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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에게 곤충 파리 구해주기 1 (구더기 키우기)

by 라소리Rassori 202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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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생물 관찰 및 사육에 관한 것입니다. 구더기, 파리, 사마귀, 귀뚜라미가 아주 리얼하게 나오니 싫으신 분들은 부디 잘 피해가 주세요. 내용을 미리 알려드렸음에도 들어와서 괴로워하시면 전 너무 죄송해진답니다.ㅠ 답방 안 왔다고 섭섭해하는 일 절대 없으니 염려 놓으세요!^^


이번엔 사마귀의 먹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왕사마귀 약충을 처음으로 키우면서 여러 난관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먹이에 관한 것이었어요. 사마귀를 키우려면 살아있는 귀뚜라미를 사육하고 피딩하는 것이 거의 필수인데 예전의 전 귀뚜라미가 너무 무서웠거든요. 밀웜에 대한 공포는 밀웜을 매일 만지다보니 극복이 되었는데 귀뚜라미는 얼핏 보기에도 만질 수 있는 비주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공포감보다는 저의 사마귀 사육에 대한 열망이 더 컸던 걸까요. 어느 순간 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왕사마귀 쥐미와 함께 귀뚜라미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제 경우 귀뚜라미는 밀웜보다 훨씬 더 긴 적응 기간이 필요했어요. 지금은 귀뚜라미를 볼 때마다 너무 귀엽고 잘 데리고 놀기도 하지만 (그리고 도축도 잘하지만ㅎ), 처음 한 두 달은 절지류 사육을 포기해야할지 고민했을 정도로 귀뚜라미는 쉽지 않았어요.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사육 자체도 쉽지 않았죠. 지금은 당당히 귀뚜라미 사육 고수라고 말할 수 있는데 처음엔 사육 환경을 제대로 못 맞춰줘서 폐사를 많이 시켰답니다. 

어찌됐든 결국엔 적응이 되었고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된 듯했어요.

(빼꼼~ 알고 보면 엄청 귀여운 귀뚜라미)

그런데 사육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자꾸만 "귀뚜라미는 사마귀에게 좋은 먹이가 아니다"라는 말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그 말의 근거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눈에 들어온 이상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여러 사람이 그렇게 말하기도 했구요.

귀뚜라미가 사마귀에게 좋지 않다는 이유는 귀뚜라미는 사마귀가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귀뚜라미의 딱딱한 껍질, 뱃속에 가득한 채소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밀웜은 딱히 언급은 없었지만 껍질이 딱딱하다는 것과 뱃속에 채소(또는 곡식류)가 가득하다는 점에서는 귀뚜라미와 같았어요. 쥐미에게 귀뚜라미와 밀웜만 먹이고 있는 저에게는 심각한 내용이었죠.

해외 사육자들이 하는 말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사마귀는 파리처럼 음식을 녹여서 먹는 곤충을 먹이로 쓰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파리는 껍질이 연해서 먹는데 부담이 없기도 하구요.

귀뚜라미만 먹였다가 사마귀가 병에 걸려 죽었다는 사람도 보였어요.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자기는 파리만 먹였는데도 사마귀가 병에 걸려서 죽었다고 반박하더군요. (그 병이란 것은 사마귀가 음식을 토하다가 죽는 건데 정확히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노환이나 소화기 쪽 질환이 아닐까 해요.)

또 사마귀를 많이 키우는 어떤 사람은 자기는 옛날부터 귀뚜라미만 먹이는데도 사마귀들이 다 건강하다고 하면서, 다만 당근을 먹인 귀뚜라미는 사마귀에게 안 좋더라는 말을 덧붙였어요. 

한마디로 정확한 정보는 아무도 모르는 혼란의 도가니 속 같았어요.

(긴 주둥이로 음식을 쪽쪽 빨아먹는 파리.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그것이 혼란이든 뭐든 쥐미를 키우는 입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생각은 한 가지뿐이었어요.

"나도 쥐미에게 파리를 먹여주고 싶어!"


동물 사육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아무래도 뭔가를 키우다 보면 조금이라도 다양하게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사실 밖에 나가면 쥐미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곤충들을 채집해올 수 있죠. 하지만 연가시 감염 위험 때문에 야생에서 잡아온 먹이를 주는 건 위험해요.

그래도 제가 직접 구더기 단계에서부터 키워서 파리가 된 것은 먹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가장 걱정되는 건 연가시 같은 기생충인데, 구더기가 연가시 유충을 옮기는 곤충은 아닐 테니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생각했어요.

그리하여 그날부터 저의 구더기 검색이 시작되었습니다. 구더기 사육, 구더기 판매, 파리 키우는 법 등등 여러 가지를 검색해봤어요. 구글, 유튜브, 네이버 등 다 뒤져봤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 어디에도 제가 원하는 정보는 없더군요.

그렇게 시무룩하게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사실!

바로 낚시 용품점에서 구더기를 판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으로도 구입이 가능했어요.

몇 군데가 있었는데 낚시나라FNC에서 판매하는 빙어 생미끼 구데기 구더기 덕이란 것이 괜찮아 보였어요. 과연 그것을 파리로 키워서 먹이로 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저질러 보자는 생각으로 바로 결제를 진행했습니다.


이틀 만에 조그만 박스가 도착했어요.


이 안에 살아있는 구더기가 바글바글 들어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면 톱밥과 함께 통통한 구더기들이 들어있어요. 원래는 낚시 미끼로 쓰이는 것들이죠.


여러분 파리 구더기 어떻게 생겼는지 아시나요? 전 분명 옛날에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은 처음이에요. 앞이 연필 끝처럼 까맣고 뾰족하고, 뒤는 뭉툭한 것이 정말 희한한 몸 구조를 가졌답니다. (아래 영상 참고)

이 영상은 구더기의 생김새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리는 것임을 알아주세요. 구더기에 대한 정보가 필요 없는 분들은 부디 그냥 패스하시길 권합니다.

(파리 구더기의 생김새)


구더기는 썩은 생선이나 고기에서 잘 자랍니다. 위의 구더기들도 아마 그런 것을 먹고 자랐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결국 쥐미가 먹게 될 구더기들에게 차마 썩은 고기를 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신선한 당근, 바나나, 물에 적신 빵, 엿기름, 애호박, 개사료 등을 주었습니다. 겨울임에도 혹시 음식이 상했을까봐 하루에 두 번씩 갈아주기도 했어요.

아쉽게도 이 방법으로는 구더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썩은 음식이 아닌 신선한 음식만 먹였더니 대부분 폐사하고 일부만 번데기가 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래는 며칠 후 처음으로 한 마리가 번데기가 된 모습입니다.

나머지 구더기는 원래 들어있던 통에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어요. 냉장고 안에서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해서 이렇게 조금씩 꺼내서 관리해 본 것입니다.

 


번데기가 된 것들은 바로바로 꺼내서 다른 통으로 옮겨두었어요. 처음엔 번데기도 축축한 곳에 둬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썩더군요. 알고 봤더니 구더기는 다 자라면 건조한 장소로 열심히 기어가서 번데기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번데기를 건조한 곳에 두고 벽면에 3일에 한 번 정도 스프레이를 해주었어요.

번데기의 색깔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크기는 제 새끼손가락과 비교하면 이 정도예요.


10일쯤 지나니 번데기에서 파리가 한 마리 나왔습니다.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기간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제 방의 경우 섭씨 23-24도쯤 되었습니다.)

이렇게 번데기에서 나오는 성장 방식을 완전변태(complete metamorphosis)라고 해요. 사마귀나 귀뚜라미처럼 번데기 과정 없이 탈피로 성장하는 건 불완전변태(incomplete metamorphosis)라고 하고요. (아 드립 치고 싶어..)


위의 파리는 아래에 저 뚜껑 열린 번데기에서 나온 거예요. 


나중에 어떤 놈은 통 안이 너무 건조했는지 번데기에서 반쯤 빠져나온 채로 끼여 죽어 있기도 했어요. 사마귀로 치면 탈피 부전 같은 사고가 파리에게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파리는 몸이 연한 회색이에요.


파리는 다들 아시다시피 엄청 방정맞게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움직임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번데기에서 갓 깨어난 파리는 갓 탈피한 귀뚜라미나 사마귀처럼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 파리 앞에 쥐미를 데려가봤어요.  (2020년 1월 12일) 


사마귀는 먹이가 움직여야만 반응을 합니다. 그런데 파리가 꼼짝 않고 있으니 쥐미는 파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냥 나 여기 왜 온 거야? 하는 표정만 짓고 있습니다.


별로 재미있어 하는 것 같지 않아서 일단 쥐미는 다시 혼자 안전한 곳에서 놀게 두었어요.

참고로 쥐미가 성충이 된 이후로는 제가 외출할 때나 밤에 잘 때만 사육통에 넣어두고, 하루종일 방에 풀어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는 쥐미가 안 다치도록 신경을 써야하지만 쥐미가 조금이라도 자유로워 보여서 좋습니다. 어차피 한 자리에 몇 시간씩 가만히 있을 때가 많아요.


길어서 요기까지 하고 다음에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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