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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쓰기 프로젝트/그림일기

2020년 2월 15일 그림 일기

by 라소리Rassori 2020.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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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잠잠하다가 또 누군가가 특이한 검색어로 내 블로그를 찾아오게 되었다.

이번 검색어는 띄어쓰기까지 그대로 옮기자면, "고양이 밥먹고 한쪽발 긁어내는 이유"였다. 내 왕사마귀 쥐미가 고양이처럼 그루밍한다는 말을 내가 어딘가에 적어두었기 때문인 듯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참 신기한 검색어의 세계가 아닌가 싶었다.

나에게는 사실 한때 고양이 전문가 수준의 집사질을 했던 시절이 있다. 그 한때라는 게 무려 17년이다. 고양이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기까지 꽤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런 나임에도 저 검색어가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양이가 바닥을 긁는 것도 아니고 "한쪽 발"을 긁다니, 아니 "긁어내다"니?

무슨 말인지 궁금해졌다.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번에도 역시 일단 한 번 머리에 꽂힌 이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같은 검색어로 또 내 블로그를 찾아올 가능성은 낮겠지만, 그래도 그 검색어에 대한 해결책을 남겨두어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물. 
   


이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래의 내용은 고양이가 그만큼 똑똑했으면 하는 사심이 가득 들어찬 나만의 느낌을 적은 것임을 미리 알린다. 정답은 고양이들만이 알고 있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면 뭔가로 묻어두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람의 집 바닥에는 흙 같은 게 없으니 저렇게 덮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이고 내꼰데, 정말 소중한 곤데, 아무도 못 보게 꼭꼭 숨기고 싶옹!" 이런 거다. 반대로 어떨 때는 냄새가 싫거나 먹기 싫은 음식이 있어도 보기 싫다는 듯 덮어버리려 하기도 한다. 


근처에 수건 같은 게 나뒹굴고 있으면 발로 수건을 긁어 모아서 그릇을 꼼꼼히 덮어둘 때도 있다. 밥그릇을 잘 숨겨둬야 마음이 편하다는 듯 말이다. 밥그릇에 사료 가루 하나 그리지 않은 이유는, 내 고양이들은 언제나 접시를 설거지 이상으로 싹싹 핥아먹었기 때문이다. (내 고양이가 저렇게 생겼던 건 아니고.)

만약 검색해보려던 것이 위의 행동이 아니라 다른 행동이라면, 안 됐지만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밥먹고 한쪽발 긁어내는" 고양이, 건강하게 잘 커라.

밥그릇을 덮으려는 행동이 소용없다는 사실은 평생 못 깨달을 수도 있지만 정상이니 걱정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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