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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816-18 상체 댄스

by 라소리Rassori 2020.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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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효미 지난 이야기 - 코 잠든 귀요미

 


 

8월 16일


이번 얘기는 즐거운 피딩 타임으로 시작할게요. 착하게 주는 대로 잘 먹는 효미의 모습이에요.

 

효미는 성충 암컷이기 때문에 밥을 많이 주면 무정란이 만들어질까 봐 하루에 한 번씩 소식시키고 있어요. 양은 소형 귀뚜라미 1.5마리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일단 한 마리 먹인 뒤 나머지 0.5마리는 귀뚜라미, 밀웜, 번데기 중 하나를 조금 잘라서 채워줘요. 아래 gif에 보이는 것처럼 많이 작은 귀뚜라미는 2마리씩 먹이기도 해요.

 

 

이 피딩 방식은 일단 사마귀의 배를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해요. 배가 불러온다 싶으면 무정란이 이미 생기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굶기면 안 되고요.

 

제 경우 효미의 배를 포함해서 행동이 활발한지, 기운이 없는지 잘 관찰해가면서 음식양을 조절하고 있어요. 일단 아직까지 무정란을 산란하는 일 없이 활발하게 잘 지내는 걸 보면 최소한 이틀에 한번 왕창 먹이는 방식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쥐미가 그런 피딩 방식으로 금세 배가 불러왔고 성충이 된 지 2개월 반 정도만에 무정란을 산란했으니까요. 그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고, 알 낳기 전까진 배가 너무 무거워서 내내 고생을 하기도 했죠.

 

참고로 이때 핀셋 피딩을 했는데 제가 잘 쓰는 방법은 아니에요. 보통 핀셋으로는 저렇게 스무스한 피딩이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답니다. 사마귀의 경우 핀셋을 콱 잡고 안 놓고 버티면서 낫을 다치기도 하기 때문에 그냥 비틀거리는 귀뚜라미를 바닥에 놓아두는 게 제일 좋아요. 효미는 똑똑해서인지 아예 안 움직이는 귀뚜라미도 알아서 잘 주워 먹더라고요.

 

 

8월 17일


다이소 삼각대 리뷰에 효미 등장ㅋㅋ 이 포스팅 올리면서 곤충 싫어하는 분들이 놀라실까 봐 좀 걱정이 되었어요. 19일에 올렸지만 촬영은 17일이었어요.

 


8월 18일


요즘 효미는 제가 책상에 있는 내내 제 곁에 있어요. 정신없이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해요. 저한테 와서 제 손등 위로 올라올 때도 많은데 그때는 웬만하면 함께 놀아줘요.

 

이제는 드디어 제 손을 물진 않는데 그래도 늘 제 손을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예요. 예전처럼 바로 맛있게 씹지는 않고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 피부를 할짝거려요.

 

귀엽긴 하지만 그대로 뒀다간 핥는 것에서 씹는 걸로 넘어갈 거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후후 불어주고 있어요. 마치 맹수의 눈앞에 맛있는 생고기를 흔들면서 먹지 말라고 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놀아줄 땐 손보다는 루바망을 이용할 때가 많아요. 루바망 위에 붙여둔 채로 쓰다듬고 뽀뽀해주면 엄청 좋아한답니다. 그렇게 해주면 안정감을 느끼는지 더 이상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고 루바망에 붙은 채로 코 잠들어요.

 

루바망에 얹은 채로 조금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가면 아래 사진들처럼 약간 긴장하기도 해요. 효미는 평소와 다른 장소에 두면 긴장해서 그 자리에 몇 시간씩 가만히 숨죽이고 있기도 한답니다. 같은 집안이지만 조금만 옮겨 가도 효미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느껴지나 봐요.

 

우리 왜 여기 있냐는 듯 갸우뚱~

 

 

효미 특기: 긴장하면 상체만 좌우로 까딱거리기 😂

 

 

ㅎㅎㅋ

 

 

ㅍㅎㅎ

 

 

이러는 걸 동영상으로도 찍은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체크해 보고 없다면 찍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표정도 그렇지만 하는 행동이 정말 웃기는 녀석이에요. 이때 날이 좀 어두웠는지 사진이 그리 선명하게 나오지 않은 게 아쉽네요.

 

(너의 시선은 늘 나를 찾고 있지♡)

 

밥도 너무 귀엽게 잘 먹어요.

 

눈을 양쪽 다 사육통에다 문지르는 바람에 노릇노릇하게 흉터가 남았네요. 대체 뭘 한 건지 오른쪽 더듬이도 끝 쪽이 꺾여 있어요.

 

 

효미는 밥 먹은 뒤엔 한참 낮잠을 자기 때문에 푹 자라고 효미에게 익숙한 창가로 자리를 옮겨 주었어요.

 

밝은 곳으로 가니 눈에 상처가 잘 보이네요. 예전엔 속상했는데 이젠 상처도 귀여워 보여요.^^

 

 

사마귀 눈이 저렇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눈을 사육장 벽에 안 문지르는 사마귀들도 많지만 효미처럼 어떻게든 나와보려고 문지르는 사마귀도 많거든요. 너무 문질러서 다친 부분이 까맣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나마 효미는 노릇한 것에서 끝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 문지르는 것도 종령 때랑 성충 초반 때만 그러고 그 뒤로는 안 그러더라구요.

 

24시간 풀어뒀다면 저런 상처가 생길 일은 없었겠죠. 그래도 제가 밤에 잘 때랑 외출할 때는 효미의 안전을 위해 가두어 둘 수밖에 없어요.

 

사마귀를 풀어둘 때는 반드시 사육자의 시야 안에 둬야 해요. 사마귀 혼자 돌아다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다칠 수도 있고, 사람이 밟거나 물건을 떨어트릴 수도 있고, 집안 곳곳에 있는 구멍이나 틈으로 들어가서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사마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자유를 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그냥 계속 사육통 안에 두는 게 사마귀의 안전을 위해서는 최고인 것 같아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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