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약충 쥐미 일기 20191207-08

by 라소리Rassori 2020. 2. 3.
320x100

*곤충에 약하신 분들은 살포시 패스해 주세요! 저는 경고했습니다^^


12월 7일


탈피한지 하루 후의 쥐미의 모습입니다. 탈피할 때마다 뭔가 새로운 걸 깨닫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얼떨떨한 모습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이번 탈피 후엔 쥐미가 UVB 램프를 발견했어요. 항상 있던 건데 이날 따라 "저게 뭐지?"하는 얼굴로 한참을 올려다보더라구요. 심지어 제 얼굴을 보고 "저건 또 뭐지?" 하는 듯 기겁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 손은 알아보고 얌전히 올라왔어요. "기억"이라는 게 곤충에게도 존재하는 거라면 참 신기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집은 한 사이즈 큰 사육통으로 옮겨주었어요. 이번엔 뒤에 있는 큰 루바망에서 무리없이 탈피해주길 바라며 미리 익숙해지라고 넣어두었습니다. 앞에 작은 루바망은 이번에 쥐미가 탈피하면서 썼던 거예요.

나뭇가지는 밖에서 주워와서 깨끗이 씻어서 넣었습니다. 공간이 넓어서 왠지 친구하라고 몇 마리 더 넣어주고 싶은 분위기인데 그러면 다음날 일어나 보면 한 마리만 남아있겠죠. 살벌한 자연입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쥐미의 눈에 까만 점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에 에일리언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네요. 제 눈에는 절지동물들 중에서도 특히 사마귀는 에일리언에다가 로봇 느낌이 멋지게 더해진 것처럼 보여요. 특히 목에 관절이 있어서 목부분을 아래에서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답니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저런 것이 살아 움직이는지... 해외 사마귀 포럼을 보면 사마귀는 마치 풀숲에 사는 요정 같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손에 얹어놓고 있으면 정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 외에 가슴팍 아래쪽에 보이는 구멍 두 개도 시선을 끕니다. 곤충은 폐가 없어서 배에 있는 기문(氣門, spiracles)으로 숨을 쉬는데, 저것 또한 기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산소가 혈액으로 공급이 되지만 곤충은 저런 기문을 통해 몸에 산소가 공급이 된답니다.

중간 다리 사이에 세로로 하얗게 보이는 것은 바로 사마귀의 귀입니다. 일부 사마귀 종만 이 하나의 귀를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박쥐 소리 같은 고음만 들을 수 있고 나머지 소리는 진동으로 느낀다고 해요.



높은 곳에 매달리는 걸 좋아하는 사마귀 답게 자꾸만 천장 쪽으로 올라갑니다. 떨어질 때마다 충격을 받았을 텐데도 높은 곳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쉴 곳을 찾기 위해 저러기도 하지만 나오고 싶어서일 때도 있는데 그때는 잠시 꺼내서 놀아줍니다. 


제가 나무에 붙여 뒀더니 잠시 요렇게 가만히 있었어요. 자세가 너무 웃겨서 찍어봤습니다. 쩍벌충이네요.


쥐미가 천장에서 떨어졌을 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나뭇가지를 여기저기 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잘못하면 이런 물건들에 사마귀가 다칠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종령이나 성충은 밥을 많이 먹어서 빵빵해진 배를 찔려서 다치는 경우가 검색 결과 실제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뒤늦게 나뭇가지들을 다 치우고, 루바망에 뾰족한 부분도 다 잘라냈답니다.

 

이날 식사는 예전에 쓰던 작은 사육통에 작은 귀뚜라미를 네 마리 넣어두고 먹여봤어요. 넷 중 세 마리가 쥐미의 납작한 배를 채워주었습니다. 아무것도 발톱을 걸 곳이 없는 사육통 벽에 쥐미가 붙어있는데 이것도 덩치가 작을 때나 가능한 것이랍니다. 귀뚜라미도 그렇고 덩치가 커지면 미끄러운 표면에서는 쭉 미끄러져서 떨어져요. 이때의 쥐미도 얼마 못 버티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12월 8일

쥐미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쥐미의 뒷발이 있는 곳에 환기 구멍이 있어서 거기에 발톱을 걸고 매달린 거랍니다. 사마귀는 저렇게 거꾸로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해 보여요.


물체가 작고 좁으면 초점을 잘 못 맞추는 저의 노트10+로 힘겹게 날개싹을 찍어보았습니다. 저게 어떻게 나중에 그 커다란 사마귀의 날개가 되는지 볼수록 신기합니다. 참고로 저번 포스팅에 올렸듯 이 당시 쥐미의 전체 몸길이는 4.5cm가 채 되지 않았어요. 제가 손이 작은데 제 검지 두 마디 정도 되는 길이죠.


어린 사마귀를 키워보는 건 쥐미가 처음이어서 날개의 윗부분, 배의 마디, 무늬, 다리 관절 등 하나하나 다 신비하고 예쁘게 느껴집니다.


쥐미의 몸이 옆으로 조금 더 넓기만 했어도 어찌어찌 초점이 잡혔을 텐데 이때는 너무 작고 좁아서 선명도가 아쉬울 때가 많았네요. 좀 더 크면서 앞으로 사진도 좀 더 선명해질 거예요.


그럼 오늘 얘기는 쥐미 피딩 영상으로 마무리할게요.


사냥 잘하쥬? 제가 정성 들여 키운 귀뚜라미와 밀웜을 열심히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쥐미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