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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저의 다육 식물들을 공개합니다♡

by 라소리Rassori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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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절지류가 아닌 식물 얘기입니다!

제가 식물 쪽으로는 워낙 똥손이라서 애들 상태가 썩 훌륭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 눈엔 귀여운 애들이기에 블로그에도 한번 기록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식물을 키운 것은 처음에 한국 왔을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쁜 게 보이면 덥석덥석 데려오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어요. 처음 한동안은 자꾸만 죽여먹거나, 또는 너무 안 이쁘게 자라서 버리게 되는 일이 많았죠. 검색을 열심히 해보면서 키웠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식물을 키우는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식물을 키워요. 따라서 모양이 안 이뻐져서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냥 깔끔하게 굿바이 해버립니다. 

초반엔 관엽식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쉽지 않다 보니 나중엔 다육식물 쪽으로 흥미가 옮겨가게 되었어요. 그중에서도 특정 종들에 꽂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지금부터 보여드릴게요. 저희집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식물들이니 일종의 생존자 리스트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노도황파 Faucaris felina ssp tuberculosa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괴물의 얼굴이 나오는 매력적인 식물이에요.

물은 잎을 만져 봤을 때 단단하지 않고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들 때 흠뻑 주면 됩니다. 충분한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사무실 책상 위에다 키워도 괜찮은 식물이에요. 가격은 아주 쌉니다. 몇 천원이면 살 수 있어요.

(크앙♡) 


하월시아 옵투사 Haworthia obtusa

 

옵투사 중에서 정확히 무슨 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 싸지는 않은 종이어서 씨앗 5개에 만원이었는데 그중 딱 하나 성공했어요. 발아한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도무지 성장할 생각을 안 하네요.

그러고 보니 초반에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는 애예요. 어느날 말라비틀어진 밥풀처럼 되어있길래 죽은 줄 알았는데 물을 흠뻑 줬더니 기적처럼 살아났어요.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이러다 죽으면 다음엔 다 자란 하월시아를 사려구요. 하월시아 파종은 다시는 도전 안 합니다! (이 종류 말고도 하월시아 씨앗만으로 날려먹은 돈이 얼마...)


리톱스Lithops 모듬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다육식물인 리톱스입니다.

가격은 리톱스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평범하고 흔한 종은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고, 이쁘고 희귀한 종이거나 무늬가 독특하게 나왔을 경우엔 하나에 수십만 원씩 하기도 해요. 


제가 우주나 외계인을 좋아해서 이런 외계 생물처럼 생긴걸 참 좋아하는데요(쥐미 포함ㅋ),


한동안 리톱스에 꽂혀서 비싼 씨앗도 엄청 사고 반쯤 자란 것(하나에 만원 정도)도 사서 기르곤 했어요.

그러나 씨앗은 줄줄이 실패하고 반쯤 자란 것들은 너무나 못난 형태로 자라서 굿바이를 많이 했었네요. 이것 역시 아무리 공부를 하고 난 뒤에 키워도 잘 안 되더라구요. 겨우 발아한 새싹들은 겨울에 난방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거의 전멸해버렸네요. (뭐가 이렇게 까다로워ㅠ)

아래에 화분은 모듬으로 파는 걸 산 건데 1년쯤 지났는데도 아직 다 살아있을 뿐 아니라 웬일로 모양도 별로 흐트러지지 않아서 스스로 신기해하고 있답니다.

(잘 살아남아서 결국 이렇게 인터넷상에 등장하게 된 내 리톱스들)


리톱스는 아래에서 보시듯 탈피를 하면서 성장하는데, 제 경우 아무리 이쁜 걸 사도 탈피를 하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못난이가 되어버리더라구요. 고수들이 키우는 리톱스는 탈피 후에 크고 예쁜 얼굴이 나오는데 말이에요.


제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인데 리톱스들 느릿느릿 크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자꾸 실패하니 의기소침해지기도 해서 지금은 흥미가 많이 떨어진 상태예요. 그래도 죽이지 않도록 나름대로 변함없이 애를 쓰고는 있답니다.


아래는 제가 1년 반 전쯤에 심은 수백 개의 리톱스 씨앗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9개의 리톱스예요.ㅎㅎ


인터넷에서 다른 어떤 생초보가 4백 개 심었는데 7개 살아남았다고 하길래 나는 그것보단 낫겠지 했는데 비슷했네요. 아직도 새끼 손톱보다도 작은데 어느 세월에 다 클지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연보라빛 아이는 새싹 시절때 제가 실수로 화분을 발로 차는 바람에 뽑혀나가서 바닥에 나뒹굴었는데 아직도 저렇게 살아있네요. 

참고로 리톱스 역시 다른 다육식물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죽거나 길쭉하게 못생긴 콩나물이 되어버려요! (이런 걸 "웃자랐다"고 함)

6,7,8월과 1,2월은 리톱스의 휴면기라서 물을 주면 안 되기도 하구요. (근데 제 지인의 경우엔 그 시기에 물 줬는데도 잘만 큰다고 합니다.ㅎ)

하나하나 상태를 잘 봐가면서 줘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모듬 화분을 만들어두는 건 사실 좋지 않답니다. 물을 먹지 않아야 할 리톱스도 함께 물을 먹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탈피 중인 리톱스는 바짝 말리는 식으로 키워야 껍질이 쉽게 벗겨져요. 그런 애들이 물을 먹으면 벗겨져야 할 껍질이 통통해져서 속에서 나오려는 새 잎이 갇혀서 죽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니고, 통통해진 껍질도 곧잘 뚫고 나오는 리톱스도 있긴 하더라구요.



제옥 Pleiospilos nelii

 

제가 리톱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제옥입니다.

가격은 싸요! 작은 건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어요. 물은 거의 안 준다는 기분으로 키우면 됩니다. (1년에 물 4-5번 정도? 사람마다 말이 다른데 저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 아이는 동글동글함을 유지하면서 예쁘게 잘 살아 있어서 열심히 예뻐해주고 있답니다. 얘도 1년은 넘게 키웠는데... 아쉽게도 여기서 더 커지지는 않는 느낌이에요. 수를 늘이고 싶어서 씨앗을 사서 파종도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새싹이 나온 뒤 일주일을 넘기는 애가 없었습니다.

(깔끔하고 예쁜 얼굴)


제옥은 이런 초록색보다 조금 더 비싼 "자제옥"이라는 자색 버전도 있답니다. 예뻐서 저도 두 개를 샀었는데요, 새 잎이 나오면서 너무 못생겨지는 바람에 굿바이~

...하려고 했는데 어떤 지인이 그럴 바에 자기 달라고 해서 줬어요. (사실 그 지인이 제가 실패한 못난이들을 잔뜩 갖고 있답니다. 그 지인은 사랑으로 키우면 예뻐진다고 주장하는데 no, no~ 저도 사랑으로 키웠는데 그렇게 되었다구요!)



요옥(妖玉) Dintheranthus puberulus

 

위의 제옥이 매끈하고 귀엽다면 요옥은 울퉁불퉁하고 투박해요.

가격도 더 비싸고 구하기도 더 어려워요 (못생겨서 아무도 안 사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ㅎ). 


크기도 원래는 제옥보다 훨씬 더 커야 하는데 얘도 도무지 클 생각을 안 하네요. 계속해서 새 잎이 나오긴 하는데 위의 제옥처럼 매번 똑같은 크기의 잎이 나오고 있어요.

(뭐 일단 살아있는 것만으로 됐다.)


다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노피튬리톱스 새싹들이에요. (현재 1년 가까이 새싹인 느낌...)


코노피튬은 흔히 코노라고 부르는데, 리톱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다육식물이에요. 리톱스와 코노 중 비싼 것들로 골라서 씨앗을 많이 샀었는데 다 죽고, 위의 사진에 살아있는 애들도 과연 잘 클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네요. 

비싼 종이다보니 처음엔 하나하나 사진 찍어서 종명을 폰에다 기록해두곤 했는데 나중엔 귀찮아져서 아무렇게나 키우고 있어요. 이제는 누가누군지 전혀 모르게 되었네요.

 


다음은 "실생"이라는 것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실생은 씨앗을 심어서 기른 것을 뜻해요.

다육 식물의 경우 "적심"이라고, 줄기 부분을 잘라서 말린 뒤에 그 잘린 부분에서 뿌리가 나오도록 하는 번식 방법이 있거든요. 잎을 떼어내서 잎 끝쪽에서 뿌리를 내는 "잎꽂이"라는 방법도 있구요.

그런 식의 번식 방법으로 자란 다육이들이 많이 판매가 되는데, 그렇게 말고 씨앗부터 자란 실생 애들이 따로 있어요. 얘들은 좀 더 튼튼한 경향이 있어서 다육이를 살 때는 꼭 실생만 찾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아래 사진은 저의 선인장 실생입니다! (뿌듯) 1년 넘게 키운 게 이렇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얘들도 위에 하월시아처럼 죽다 살아난 거예요. 다 말라비틀어진 밥풀처럼 되어있길래 완전히 죽은 줄 알고 핀셋으로 마구 뽑아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꺼내서 몇 시간동안 뿌리를 물에 담가놔 봤거든요. 그랬더니 탱탱하게 다시 살아났답니다! (그게 작년 가을)

선인장은 물이 별로 필요없는 줄 알았는데 어릴 땐 물을 적당히 먹어줘야 하나봐요. 검색을 해봐도 안 나오고, 용기를 내서 고수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냥 아무렇게나 키웠는데 잘 크던데요. 선인장 어렸을 때 물 얼마나 줬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라는 대답을 얻음) 결국엔 제가 경험으로 알게 되었네요.

 

백조 mammillaria herrerae


아래는 위 사진에서 왼쪽 아래에 있는 잘 보이지도 않는 점만한 크기의 선인장의 접사예요. 백조라는 고가의 선인장인데 힘들게 구한 10개의 씨앗 중 달랑 한 개 성공했답니다. 씨앗을 심은 지 2달 반이나 넘게 지나서 이렇게 한놈이 나왔어요.


그 후로 꽤 시간이 흘렀는데 성장이 너무나 더디네요. 제발 죽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뽑혀나가서 구르고 있는 걸 다시 심었는데 그 뒤로 약간 찌글찌글해진 것 같기도 해요.

아래는 투구선인장 씨앗이라고 파종했던 건데 어째 반야선인장으로 가는 느낌이에요. 가시 심한 선인장은 일부러 피했는데 어쩌다 이런 애가...

(그래도 열심히 키워줄테니 죽진 말고...)


온즈카 난봉옥 Astrophytum myriostigma cv.

 

이 시국 훨씬 이전에 샀는데 씨앗 정보에 재팬 온즈카라고 나와있었어요. 하나밖에 없는데 잘 컸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나머지는 전부 난봉옥...이 아니라 투구 선인장이어야 하는데 느낌이 어째 난봉옥 쪽이네요.

어떻게 커줄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수십만 원을 때려부었던 저의 옛 취미 생활의 일부를 공개해보았습니다. 사실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는 모르겠어요. 한동안 꽂혀있었고 꽤 많은 지출을 했기 때문에 저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한 번도 합계를 내본 적은 없습니다. 씨앗과 식물 외에 삽, 화분, 흙도 열심히 샀으니 꽤 될 거예요.

제가 식물 생초보인 저의 레벨을 생각하지 않고 슬기롭지 않은 호구 생활을 했던 곳은 크게 세 군데예요.

엑스플랜트 https://www.xplant.co.kr/
심폴 http://www.simpol.co.kr/main/main.php
선인 (씨앗) https://www.seonin.com/mall/p.php

그 외에 지마켓과 옥션에서도 열심히 검색해서 씨앗과 식물을 사곤 했답니다. 이베이에서 리톱스 씨앗을 싸게 산 사람도 있던데 키워보니 채송화가 나왔다고 하네요. 주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씨앗 심는 건 처음엔 새싹이 올라올 때마다 엄청 재미있긴 한데 생각보다 상당히 고난도여서 선뜻 추천드리긴 힘드네요. 제 경우엔 앞으로 식물을 산다면 안전하게 좀 큰 걸로 살 거예요. 아니, 전 그냥 꽃병에 꽂는 생화가 가장 잘 맞을 것 같네요.

꽃은 정말 좋아하지만 앞으로 식물엔 큰 욕심 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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