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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그린보틀블루 유체 "리니" 사육 일기 -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20.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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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이 많으니 절지동물이 불편한 분들은 부디 패스해주세요.


타란툴라 얘기 정말 오랜만이네요! 지금까지 쥐미 얘기에 뒷전이 되어 있었는데 앞으로 저의 귀여운 타란툴라들의 사육 일기도 분발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저에겐 세 종의 타란툴라가 있어요. 킬로브라키스 카앵 크라찬, 오렌지 바분, 그리고 오늘 얘기할 그린보틀블루입니다.

그린보틀블루는 한국에서는 그린볼이라고도 많이 불러요. 먹성이 좋고 성장이 빠른 종이고 색깔도 정말 예뻐요.

수컷은 3-4년 정도 살고, 암컷은 12-14년 정도 사는데 제 타란툴라의 성별은 아직 좀 더 커야 알 수 있어요. 보통 타란툴라를 키우게 되면 자신의 타란툴라가 암컷이길 바라지만 전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성장은 먹이 양과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린보틀블루의 경우 성체까지 되는데 대략 한 1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저의 그린보틀블루의 이름은 리니인데, 그린보틀블루의 "그린"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그린, 그리니, 리니 ㅋ

그린보틀블루는 유체와 성체 때의 색깔이 많이 달라요. 리니가 무사히 성체로 자라서 여러분들께 색깔의 변화를 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12월 1일

아래는 리니가 집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에요. 다른 두 녀석들은 절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리니는 이렇게 발이라도 보여 줍니다. 원래는 전혀 숨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은신처 안에 꼭꼭 숨더라고요.


12월 2일

밥은 아래 사진처럼 거미줄에 걸쳐놓고 가느다란 작대기 같은 걸로 살살 흔들면 보통은 번개 같은 속도로 튀어나와서 낚아채 갑니다.


밀웜을 자른 이유는 조그만 타란툴라 유체의 몸 크기에 맞춰서 먹이를 줘야 하기 때문이에요. 제 경우엔 보통 타란툴라의 배를 보고 저 안에 이게 다 들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먹이 크기를 정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숨어 있는 경우엔 배를 볼 수 없다는 거예요. 이럴 때는 그냥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덜 줍니다. 그래도 많거든요. 양이 너무 많으면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데 그러면 남은 것이 은신처 안에서 썩어요. 

위 사진의 밀웜도 적은 양 같지만 실제로 조그만 거미 배 안에 다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꽤 많은 거랍니다. 저 정도 줄 경우엔 4-5일은 밥을 안 줘도 괜찮아요. 일주일도 문제 없어요.

그런데 저때의 리니는 웬일인지 밥을 먹지 않았어요. 늘 잘 먹던 밥을 어느 날부터 먹지 않으면 탈피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거부한 음식은 그대로 두지 말고 바로 치워 주세요.

탈피기가 아니고 단지 저번 피딩 때 너무 많이 먹어서 안 먹을 때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3일 후쯤 다시 한 번 먹이를 줘 보면 먹습니다.

그런데 리니는 3일이 지난 뒤 작은 귀뚜라미를 줘봤을 때도 먹지 않았어요. (아래 사진) 먹이 위에 발은 살짝 얹고 있는 걸 보니 먹고 싶긴 한데 먹을 수 없는 상태인 거예요. 이러면 탈피기인 게 거의 확실한 거죠. (귀뚜라미는 머리를 살짝 처리한 상태)


이때부터는 괜히 먹이를 주려 하지 말고 가만히 두는 게 좋습니다. 몇 주씩 굶을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하고 물을 잘 챙겨주세요.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습도 잘 맞춰주시고요. 바닥재를 너무 축축하게 해놓는 건 위험합니다. 축축 말고 살짝 촉촉이 좋아요. 건조한 쪽, 촉촉한 쪽, 둘 다 만들어 두세요.


12월 6일

계속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리니입니다. 변함없이 까만 구두를 신은 듯한 쪼그만 발만 살짝 내놓고 있어요.


12월 13일

리니가 너무 오래 밥을 안 먹어서 걱정인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육통을 봤더니 리니가 은신처 밖에 나와 있었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뚜껑을 열어서 리니의 상태를 살펴보았습니다.

하트 무늬가 있는 배가 터질 듯이 빵빵해져 있었어요. 타란툴라는 탈피 전에 이렇게 배가 터질 듯이 불러온답니다. 껍질 안에 지금 보다 훨씬 큰 몸이 들어 있으니까요. 몸 색깔도 평소보다 탁해집니다.


물을 줬더니 조금 마셨어요.


보통 타란툴라들은 이렇게 꺼내 놓으면 아주 빠른 속도로 도망을 가는데 리니는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저의 첫째 타란툴라인 카앵이와는 달리 성격이 참 순해요.

기왕 꺼낸 김에 집을 갈아 주기로 했습니다. 좀 더 큰 네모난 사육통으로 옮겨 주었어요. 지금 현재 리니가 살고 있는 사육통과 같은 것이죠. 


카앵이였다면 지금쯤 최소 세 번은 도망을 가고 난리를 쳤을 텐데 리니는 얌전하게 사육통 안으로 들어갑니다. 탈피기여서 피곤한 것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리니는 원래 이렇게 얌전하답니다.


배가 정말 터질 것만 같아요. 너무 불쌍합니다.


무리해서 집을 갈아 준 것이 아닌지 뒤늦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힘내, 리니야..)


어느새 은신처 안으로 쏙 들어갔네요. 왼쪽에 있는 둥근 사육통은 오렌지 바분인 렌지의 집이에요. 착하면서도 은근히 속을 썩이는 앤데 렌지 얘기도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12월 14일

다음 날 보니 은신처 안에 리니가 한 마리 더 보였습니다. 리니의 탈피 껍질이었어요.

곧 탈피를 할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해버릴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어요.


조심스레 탈피 껍질을 꺼냈더니 리니가 놀라서 밖으로 나왔어요. 배가 많이 고플 텐데 몸이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좀 더 큰 타란툴라들은 최소한 일주일은 기다렸다가 밥을 줘야 하지만 리니처럼 아주 작은 유체들은 한 3-4일 정도 기다렸다가 밥을 주면 됩니다. 가능하면 갓 탈피한 말랑한 먹이를 주면 더 좋겠죠. 


리니의 탈피 껍질이에요. 너무 작죠? 조그만 게 여기서 빠져나오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타란툴라들도 탈피 부전이 있어서 탈피하다가 다리가 잘리거나 죽거나 하는 일이 있답니다. 습도를 잘 맞춰주는 게 중요해요.

타란튤라는 드러누워서 탈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누울 자리도 넉넉히 있는 게 좋습니다. 가끔 너무 좁은 곳에 자리를 잡고 탈피하다가 물건 틈 같은 데 낀 상태로 죽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리니는 무사히 빠져나와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상입니다.


마무리로 그린보틀블루 성체 사진 놓고 갈게요. 마침 픽사베이에 있더군요. 파란색 다리, 청록색 몸통, 주황색 배... 너무나 이쁜 생명체랍니다. 리니가 무사히 성체가 된다면 이런 모습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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