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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쓰기 프로젝트/그림일기

2020년 1월 31일 그림 일기

by 라소리Rassori 2020.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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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마귀를 키우는 것에는 80% 정도의 행복과 20%의 고난이 따른다. 그 고난의 대부분은 사마귀의 탈피와 병, 그리고 죽음일 테고, 그 나머지 부분 중 일부는 "검색의 어려움"이 아닌가 한다.

 

하필이면 누군가가 이 멋지고 매력 넘치는 생명체에게 사마귀라는 이름을 붙여놔서 검색을 하면 꼭 피부병이 먼저 나온다. (그 피부병에 사마귀란 이름을 붙인 녀석을 탓해야 할까, 아무튼) 그래서 앞에 꼭 "곤충"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곤충 사마귀"로 검색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도 썩 괜찮은 검색 결과가 나오지는 않아서 결국엔 mantis라는 영어 단어로 검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불편함은 비단 사마귀 사육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래도 피부병 사마귀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 역시 같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원치 않게 피부병 사마귀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게 되듯 그들 역시 곤충 사마귀에 대해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예로 내 블로그로 유입되는 검색어 중 "머릿속 사마귀"라는 것이 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고, 그저 누가 뭘 잘못 적었나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기묘한 검색어로 사람들은 꾸준히 내 블로그를 찾아왔다.

더는 그것을 오타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없었던 나는 대체 머릿속 사마귀가 무엇일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 내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정신병이었다. 이를테면 이러한...

 


그것 참 희한한 정신 질환도 다 있다 싶었다. 머릿속 사마귀로 내 블로그까지 온 사람들을 봐서는 생각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병을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걸 주제로 일기를 쓰려고 나 자신이 처음으로 "머릿속 사마귀"라고 구글 검색을 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바로 피부병 사마귀였다. 그것도 머릿속, 아니, 머리 속, 정확히는 머리카락 사이 또는 두피에 생기는 사마귀 말이다. (참고로 "머릿속"은 두개골 안쪽을 뜻한다.)

약간 허탈했지만 기왕 쓰기로 한 주제이니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검색도 더 해보고 주위에도 물어보았다. 다행이면서 아쉽게도 이것을 직접 겪고 있는 사람은 주위에 없었다. 그래도 자잘한 정보를 몇 가지 얻을 수는 있었다.

 

우선, 작을 때 빨리 병원 가서 제거해야 한다는 것. 좀 커져버리면 수술해도 다시 생길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 더 크게 자라는 경우도 있다는 것. 헤어디자이너들이 머리 자르려고 두피를 만지다가 깜짝 놀란다는 것. 남자의 경우 투블럭 같은 스타일을 하고 싶어도 사마귀가 옆머리에 있거나 하면 못한다는 것 등 안타까운 얘기들이 많았다.

피부병은 어쩜 하나 같이 사악한 것 같다. 오랜 시간 끈질기게 사람을 괴롭힌다. 사마귀 뿐 아니라 여드름, 아토피 등 다 지독하다.

근데 이 글 올렸다가 괜히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 사마귀로 들어오면 어쩌지. 혹시 오셨다면 꼭 나으시길 빕니다!



오늘의 중국어 공부. 으어씽 피푸빙. "악성 피부병"의 한국어와 발음이 비슷하다. 중국어는 이렇게 김준호가 중국어 하는 것 같은 발음들이 재미있다.


그러고 보니 저저번에 나왔던 곤충 사마귀는 "탕랑"이었는데 오늘에 와서야 "아! 그래서 사마귀 동작 무술을 당랑권이라고 하는구나!"하고 깨달아졌다. 나는 이렇게 뭔가를 보고 나서 며칠, 심지어 몇 달이 지난 후에 아! 하고 깨달을 때가 많다. 앞으로는 또 무슨 새로운 깨달음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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