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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층간흡연 - 화장실 환풍기 계속 틀어뒀을 때의 전기세

by 라소리Rassori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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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이미지: illustAC

 


제가 인천 송도로 이사 온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어요. 고작 반년인데 늘 이곳에서 살았던 것처럼 이제는 지금의 집과 동네가 익숙해졌네요. 주위에 맛집도 많고 친한 지인들도 가까이 사는 데다가 크고 예쁜 공원들도 있어서 살기에 정말 좋아요.

 

그런데 참으로 아쉽게도 이웃 하나를 잘못 만났답니다. 바로 아래층에 사는 흡연蟲이에요. 제가 말로만 듣던 층간 흡연의 피해를 당하며 살고 있다는 거죠.

 

그나마 다행인 건 매일 그렇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한 1주일 잠잠하다가 "어, 웬일이지? 담배 끊었나?" 싶으면 그때부터 또 며칠 팍팍 피워서 사람을 괴롭히는 식이에요. 담배를 피우는 그 기간엔 하루 세 번 정도를 피우는데 그 피해가 의외로 상당해요. (피우는 입장에선 그걸 잘 모르나봐요.)

 

일단 시작은 새벽 4-6시 사이예요. 독한 냄새에 제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되죠. 이때는 제가 잠결이다 보니 이성이란 게 없어요. 거의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다시피 내려와서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야아아 너 땜에 나 잠 깼잖아!!" 하면서 욕실 슬리퍼 신은 채로 욕실 바닥을 발로 쾅쾅 굴러요. 그렇게 씩씩거리고 나면 잠이 확 달아나버린답니다.

 

2차로 냄새가 들어오는 건 오전 한 10-11시, 3차는 오후 한 4-5시쯤이에요. 한 번은 이불 빨래를 한 뒤였는데 그때의 냄새로 이불에 담배 냄새가 배기도 했죠. 가끔 밤에 4차 공격도 들어오는데 다행히 드물어요.

 

냄새는 보통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서 들어와요. 근데 화장실 쪽에서 냄새가 안 나는 날도 어디선지 모르게 냄새가 집안으로 스며들어올 때가 있어요. 긴가민가 싶을 정도로 은근히 풍기는 그 냄새에 나중에는 머리카락이랑 옷에 냄새가 다 배이게 돼요. 이 정도라면 제가 밖에 돌아다니면서 담배 냄새를 몸에서 풍길 것도 같고, 담배를 피운다는 오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 문제 때문에 맨 처음 했던 행동은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 알리는 것이었어요. 건물 내에는 그 사람 말고도 흡연蟲이 몇 있나 봐요. 제가 관리 사무실에 알리기 이전부터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방송이 몇 번 나왔거든요.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상관도 않고 담배를 피워대요. 심지어 제가 사는 층에 어떤 사람은 밀폐된 복도에서도 종종 담배를 피우는 만행을 저지른답니다. 냄새가 잘 안 빠져나가게 되어있는 곳이라 관리실 직원분들도 엄청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방송하는 것 외에도 관리실에서는 엄청 큰 손글씨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글씨를 적어서 복도 벽에 여러 장 붙여두기도 했어요. 크고 거친 글씨체여서 보기에 흉측할 정도였어요. 원래는 프린트해서 점잖게 붙여두었는데 전혀 소용이 없어서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런 살벌한 손글씨마저도 그들에겐 별 효과가 없었어요.

 

결국 제가 쪽지를 적어서 아래층 사람 집 문에다 붙여두기도 해 봤어요. 그나마 이건 한동안 효과가 있었어요. 결국 예전으로 돌아왔지만요.

 

쪽지에는 제가 호흡기가 약하고(실제로 좀 약해요) 새로 빤 이불에 냄새도 다 배고 새벽에도 깬다고 적었어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다시는 안 할 법도 한데 또다시 피워대더라구요. 그래서 또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이제는 그분들도 더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아래층 사람이 나이가 좀 있는 남자인가 본데, 주의를 주면 "내가 내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우냐!" 이런다네요.

 

제 주위에 이 얘기를 하니까 요즘도 그런 사람이 있냐고 해요. 요즘은 다들 나가서 피우는데 신기하다고...

 

아무튼 그래서 더는 방법이 없어서 이제는 환풍기를 자주 돌리고 있어요. 특히 화장실 환풍기는 꼭 틀어두고 자요. 그러면 제가 새벽에 깨는 일이 없을 정도로 냄새가 차단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집안에 기계 하나가 계속 돌아가고 있으면 전기세가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래서 한번 알아봤어요. 검색을 해보니 화장실 환풍기는 보통 12w이고 많아야 30w가 넘지 않는다고 하네요. 24시간 틀어둘 경우 누진세 다 따져서 한 달에 한 3,000-3,300원 정도 나온다고 해요. (집마다 환풍기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저는 24시간까지는 아니고 하루에 대략 10-12시간 정도 틀어둬요. 하지만 적은 돈이라 해도 그런 사람 때문에 내 돈이 나가는 걸 생각하면 짜증이 나요. 담배 냄새가 배어든 내 빨래 비용, 환풍기 전기세, 내 호흡기 건강 해친 것 등등 다 따져서 고소해버리고 싶기도 해요.

 

실제로 물질 피해가 일어났다면 (예: 층간소음으로 윗집 문을 발로 차서 문이 부서졌다거나 하면) 고소하고 피해 보상받는 것이 가능하다던데 층간 흡연의 피해도 그 피해본 것을 증명할 길만 있다면 고소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사례들이 좀 나왔으면 참 좋겠어요!)

 

검색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의외로 층간흡연 피해로 24시간 내내 환풍기 켜 두는 집들이 많더라구요. 이웃이 그 정도의 피해를 호소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안 그래야지 왜 그렇게 대화가 안 통하는 걸까요? 세상에 태어난 김에 인류에 도움이 되진 못할 망정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매일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사는 마인드가 잘 이해가 안 돼요.

 

전 솔직히 길빵까지는 이해해주는 사람이거든요. 물론 그것도 너무 싫지만 흡연자들을 너무 몰아만 가지 말자는 생각에서 말이에요. 그래도 남이 사는 집에 냄새가 들어차게 하는 행동은 정말 상식 밖인 것 같아요. 저는 매일 겪는 일은 아닌데도 간접흡연으로 니코틴 중독될 것 같은데 어린애들 키우는 분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시는지... 24시간 환풍기 켜 둘 정도로 매일 흡연 피해를 입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그나마 전 위층은 잘 만나서 다행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층간흡연이 층간소음보다 더 괴롭다고 하는데, 정말 제대로 된 층간소음을 수년간 겪어 보면 그런 소리 안 나올지도 몰라요.ㅎㅎ 전 층간소음이 훨씬 더 끔찍하네요. 

 

일단은 환풍기에 의존해가며 이 정도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수밖에 없겠어요. 부디 다음에 이사 갈 집에서는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길 바래봅니다.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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