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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901-04 응가 발사

by 라소리Rassori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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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효미 지난 이야기 - 먹고 놀고 먹고

 



2020년 9월 1일

 


제 손 위에서 밥 먹는 효미의 모습이에요. 작은 귀뚜라미 반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요.

 


밥을 다 먹은 뒤엔 잠시 손 위에서 놀게 해 줬어요. 효미가 이제는 제 손이 저인 걸 확실히 알아서 제가 지켜보는 동안엔 물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역시 손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잠시 안 보고 있으면 눈치를 살살 보다가 살짝 핥아보는 일은 있어요. 살며시 물어 볼 때도 있긴 한데 0.1초 따끔한 정도로 끝나요. 예전 같으면 한방에 피가 터질 정도로 세게 물고, 물을 뿌릴 때까지 절대 놓지 않을 텐데 이젠 그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워졌어요.

 

 

학습에 시간이 좀 걸릴 뿐, 사마귀는 정말 지능이란 게 있어요.

 

이제 효미는 저를 보면 누군지 알아볼 뿐 아니라 제 손 위에 올라오려고 두 팔을 공중에 허우적대기도 한답니다. 쥐미도 성충이 된 이후 서서히 그렇게 되었는데 그럴 때 보면 꼭 강아지 같아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제가 양손으로 효미의 전체를 덮다시피 해서 쓰담쓰담해주는데 그럴 땐 꼭 고르릉 고르릉하는 고양이 같기도 하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아 보여요. 보통은 사람의 손 안에서 그렇게 가만히 즐기고 있긴커녕 도망가기 바쁠 텐데 사마귀들은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보통은 이러면 낫으로 손을 찍거나 이빨로 살을 물어뜯어서 피를 볼 가능성이 크니까 따라 하진 마세요! 저도 효미가 성충이 되고 2달 정도 까지는 종종 피를 봤답니다. 살이 생으로 잘리기 때문에 진짜 아파요!

 

경험상 왕사마귀보다는 넓적배사마귀 턱이 더 엄청나더라구요. 니퍼 끝으로 살점을 뚝뚝 자르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비슷할 거예요.

 

사마귀는 독이 없기 때문에 사마귀 이빨에 잘린 상처는 금방 나아요. 피가 막 나긴 해도 실제 상처가 그리 깊은 건 아니거든요. 그것보다 정말 무서운 건 사마귀를 떼어내려다 사마귀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다는 거예요.

 

저의 예전 글들을 제대로 안 보시고 사마귀를 키우다 물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다시 말하지만 사마귀는 파리채, 루바망, 빳빳한 천 등의 도구를 사용해서 다루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종령이 되기 전엔 애들이 턱이 작아서 보통 물려도 괜찮은데 종령 이후부터는 물리면 장난이 아니에요.

 

굳이 손으로 다루실 분들은 저처럼 "물리면 물리는 거고"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고, 물렸을 땐 아무리 아파도 사마귀를 치거나 죽이지 말고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절지동물은 생각보다 몸이 약해서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서 죽게 될 수 있으니까요.

 

가끔 귀뚜라미 집을 청소하다가 실수로 한놈을 툭 쳤는데 귀뚜라미 몸 어딘가가 터져서 물이 샐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아니 무슨 그 정도로 몸이 터지지?" 하면서 당황하곤 하죠.

 

그렇게 다친 애들은 보통 오래 버틸 수 없으니 바로 냉동실에 넣는데 (그 이후 공벌레들의 뱃속으로 가게 되는데) 요지는 곤충/절지동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쉽게 다친다는 거예요. 보기보다 다리나 더듬이도 잘 끊기고 몸도 잘 터지는 애들이니 핸들링 시 절대 긴장을 놓지 마세요.

 


 
9월 2일

 

효미는 뒤통수가 정말 웃기게 생겼어요. ET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동글동글 너무 귀여워요.

 


9월 3일


효미 자는 모습♡

 

 

망을 뒤집어 두었는데 왼쪽 아래쪽에 보면 쥐미가 무정란을 낳았던 흔적이 살짝 보여요. 알은 쥐미와 함께 묻어주었는데 흔적은 아직 남아 있답니다.

 

일부러 그냥 둔 건 아니고 게을러서 망을 안 씻은 건데, 씻어도 완전히 빠질 것 같진 않아요. 뭔가 엄청 단단한 흡착력이 있는 물질이더라구요. 

 


 

9월 4일


효미 응가~ㅎㅎ


사마귀가 응가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재밌어요. 귀뚜라미는 그냥 응가가 뚝 떨어지는데 사마귀는 날개 바깥쪽으로 허리를 휙 틀어서 응가를 뱉어(?)낸답니다.

 

 

언제나 귀여운 우리 효밍이(애칭ㅎㅎ),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9월부터는 잠이 무척 많아졌어요. 그래도 아직까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문득 며칠 전에 지인들이 길에서 사마귀를 봤다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사진을 보니 안쓰럽게도 날개에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작은 좀사마귀였어요.

 

효미 일기는 9월 초 얘기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0월 14일인데요, 꼭 부상이 아니더라도 이제 슬슬 사마귀들이 죽어갈 계절이네요. 올 봄에 태어난 애들이 내년 봄에 부화할 알을 남겨두고 가는 것이죠. 

 

그런 대자연 속의 씩씩하고 용감한 사마귀들을 응원하며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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