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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성충 효미 사육 일기 20200910-14 잠 많은 이쁜이

by 라소리Rassori 202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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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효미 지난 이야기 - 응가 발사

 


 

2020년 9월 10일

 

사마귀를 다룰 때는 파리채가 참 편하게 쓰여요. 저는 대전에 살 때 빨간 파리채를 하나 샀는데(아마 다이소에서) 지금까지 아주 잘 사용하고 있어요. 혹시 파리가 나타나면 때려잡으려고 미리 사둔 거였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대전에 살았던 2년 좀 넘는 기간 동안 파리가 한 번도 안 나타났어요. 깨끗한 파리채라는 소리죠.

 

이날은 제가 한눈 판 사이에 효미가 또 열심히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어요. 이미 제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위치에 있길래 파리채로 잘 옮겨 타도록 해서 까만 망 옆에 놓아두었어요. (파리채 등의 도구를 잘못 다루어서 실수로 사마귀의 발을 톡 치거나 하면 사마귀의 여린 발이 찍 눌려버리니 극도로 조심해야 해요. 딱딱한 물건보다는 빳빳한 천 종류를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해요.)

 

그런데 놓아둔 순간 효미가 그냥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요. 너무 귀여워서 가만히 뒀는데 그런 뒤 제가 다른 걸 하다가 실수로 파리채를 살짝 밀었나 봐요. 그 바람에 효미의 엉덩이가 까만 망 아래로 약간 밀려 들어가게 되었어요.

 

 

자다가 놀라서 "뭐여?"하는 느낌으로 뒤로 휙 돌아보는 효미ㅋㅋ 너무 웃겨서 계속 사진을 찍었어요.

 

 

혹시 불편할까봐 까만 망도 뒤로 조금 밀어줬고요. 자기가 알아서 앞쪽으로 올 줄 알았는데 안 움직이고 계속 쳐다보기만 하더라구요. 까만 망에 대해 많이 화가 난 건가 싶을 정도로 계속 이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효미가 안 움직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상태 그대로 잠들었기 때문이었어요ㅋㅋㅋ

 

 

정말 계속 저렇게 잠을 잤답니다. 깨워야 할지 갈등이 될 정도로 오랫동안 말이에요. (1-2시간 정도?)

 


너무 웃기고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어요. 9월이 되고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면서 효미가 잠이 아주 많아졌거든요.

 

예전처럼 열심히 돌아다니지 않아서 제가 편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이제 수명이 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좀 섭섭하기도 했어요.

 

 

9월 11일


한동안 안 그러더니 효미가 또 꼬리 끝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어요. 혹시 무정란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는데 배가 그리 빵빵하지 않아서 일단은 안심했어요.

 

제가 계속 쳐다보니까 효미가 자세를 풀고 루바망 위로 올라왔어요. 그리고 절 힐긋 보았답니다.

 

너무 귀여워서 한손으로는 그대로 폰을 들고 촬영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효미를 올라오게 했어요.

 

손을 이런 식으로 갖다댈 경우, 예전 같으면 제 손을 고기로 착각하고 신나게 물어뜯었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별 걱정이 없어요. 효미가 이제는 제 손이 저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안 물어요. 손가락에 꿀이나 귀뚜라미 조각을 묻혀서 줘도 제 손은 안 다치도록 조심하면서 먹어요. 예전 같으면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제 손이 바로 효미 낫에 잡혀서 냠냠 뜯겼을 거예요. 

 

같이 좀 논 뒤엔 까만 망에 붙여두었어요. 조금 돌아다니다가 또 이내 잠들었답니다.

 


잘 때는 완벽한 정지 상태...인줄 알았는데 효미는 가끔 꿈을 꾸는 것 같아요.

 

곤충이 꿈을 꾼다는 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자고 있는데 머리나 입을 약간 경련 난 것처럼 움찔거릴 때가 있어요. 개나 고양이 키워보신 분들은 애들이 자다가 움찔움찔거리는 거 본 적 있을 거예요. 딱 그런 느낌이에요. 

 

 

9월 14일


하루 한 번 효미 밥 먹는 시간이에요.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이 줬어요.) 밥을 먹다가도 저를 쳐다보네요ㅋㅋ

 

어렸을 땐 절 정말 무서워하던 효미였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이뻐해 주면 좋아하고, 보기보다 애교도 많이 부려요.

 

이제 나이가 많아서 기운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조그만 사마귀 치고 꽤 오래 건강하게 잘 지내주고 있어요. 왕사마귀인 쥐미에 비해 몸도 짧고 다리도 짧고 튼실해서인지 늙어도 좀 더 잘 버티는 것 같고요.

 

쥐미처럼 이쁘고 멋진 왕사마귀도 다시 키워보고 싶은데 왕사마귀는 다리가 너무 실처럼 부실해서 갈등이 돼요. 다리가 길고 가늘어서 탈피 부전 확률도 다른 사마귀들에 비해서 높고, 늙으면 매일 부축도 해줘야 하게 되죠.

 

그런 체형으로 어떻게 거친 자연에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다리가 좀 더 굵게 진화한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에요. 몸도 사슴벌레처럼 딱딱해졌으면 좋겠고요.

 

왕사마귀뿐 아니라 모든 사마귀 종들이 튼튼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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