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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819-31 먹고 놀고 먹고

by 라소리Rassori 202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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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효미 지난 이야기 - 상체 댄스

 


 
8월 19일

 

효미가 쿠션 위에서 놀고 있어요. 그리 좋아하는 장소는 아니라서 가끔씩만 얹어 놓아요.

 

 

신기하게도 쥐미랑은 물건 취향이 좀 달라요. 효미는 쥐미가 좋아하던 하얀 망이나 위의 쿠션보다는 아래 사진에 있는 루바망이나 까만 망을 좋아해요. 특히 루바망이랑은 거의 일체로 지내고 있답니다. 하루종일 거기서 먹고 자고 싸고 놀고 다 하는 날도 많아요. 

 

 

8월 20일

 

항상 거꾸로 매달려 있어서 좀 돌려서 놀아주었어요. 효미도 이제 나이가 꽤 되어서(2020년 2월생) 곧 발이 하나씩 사라질 텐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 루바망에는 못 매달려 있겠죠.

 

 

또 뭐 맛있는 거 주나~ 하는 눈치예요. 저만 보면 반사적으로 입을 오물오물 거릴 때도 많답니다. 그나저나 결국 오른쪽 더듬이 끝은 떨어져 버렸군요.

 



8월 23일


왠지 멋지게 나온 사진♡

 

 

 

8월 26일


포즈도 표정도 프로급. 😘

 

 

 

8월 28일


이날은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실수로 들어간 건지 하얀 망 안에 있었어요. (평소에 여기 들어가는 거 싫어함) 꺼내지 않고 그냥 그대로 피딩을 했답니다. 

 

 

 

8월 29일


효미 사육에 빠질 수 없는 것 하나. 바로 파리채예요.

 

자꾸 높은 데 올라가서 파리채 위로 걸어가게 해서 아래로 내릴 때가 많거든요. 쥐미 때도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생각을 못했어요. 효미는 이제 파리채에 익숙해져서 파리채만 보면 거의 자동으로 올라탄답니다.

 

 

 

 8월 31일

냠냠 맛있게 밥 잘 먹는 효미.


먹이를 잡고 있을 땐 접어두는 앞발을 쫙 펼치는 모습이에요. 저렇게 손이 너무나 가늘고 연약하다 보니 효미를 다룰 때 손을 특히 조심하고 있어요. 

 


루바망 위랑 제 손 위를 오가면서 놀다가 지치면 망 위에서 잠든답니다.

 


이걸로 효미의 8월이 마무리되었네요. 수명이 짧다보니 1주일만 해도 효미에겐 엄청난 시간이에요. 사람도 많이 늙으면 하루하루가 다르듯 사마귀들도 그런 것 같아요.

 

 

8월에는 블로그에 올린 내용 외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어요. 궁금한 분들만 읽어 보세요.

 

 

◀사건 1 - 마우스 사건▶

 

효미는 놀다가 저한테 올 때가 많아요. 오는 것까진 좋은데 제가 막 워드를 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마우스 위에 올라가서 가만히 있을 때가 있어요. 보통은 제 눈에 확 띄게 다가오는데 가끔 순간이동한 것처럼 그렇게 가까이 와있기도 하더라구요.

 

이렇게 되면 효미에게 정말 위험해져요. 워드를 칠 때의 저는 굉장히 집중해 있는 상태이고, 그 상태에서 마우스를 쥘 땐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거든요. 그냥 손을 쭉 뻗어서 마우스, 즉 효미랑 마우스를 같이 잡게 되는 거죠.

 

곤충은 생각 이상으로 잘 부서지고 잘 터져요. 효미도 정말 큰일날 뻔한 거죠. 제가 마우스를 천천히 살살 잡았기에 망정이지 그냥 빠르게 콱 잡았더라면 효미가 크게 다쳤을 거예요.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는데 두 번 다 효미도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저는 엌! 하면서 바로 손을 떼고, 제 손에 몸이 눌린 효미는 놀라서 한참을 얼어붙은 채로 저를 쳐다봤어요. 사마귀도 배신감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얼굴이었어요.

 

천만다행으로 하나도 안 다치긴 했는데 워낙 놀라서 그 뒤부터는 저도 마우스 잡을 때 조심하고, 효미도 더는 마우스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어요. 잘못해서 효미 다리라도 꺾였다면 어떡했을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사건 2 - 밀웜의 성충인 갈색거저리 사건▶

 

여름엔 귀뚜라미도 그렇지만 밀웜들도 엄청난 속도로 자라요. 기온을 낮추면 성장도 늦춰지기 때문에 밀웜 사육통을 늘 에어컨에 바짝 붙여 두었죠.

 

근데 그랬더니 사육통 벽에 습기가 생기면서 거기에 미세한 밀기울 가루가 들러붙었나 봐요. 그 바람에 밀웜이 기어올라갈 수 있을 만큼 벽이 살짝 까칠까질하게 되어버렸어요.

 

결국 그 벽을 타고 밀웜 몇 놈이 탈출을 했는데...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번데기 단계까지 간 건지, 어느 순간 우화까지 성공해서 성충이 되었더라구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렇게 돌아다니는 갈색거저리를 저보다 효미가 먼저 발견한 거예요. 당연히 바로 공격 들어갔고요.

 

사육자들은 아시겠지만 거저리는 좋은 먹이가 될 수가 없어요. 껍질이 너무 딱딱한 데다가 성충 이후부터는 취선이 생겨서 거기서 고약한 냄새를 뿜어내니까요.

 

그러나 그런 사실들을 모르는 효미에게 거저리는 그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일 뿐이었죠. 다행히 제가 효미가 거저리를 콱 잡는 순간에 발견해서 열심히 뺏긴 했어요. 물론 쉽게 뺏기지 않더라구요. 처음으로 스스로 발견한 먹이인 데다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다 보니 냄새고 껍질이고 상관 않고 막 먹더라구요. 저는 필사적으로 뺏고, 효미는 필사적으로 먹고...

 

결국 거저리는 그 과정에서 한 백 토막이 나버렸답니다. 사진 찍고 할 여유는 당연히 없었어요. 효미 식사량 열심히 조절하고 있는데 기왕이면 맛있는 걸로 먹을 것이지 그렇게 맛없는 걸 먹어버렸네요. 한 1/3은 먹은 것 같아요. 

 

그 후로도 또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그때는 다행히 효미가 거저리를 잡기 직전에 제가 먼저 거저리를 잡았어요. 그때 효미의 자세가 완전 뭔가를 공격하기 직전이어서 설마? 하고 찾아보니 역시나 거저리가 근처 물건 아래에 숨어 있더라구요. 바로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그렇게 잘 발견하는지 신기했어요. 하필이면 효미가 있는 책상까지 올라온 거저리도 참 신기했고요. (거저리 둘 모두)

 

아무튼 역시 사마귀는 쉽지 않네요! 그래도 효미는 쥐미처럼 배가 불러오지 않아서 그나마 아직까지 수발 들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에요. 효미랑 나이가 비슷한 귀뚜라미들은 이제 발이 다 떨어졌는데 효미는 최대한 오랫동안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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