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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약충 쥐미 일기 - 5번째 탈피 20191204-06

by 라소리Rassori 202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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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저번 쥐미 일기 마지막에서 쥐미가 밥을 잘 못 먹는 모습이 나왔는데요, 역시나 이내 탈피기에 들어갔습니다. 밥 잘 먹고 잘 놀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가만히 한 자리에 매달려 있는 고독하고 힘겨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옆에 돌은 꽃집에서 받은 건데 루바망이 혹시라도 옆으로 넘어질까봐 놓아둔 거예요. 넘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허술하게 받쳐둔 것입니다. 쥐미의 무사 탈피를 기원하며 행운의 돌이라는 이름도 붙였어요.


얼마 후에 보니 양파망으로 옮겨가서 자세를 잡고 있습니다. 겨울이라 물이 빨리 말라서 벽에다 물을 자주 뿌려 주었어요. 너무 습해도 안 되니 여름엔 이렇게까지 물을 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몸길이 3.5cm도 안 되는 꼬맹이가 고생이 많습니다.


12월 5일

아무것도 못 먹은 채로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건드리면 안 되는 시기라서 조심스러웠지만 물을 조금 먹였습니다. 최대한 스트레스가 안 되게 스포이트 같은 가는 것으로 살짝 들이밀어 줘야 해요. 한 방울 크게 말고 아주 조금만... 단, 긴장할 때 손을 많이 떨거나 수전증이 있는 분이라면 자제해 주세요.



12월 6일 아침 8시 20분

하루 전과 같은 곳에서 꼼짝도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육 케이스 천장으로 올라가서 붙으려고 해서 다시 루바망에 자리를 잡아줘야 했어요. 천장에서 탈피하다가는 발이 제대로 고정이 안 돼서 떨어질 수 있는데 몇 번이고 고집스럽게 천장 쪽에 가려고 하더라구요. 이런 이유로 사육통 천장과 온 벽에 망을 전부 설치하는 사육자들도 있답니다. 만약 옆에서 지키고 있을 상황이 안 된다면 저도 그렇게 해둬야 할 것 같아요.

미끄러운 사육통 천장이나 벽에서도 탈피에 성공하는 애들이 있긴 한데, 그래도 망을 설치해줘서 탈피 부전 확률을 최소화시키는 게 좋겠죠. 보통 알아서 잘 탈피를 하긴 하는데 그래도 일단 탈피 부전이 일어나버리면 끔찍하니까요. 게다가 왕사마귀는 사마귀 중에서도 탈피 부전 확률이 높은 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탈피 부전 확률 자체가 그리 높진 않다고 하니까요. (이러면서 저는 미친 듯이 걱정)

그런데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에서 다른 점 보이시나요? 아래 사진에서는 허리 바로 아랫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있습니다. 5령으로 넘어가던 저번 탈피 때는 이런 변화를 못 본 것 같은데 이때부터는 이런 변화가 있네요. 이렇게 되면 정말 완전히 탈피 직전이니 절대 건들면 안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딱 한 시간 후인 아침 9시 20분부터 쥐미가 몸을 움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목숨이 걸린 탈피가 시작된 거예요. 어깨와 등 쪽이 터져서 하얀 새 몸이 나오는 게 보입니다.


저는 그저 옆에서 촬영하면서 응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래 사진에선 가장 중요한 머리가 무사히 나왔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낫이 나오고 있어요. 저 상태에서 못 나오는 애들이 가끔 있는데 원인은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탈피하기 전에 너무 못 먹어서 힘이 없어서 못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집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애들에게 그런 일은 잘 없겠죠. 가끔 학생들이 학업에 바빠서 귀뚜라미도 구입 못 하고 먹이를 잡아주지도 못해서 굶겨 죽이는 경우는 있더라구요... 정 먹일 것이 없다면 사마귀가 잘 먹는 꿀이나 우유라도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임시방편이지만요. 겨울이라도 자연에서 돌이나 흙 뒤지면 벌레가 나오니 꼭 곤충을 먹여주세요. 야생 벌레는 살충제, 농약, 기생충 등의 감염이 있을 수 있음을 알아는 두시구요.


이번엔 동영상도 한 번 올려볼게요. 보고 있으면 제대로 못 빠져 나와서 죽거나 불구될까봐 애간장이 탄답니다. 참고로 이번 탈피는 총 35분이 걸렸습니다. 저번 탈피가 11월 25일이었고 이날이 12월 6일이었으니 12일만의 탈피였구요. 

 

그런데 정말 바보 같게도 제가 이번에도 망을 너무 낮게 설치했어요.ㅠ 분명 충분히 높아 보였는데 또 너무나 큰 새 몸이 나와버렸습니다. 쥐미의 머리가 철사에 닿았어요.

변명 같지만 이게 막상 해 보면 너무 높게 해두기가 겁이 난답니다. 혹시라도 탈피 도중 떨어져서 죽을수도 있어서요. 그 밑에 푹신한 걸 깔아주는 건 이때는 생각을 못했네요. 근데 깔아둔다 해도 탈피 도중 떨어지는 건 치명적이에요. 보고 있다가 떨어진 즉시 원상태로 탈피 껍질을 테이프 같은 걸로 붙여주지 않는 이상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무사하지 못해요. 더 자세한 건 예전 포스팅을 봐주세요. 사마귀 초보 사육자라면 필수로 보시길! (
2020/01/08 - [절지동물] - 절지동물 사육 일기 - 왕사마귀 약충 4번째 탈피)
 


아래 사진에서는 이제 뒷발까지 다 나왔는데 고정되어 있어야 할 옛 껍질의 네 발 중 하나가 떨어지고 낫 쪽은 또 저번처럼 장애물에 걸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절대 건들면 안 되지만 도저히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극도로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탈피 껍질 꽁무니를 집게로 잡고 위로 살짝 올려주었습니다.

근데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안 도와주고 그냥 두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아래로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머리가 땅에 닿아서 목을 펼 수 없는 것도 아니었네요. 저 정도면 충분히 탈피 부전 없이 쥐미 혼자 알아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괜히 도와주려 했다가 잘못 건드려서 다치면 그게 더 문제였을 거예요.

제 잘못으로 또 고생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탈피를 마치고 우아하게 몸을 말리고 있는 쥐미입니다. 저 자리에서 굶으면서 내내 응가만 해서 바닥에 응가도 잔뜩 모여 있네요. 고생스런 탈피기에는 응가마저 짠합니다.


쥐미를 도와주면서 꺼낸 탈피 껍질입니다. 탈피 껍질보다 쥐미에 신경 쓰느라 다리가 떨어졌어요. 온전한 탈피 껍질을 모으는 것도 쉽지가 않네요.


이대로 푹 쉬게 두었습니다. 배의 마디가 늘어날 수도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여전히 6개입니다. 암컷 확정입니다. 암컷은 수컷이 없어도 무정란을 낳으며 수명을 축내기 때문에 수컷이길 바랐는데 쥐미가 나중에 힘들까봐 암컷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가끔 무정란을 낳지 않는 암컷도 있다는데 그런 애들은 더 오래 산다고 하네요.


같은 날 밤 10시 (탈피 후 약 12시간)

몸을 어느 정도 말린 쥐미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쥐미가 나오고 싶다며 사육통 벽을 타고 오르면서 계속 저를 쳐다봤거든요. 이제 어엿한 6령 왕사마귀 약충이 되었습니다. 못 먹어서 배가 납작한 게 너무 불쌍하네요. 그래도 턱이 제대로 안 굳었을 수 있으니 평소 같은 밥은 못 주고, 최대한 안전하게 밀웜을 잘라서 쭉 짠 내용물을 조금 먹였습니다. 사진은 못 찍었는데 아 이제 살 것 같다 하는 느낌으로 허겁지겁 먹었답니다. 


많이 큰 것 같아도 아직 쪼꼬만 아기예요.


성충이 되기 전까진 사마귀 약충 또는 애벌레라는 말을 쓰던데 애벌레라니 왠지 웃겨요. 멋지게 귀뚜라미도 사냥해서 먹는데 말이에요.


12시간 말린 몸인데 색깔은 완전 다 마른 색깔이네요. 그래도 이때는 몸이 아직 단단하진 않아서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사육통 벽을 두드리더라도 안 꺼내고 두는 게 가장 안전하긴 해요. 


자연스레 자 위로 걸어가게 해서 몸길이도 재었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1cm 정도 더 자랐네요. 옆구리에 날개싹도 이젠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는 저 날개싹이 꽤 커 보여서 다음이 마지막 탈피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한 번 더 남았더라구요. 그 얘기도 나중에 계속해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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