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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쌍별귀뚜라미 사육 및 번식 스토리 1 - 번식Five

by 라소리Rassori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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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귀뚜라미를 먹이 곤충으로서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귀뚜라미 사진이 많으니 벌레를 잘 못 보시는 분들은 부디 그냥 지나가 주세요.


이번엔 저의 귀뚜라미들 중에서 먹이로 쓰이지 않은 행운의 귀뚜라미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귀뚜라미들은 제가 번식Five라고 부르고 있어요. 처음에는 일곱 마리였는데 하나씩 탈피할 때마다 동료에게 잡혀 먹혀서 나중에는 5마리가 되었습니다.

우선 번식이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다는 걸 말씀 드리고 얘기 시작할게요. 너무 많이 태어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의도적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6마리였을 때 찍은 거예요. 사육통을 청소하느라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 두었더니 난리를 치는 모습입니다. 밥을 잘 먹어서 배가 통통한 게 아주 귀엽네요.

 

2019년 12월 24일

 


이때는 아직 성충이 되지 않았을 땐데 자세히 보면 꽁무니 중간에 뾰족한 산란관이 나와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요. 산란관이 있는 것이 암컷입니다.

위 사진에서 몇 마리만 구분해 보자면, 아래쪽 양쪽에 있는 게 암컷이고 중간에 도망가는 게 수컷이네요. 처음부터 수컷은 두 마리만 선출했습니다. (한 마리여도 되지만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12월 25일

 

아래 사진에서는 암컷 수컷 차이를 더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날개싹이 사진에 보이는 것만큼 발달한 상태라면 다가오는 탈피가 마지막 탈피, 즉 우화이고 곧 성충이 되는 것입니다. 사마귀 우화 때와 마찬가지로 날개가 나오는 거죠. 성충이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번식 활동이 시작됩니다. 

 

 

12월 26일


귀여운 암컷의 얼굴입니다. 얘 혼자 갈색이어서 제가 참 이뻐했어요.


이 암컷이 성충으로 우화하는 것은 예전 포스팅에 올린 적이 있어요.

 

귀뚜라미 암컷 우화

 

예전에 귀뚜라미를 스티로폼에 넣어뒀다가 스티로폼을 먹는 것을 보고 분노했던 적이 있는데 이 녀석이 이번엔 신문지를 뜯다가 딱 걸렸습니다.


귀뚜라미 이놈들 대체 늬들이 안 먹는 게 뭐냐!!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신문을 먹은 게 아니고 아래 사진에서처럼 그냥 뜯어 놓은 거더라고요. 그냥 심심해서 한 건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먹을 것은 많기 때문에 배가 고파서는 아니었을 거예요.

12월 30일

 


아래 사진 맞은편에 다가 오는 건 수컷이에요. 이 수컷 귀뚜라미가 성충이 되는 모습도 예전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귀뚜라미 수컷 우화

 

 

2020년 1월 12일


이때가 아직 제가 대전에 살 때인데, 번식FIVE는 도축 1순위 귀뚜라미들 바로 위층에 살았어요. (총 3층인데 1층은 쪼꼬만 핀헤드 귀뚜라미들이 살았어요. 2층은 환기가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 옆에 환기 구멍이 엄청 많았습니다.)


이때쯤엔 모두 성충이 되고 날개도 나왔네요.

나중에 깨달았지만 수컷들의 날개를 살려둔 건 큰 실수였어요. 수컷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를 뽑은 것도 실수였구요. 


둘이 엄청나게 싸우더라구요. 울음소리 대결도 많이 하고요. (귀뚜라미가 울 때는 위 사진에서처럼 날개가 위로 들려 올라가 있습니다.)

둘 중 한 놈이 더 셌는데 그 놈 우는 소리가 WOW... 정말 매일매일 귀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그 놈은 나중에 "미치니"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번식Five 중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녀석입니다.

처음에 우는 소리 들었을 땐 소리가 예뻤는데 그 소리가 점점 크고 높아지더라구요. 상상을 초월하는 데시벨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중간 안쪽에 있는 게 미치니예요. 왼쪽이 다른 수컷, 오른쪽이 암컷 셋 중 하나이고요.


암수가 나란히 데이트를 하는 모습입니다. 산란관이 뾰족하게 나와있는 애가 암컷이에요. 이건 털다리도 아니고 가시다리인가... 아무튼 다리 생김새가 요란합니다.


귀뚜라미는 수컷이 날개를 비벼서 음악을 연주하는 걸로 구애를 하는데, 그러면 암컷이 반해서 수컷 위로 오다가 빙 돌아서 서로 반대방향을 보는 채로 결혼(?)을 한대요. 아쉽게도 그 장면은 단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카메라는 물론 눈으로도요.

 


1월 13일


좁은 곳에 모아두면 번식이 더 잘 된다고 해서 조금 더 좁은 통으로 옮겼습니다. 알을 낳을 통은 질석을 채우고 물을 흠뻑 뿌려뒀어요. 해외 유튜버 중 귀뚜라미를 대량으로 번식하는 사람이 이렇게 하더라구요.

사육통이 좀 좁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답니다. 이 정도면 5마리의 귀뚜라미에겐 초호화판 호텔이에요. 사실 먹이로 사용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얘들에게는 굉장한 일이죠.


아래 사진에서는 암수가 나란히 앉아서 데이트를 하고 있네요.

바깥쪽에 있는 게 수컷인데 얘는 미치니가 아니고 다른 수컷이에요. 위에 링크한 수컷 우화 장면의 주인공이죠. 얘는 특징이 다른 애들과는 달리 계속 양손으로 벽을 긁는다는 거예요. 미치니가 너무 싫어서 통에서 나가고 싶은가봐요.

 


미치니와 이 수컷을 구분하는 방법은 더듬이입니다. 미치니는 우화할 때 뭘 실수를 했는지 더듬이 한 쪽이 팍 꺾여버렸어요. 성격도 깡패인데 외모도 뭔가 깡패처럼 되었답니다. 


1월 16일


암컷이 알을 낳으려고 흙 위를 오가고 있네요. 산란관을 흙에 푹 꽂아서 알을 낳는데 제가 카메라를 들이 대고 있을 때는 산란을 안 해서 이렇게만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2부로 나누겠습니다.

다음엔 미치니도 자세히 보여드리고, 탄생과 죽음도 다루어볼게요. 센 사진들이 많이 나올 거니 제발 귀뚜라미에 익숙한 분들만 보러 와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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