 평소에 할 게 많다 보니 효미가 그런 걸 바로바로 안 해주면 초조해져요. 그래도 좀 느긋하게 대해줘야 하는데... 효미 앞에서 물그릇을 까딱까딱거리고 말았답니다.

 

사마귀 앞에서는 절대 뭔가를 그렇게 움직이면 안 돼요. 흔들흔들, 까딱까딱 다 안 돼요. 먹이로 인식해서 바로 낫으로 잡아버리거든요.

 

저는 잡아 봤자 물그릇이겠지 라는 생각에 그렇게 했던 거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그릇 뒤에 있는 제 손가락을 콱 잡아버리더라구요. 그것도 물그릇을 잡고 있는 검지랑 엄지도 아니고 뒤쪽에 숨어 있던 약지를 말이에요. 효미 눈에는 고놈이 움직이는 게 맛있어 보였나 봐요. 

 

아무튼 그렇게 또 잡혀서는 그 즉시 냠냠~을 당했답니다. 저번에 올린 다친 손가락 사진만큼은 아니었지만 또 피가 터져버렸어요. (그 뒤로 오늘인 9월 9일까지는 무사한 상황)

 

그나마 다행히 효미는 손을 잘 놔주는 편이에요. 쥐미 같은 경우는 일단 잡으면 낫을 절대로 풀지 않았거든요. 얼굴에 물을 살살 틀어야만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효미는 그냥 무는 걸 방해만 좀 하면 순순히 물러나요.

 

방해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이냐면, 앞서 말했든 뭔가 사마귀 입 밑으로 집어넣는 거예요. 저는 물건을 아무렇게나 던져놓는 일이 많다 보니 그럴 때는 편해요. 한번은 책상 위에 굴러다니던 1회용 플라스틱 빵칼로 공격을 막아낸 적도 있답니다. 빵칼을 효미 입과 제 피부 사이로 살살 밀어 넣는 거죠. 그런 얇고 딱딱한 물건이 사마귀 공격 막기에 참 좋더라구요.

 

이제 효미가 제 손이 저인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눈치인데 그래도 역시 방심해서는 안 되는 거였네요.

 

다음 효미 포스팅은 8월 16일로 껑충 뛰어넘어갑니다. 9일이랑 16일 사이엔 촬영을 안 했더라구요. 그럼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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