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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육 기록 등

이질바퀴 (미국바퀴) 약충 바미&퀴미 사육 일기 202105-06 퀴미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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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곤충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제발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바미&퀴미 지난 이야기 - 춘갈농장에서 이질바퀴 약충이 왔어요!



2021년 5월 23일


이날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바미퀴미 사육장 안을 봤더니 탈피 껍질이 보이더라구요.

 

딱 봐도 알 수 있었던 건 특유의 포즈 때문이었어요. 바퀴벌레나 귀뚜라미는 탈피 직전에 두 뒷발로 몸을 단단히 고정하기 때문에 몸이 빠져나온 뒤에도 껍질이 포즈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탈피한 것을 본 순간엔 기쁘다기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두 녀석이 성충이 되기 전에 좀 친해져 놓고 싶었거든요.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한 녀석이 탈피를 해버릴줄은 몰랐네요.

 

좀 더 위쪽에서 내려다보니 탈피한 녀석이 보였어요. 갓 탈피해서 하얀색이었는데 바미인지 퀴미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았어요.

 


탈피 껍질은 바로 꺼내서 관찰해 봤어요. 사마귀나 귀뚜라미처럼 얘들도 등 쪽이 터지면서 몸이 나오는군요. 탈피 장면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필 제가 자는 동안 해버렸어요. (발은 사육통에서 꺼내다가 떨어졌어요ㅠ)

 

 

그런데 이 녀석... 성충이 된 게 아니었어요. 날개가 나오지 않았더라구요. (안도의 한숨!)

 

아쉽게도 완전히 성공적인 탈피는 아니었어요. 왼쪽 어깨 쪽에 상처가 나서 진물이 나오고 있었죠.

 


아무래도 다른 녀석이 탈피 중인 동료를 깨문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히 바퀴벌레는 턱이 강하지 않아서 저 정도 상처로 끝날 수 있었네요. 만약 배고픈 귀뚜라미였다면 상당 부분을 먹어치웠을 거예요.

 

얘들은 약충이지만 사실 이질바퀴 성체는 턱이 꽤 강하긴 하죠. 동료 포함해서 죽은 곤충이 있으면 껍질까지 다 먹기도 하더라구요.

 

아무튼 아래 녀석이 탈피 녀석을 깨문 거였어요. 자세히 보니 바미였어요. 그렇다면 탈피한 것은 덩치가 작은 쪽인 퀴미인 거죠. (퀴미가 다친 게 너무 속상해서 바미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야단쳤어요ㅠ 소용없는 거 알지만 그래도~)

 

 

둘 사이가 좋으면 좋겠는데 별로 그렇진 않아요. 웃기게도 둘 밖에 없는데도 서열이 분명히 있어요. 바미가 대장이어서 퀴미에게 거칠게 굴고, 퀴미는 웬만하면 바미를 피해 다녀요.

 

퀴미가 너무 기죽어 있는 게 불쌍해서 분리해서 키워야 하나 싶기도 한데 사육장이 늘면 그만큼 일이 많아지는 게 문제예요. 설마 서로 죽이진 않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요.

 



5월 24일


퀴미는 탈피 후 이내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어요. 탈피할 때 바미 때문에 고생을 좀 한 건지 껍질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네요. 왼쪽 어깨에 터진 상처는 진물이 그대로 굳으면서 자연 지혈(?)이 된 것 같아요.


6월 9일

 

계란판 한 층을 들어내니 바미퀴미가 마치 그릇에 담겨 있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어요. 왼쪽이 바미이고 오른쪽이 퀴미죠. 

 

 

퀴미는 탈피를 했는데도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작아 보여요. 물론 더 작아질리는 없지만 진물이 나와서 작아진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들어요. 바미보다 색이 어두워서 더 작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퀴미는 다행히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상처는 다음 탈피 때 깨끗이 낫길 바라야겠네요.

 

음식은 빵가루, 과자 부스러기, 사과, 참외 등을 먹기도 하는데 역시 둘 다 귀뚜라미 고기를 가장 잘 먹더라구요. 그 다음은 저번에 얘기한 저당 두유를 좋아하네요. 혹시 콩을 좋아하나 해서 유기농 연두부도 사줘봤는데 그건 또 안 먹더라구요.

 

바퀴벌레가 사람 음식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마 그건 다른 먹을 게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는 간이 되어 있는 음식보다는 자연식 또는 순한 음식을 좋아하네요. 단것도 생각만큼은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래는 이번 바미퀴미 얘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본 거예요. 블로그에 올리는 얘기랑 진도가 딱딱 맞진 않지만 내용은 비슷하게 가고 있어요. 

 

 

이질바퀴는 대장에 생기는 병의 일종인 이질을 옮겨 다닌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하수구 같은 더러운 곳을 밟은 발로 사람 음식 위에도 올라가니까 그런 거겠죠.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번식해서 사육하는 애들은 깨끗하니까 안심해도 된답니다.

 

특유의 톡 쏘는 냄새도 위협만 가하지 않으면 내보내지 않아요. 처음에 왔을 땐 냄새가 한 5m 거리에서도 나길래(제가 좀 개코라서) "이 냄새를 계속 맡으며 지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에 걱정이 좀 되었는데 첫날 이후 전혀 냄새를 뿜지 않네요. 지금은 사육장에 코를 대고 집중해서 맡아야만 살~짝 나는 정도예요. 그냥 안 난다고 보면 된답니다.

정말 귀엽고 똑똑한 애들인데 엄청난 편견이 있는 게 늘 안타까워요. 사육 난이도도 의외로 사마귀보다 훨씬 낮아요.

 

두비아 바퀴벌레도 키워보고 싶은데 한국엔 반입이 안 되는 게 정말 아쉽네요. 사마귀도 그렇고 한국에선 키울 수 있는 종이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다시 미국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들 정도예요. 한국도 절지 세계가 좀 더 번창될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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