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절지동물/먹이곤충

귀뚜라미 다리 재생 기록 2탄 - 앞다리와 뒷다리 2

by 라소리Rassori 2020. 9. 13.
320x100

*이 포스팅은 곤충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제발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이 이야기는 귀뚜라미의 오른쪽 다리 두 개가 아예 없는 상태인 1편부터 시작됩니다.

 

앞다리와 뒷다리 1편

 



8월 28일


ㄷ이 5일 만에 또 탈피를 했어요. 이번에도 탈피 후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발견해서 몸 색이 거의 까매져 있네요.

 

다행히 이번에도 탈피 부전 없이 잘 끝났어요. 완전히 떨어져 나갔던 뒷발도 다시 생겼구요. 앞쪽 두 다리는 이제 거의 완벽한 상태가 되었네요. 

 

 

다만 허벅지에 생긴 상처는 잘 낫지 않고 있어요.

 

참고로 예전 다리 재생 포스팅에 등장한 계미나 ㅊ의 경우를 보면 종아리가 잘리면 재생이 되었으나 허벅지가 잘리면 재생이 안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번 ㄷ의 경우를 봐도 허벅지는 일단 한 번 크게 다쳐버리면 재생이 힘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녀석 암컷이군요. 날개싹들과 함께 꼬리 쪽에 산란관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왕이면 수컷이길 바랐는데 아쉽네요. 암컷은 교미를 시키지 않아도 무정란 때문에 힘든 삶을 살기 때문에 벌써부터 딱해집니다. ㄷ도 아마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알을 낳게 될 거예요.

 

 

 

8월 30일

 

그냥 계속 먹어대는 ㄷ입니다. 볼 때마다 "저러다 배 터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와중에 겨우 재생된 오른쪽 뒷발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귀엽네요.

 

 


9월 2일

 

ㄷ이 또 탈피를 했어요. 이번엔 5일만이네요. 이제 어엿한 종령 귀뚜라미가 되었습니다. 탈피가 딱 한 번 더 남은 거예요.

 

 

이젠 한 번도 안 다쳤던 귀뚜라미랑 크게 다를 게 없네요. 오른쪽 뒷다리 발톱이 아직 없는 것과 허벅지에 상처만 빼면 말이에요.

 

 


ㄷ도 그렇지만 귀뚜라미는 손에 올렸을 때 꽤 얌전한 편이에요. 아마도 손이 뭔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요. 사마귀와는 달리 저를 알아보는 눈치는 아니거든요. 쓰다듬으면 그제야 식겁하면서 도망 다녀요. 요즘 저희 넓적배사마귀 효미는 쓰다듬으면 좋아 죽는데 말이에요.

 

 

더듬이에 물기가 조금 묻었다고 열심히 그루밍하네요.

 

 

착하고 얌전한 ㄷ. 이제 최종 탈피 때 뒷다리만 좀 더 쭉 나와주면 될 것 같아요.

 

 


9월 11일 0시 5분


ㄷ이 종령 귀뚜라미가 된 지 9일이 지났어요. 역시 날개가 나오는 우화는 준비가 많이 필요한가 봐요. 며칠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숨만 헐떡이고 있어요. 물은 열심히 마시더니 나중엔 그마저도 입에 못 댔어요.

 

아래의 모습은 정말 탈피하기 직전의 모습이에요. 날개싹도 부어올라서 들려 있고 뒷발톱으로 종이를 꽉 붙들고 자세도 잡고 있네요.

 

그러나 제가 잘 시간이 되었어요. 귀뚜라미 우화 장면은 몇 번 촬영해서 블로그에 이미 오래전에 올렸기 때문에 굳이 잠을 안 자면서까지 촬영할 이유는 없어요.  

 

(ㄷ아, Good luck. 난 잘게...)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역시나 탈피를 다 마쳤네요. 탈피 껍질은 이미 다 먹고 더듬이만 남아 있어요. 지금까지 탈피 잘 해오다가 우화 때 망치면 말짱 도루묵인데 무사히 성충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가장 궁금했던 오른쪽 뒷발부터 확인해 볼게요.

 

아쉽게도 발톱이 완벽히 나오진 않았네요. 발 길이도 왼쪽에 비해 많이 짧아요.

 

 

완전히 없는 상태였던 앞다리와 중간다리는 어떨까요?

 

앞다리는 색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거의 완벽히 재생되었군요. 중간 다리도 말 안하면 원래는 없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잘 나왔어요.

 

 

아래 사진은 한 번도 다친 적 없는 멀쩡한 왼쪽이에요. (지문 노출이 신경 쓰여서 뒤늦게 장갑을 꼈어요.)

 

 

아래는 다친 쪽 허벅지고요. 이렇게 보니 더 많이 울퉁불퉁하네요.

 

 

어째서 아예 없던 앞쪽 다리들은 재생이 되면서 조금 다친 허벅지는 재생이 잘 안 되는 건지 참 신기해요.

 

 

다른 부분은 비교적 알차게 잘 나온 반면 허벅지만 푹 패인 상태 그대로네요.

 

 

걸을 때도 다친 쪽 뒷다리는 좀 뻑뻑하게 움직여요. 가만있다가 괜히 그쪽 뒷다리만 쭉 폈다가 구부리기도 하고, 어딘가 좀 불편해 보이더라구요.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정말 다행이에요. 탈피 부전 되었을 땐 정말 절망적이어서 안락사까지 고민했으니까요.

 

 

 

9월 13일

 

ㄷ의 몸이 이제 완전히 말라서 까매졌어요. 이게 일반적인 쌍별 귀뚜라미 성충의 색깔이죠. 산란관도 까맣게 되었고 날개도 완전히 정리가 되었어요.

 

 

재생된 뒷다리도 이제 발까지 다 완전히 까매졌어요. 이렇게 재생된 다리는 왜인지 매번 원래 다리보다 까매지네요. 길이도 좀 더 짧은 데다가 더 가늘기도 하고요. 

 

 

크기 비교를 위해 ㄷ이 처음에 구출되었을 때와 거의 같은 사이즈의 핀헤드 한 마리를 같이 둬 봤어요. 저렇게 작았던 ㄷ이 불과 한 달만에 지금처럼 성충이 되었다는 거죠. 이제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면서 이 엄청난 성장 속도도 조금씩 늦춰질 거예요. (총 5주 정도였던 것이 6-8주 정도로)

 

 

앞으로 ㄷ은 최대한 격리를 시켰다가 ㅊ이 좀 늙으면 합사를 시킬 거예요. ㅊ이 수컷이다 보니 둘이 같이 두면 또 저희 귀뚜라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거든요. 지금 안 그래도 귀뚜라미 너무 많아서 귀뚜라미 대란인데 ㄷ까지 새끼를 몇 백 마리씩 낳아버리면 정말 암담할 것 같아요.

 

덕분에 ㄷ은 당분간은 럭셔리 호텔방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네요. 사는 건 앞으로 최소 한 5-6개월은 더 살지 않을까 싶어요. 곱게 키워서인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수명이 많이 더 길더라구요. 

 

이것으로 ㄷ의 이야기는 마무리할게요. 귀뚜라미 다리 재생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