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절지동물들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댕댕이나 냥아치들과는 달리 절지동물은 품에 꼭 끌어안을 수 없다는 거다. 타란툴라나 지네를 끌어 안았다가는 아마 물려서 손이 붓거나 타란툴라의 경우엔 배가 터지거나 할 것이다. 그나마 왕사마귀인 쥐미가 성충이 된 뒤엔 쥐미의 등을 손가락을 살살 쓰다듬거나 뽀뽀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은 바로 노래.
너무 귀여워서 터질 듯이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꼭 쥔 주먹에 가두고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노래를 하는 거다. (아기나 동물 가족 키우는 사람들은 다 한번쯤 해봤을 그런 말도 안 되는 노래)
이럴때면 쥐미는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는데, 사마귀의 이 행동은 긴장하거나 적을 경계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이런저런 설이 있지만 대충 나뭇잎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노래를 하는 내가 뭔가 위협적으로 느껴지니까 나한테 나뭇잎처럼 보이려 한다는 거다. 쪼그만 게 눈 앞에서 이러니 내가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가 있나? 쥐미가 몸을 흔드는 순간 내 목소리는 돌고래 소리가 되어 나중엔 아예 사라지고 만다.
(저번 쥐미 사육 일기에서 쥐미 피딩 영상을 보신 분이라면 쥐미가 좌우로 몸을 흔드는 것을 눈치채셨을 거예요. 먹이를 잡았기 때문에 흥분을 하기도 하지만, 밥 먹을 때 누군가의 공격을 받으면 큰일이니 사냥에 성공한 순간엔 보통 몸을 좌우로 흔든답니다. 타란툴라도 비슷한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얼마 살지도 못하는 사마귀를 너무 좋아한다고 엄마가 걱정을 하시는데, 난 그냥 쥐미가 죽을 때까지 별 생각 없이 키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죽으면 또 들이면 된다.
절지동물을 키우다 보면 죽음은 흔한 일이다. 멀쩡하다가도 다음날 보면 죽어 있는 게 절지동물이다. 키우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그런 죽음과 친해져야 한다.
참고로 왕사마귀의 경우 오래 살면 1년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쥐미는 올 10월까지 살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살 수 있을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내 예상으로는 길어봤자 한 5월까지인데 그냥 느낌일 뿐 전혀 근거는 없다.
다행히 사마귀의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작년 가을에 두 번 겪어보았다.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다. 자연스러운 순환이라 여기며 그에 대해 큰 걱정은 없다. 그저 죽을 때까지 병에 걸리거나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랑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늘 내 노트를 채운 생초보 중국어 중 일부*
包 빠오-
싸다는 뜻이다. 오줌 말고 보자기로 싸다 할 때 그 싸다이다. 아래에 내가 쓴 한자를 잘 보면 물건을 이리저리 포장한 느낌이 확실히 난다.
쩌거 따빠오 이샤! = 포장해 주세요.
쩌거는 이거, 따빠오는 포장하다, 이샤는 좀~해주세요(쉽게 말해 영어로 플리즈의 개념. 다른 뜻도 있지만 오늘은 요것만).
식당에서 밥 남았을 때나 포장 주문하러 갔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복잡하면 그냥 따빠오만 말해도 충분!하다. 중국은 높임말이 따로 없어서(단어 몇 개가 있긴 하지만) 그냥 표정이나 몸짓으로 존중을 표하면 된다. (이 부분 역시 내가 중국어를 좋아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영어처럼 높임말 반말이 없는 걸 좋아해서.)
쩌거는 "저거"가 아닌 것을 주의. "이거"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쩌거" 라고 말해야 하니 한국 사람들은 첨에 헷갈릴 수가 있다. (그 재미에 난 이 단어를 좋아하지만) 발음은 쩌!에 강세를 두고, 쩌 할 때는 혀를 입천장 중간쯤에 두고 해야 한다. Zhe. 한국어엔 없는 발음이다.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ckw000158234
따빠오 할 때 발음 주의는 따가 3성이기 때문에 따 할때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가 빠오할때 풀어준다. 따는 엄청 많이 쓰이는 동사인데 여기서는 그냥 ~하다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따빠오=포장하다=포장해주세요=포장해줘. 중국어 짱^^b)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ckw000020736
오늘은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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