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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귀뚜라미 암컷 우화

by 라소리Rassori 202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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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 익숙하신 분들만 보세요, 진심!


이번엔 귀뚜라미 번식 도전 이야기입니다. 번식은 너무 많은 수가 쏟아져 나온다는 부분에서 사실 좀 부담스러워서 많이 망설였답니다. 하지만 저번에(11월 23일) 구입했던 핀헤드들이 다 너무 커져서 먹일 수 없게 되어 번식을 한번 시켜보기로 했어요. 인터넷에 보면 저처럼 소량이 필요한 사람은 번식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입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하고 저도 거기에 동의를 하지만 그냥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원래 요 앞 세대에서 한번 시도해보려다가 접었는데 그때 했더라면 타이밍이 맞았을 건데 아쉽네요. 지금은 너무 늦어서 번식은 번식대로 진행시키고 그 사이 작은 귀뚜라미들을 또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 12월 중순 쯤에 가장 큰 녀석들 일곱을 골라서 따로 분리해뒀는데 생각보다 성장이 느려서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천천히 컸으면 하는 애들은 너무 빨리 크고, 빨리 컸으면 하는 애들은 체감상 지독하게 느리게 크네요. 



어쨌든 어젯밤에 드디어! 암수 모두 우화를 하고 날개를 단 성충이 되었습니다. 분리했던 일곱 놈 중 두 놈은 그 사이 탈피하다가 동료에게 먹혀버리고 현재 다섯 놈이 살아남았습니다. 그 중 셋이 암컷이고 둘이 수컷으로 확정되었어요. 저는 암컷 한놈만 알을 낳아주면 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처리를 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아래에 요놈은 암컷 중 젤 이쁘게 생긴 녀석이에요. 성충이 되기 전 단계에 찍은 거네요. 귀뚜라미가 사실 얼굴이 되게 귀엽게 생겼어요. 옆모습이랑 윗 모습 한정이지만요. 정면은 빻았...


아래 사진을 보면 암컷이라 산란관이 나와있어요. 마치 창처럼 생겼습니다. 실제로 보면 반짝거리는 게 예뻐요. 참고로 이런 식으로 등 쪽을 잡고 있으면 입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내보낸답니다. 메뚜기도 같은 행동을 하죠. 당황할 것 없이 그냥 손에 묻기 전에 키친타월로 귀뚜라미 입을 톡톡 닦아주면 끝입니다. 손에 묻어도 씻으면 그만이구요. 어차피 요즘 귀뚜라미랑 사마귀 사육통이며 분무기 등을 매일 씻느라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네요. 살면서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씻고 청소해 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쌍별귀뚜라미는 까만 애가 있고 이 암컷처럼 갈색을 띠는 애들이 있어요. 제 눈엔 갈색이 이뻐 보이네요. 아래 사진은 수컷과 마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 다 이렇게 청소년(?)이었는데 말이에요.


일단 요 암컷을 탈피 직전에 분리했습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얘는 탈피 도중 동료에게 먹혀버리면 아까울 것 같더라구요. 날개싹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 당장에라도 우화할 기세입니다.


위의 사진이 12월 31일인데 탈피기라서 아무것도 못 먹고 버티고 있다가 1월 3일에 드디어 우화를 했어요. 거의 다 하고 나서 발견했고, 껍질에서 다 빠져나온 뒤에 찍었습니다.
 


귀뚜라미는 조그마할 때랑 탈피 직후 하얄 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탈피 직후엔 지금껏 없던 목도 생겨나 있답니다. 몸이 마르기 시작하면 거북이처럼 목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고정이 돼요. 탈피 껍질은 귀뚜라미 사육통 안에 던져 두면 동작 빠른 애들이 달려와서 맛있게 간식으로 먹습니다. 금방 바싹 말라버리니 너무 늦지 않게 던져주는 게 좋아요.


사마귀처럼 귀뚜라미도 처음 탈피 껍질을 뚫고 나올 때는 몸을 아래로 하고, 날개를 말려야 할 때는 180도 돌아서 몸을 위로 향합니다. 날개가 예쁘게 펴지고 있네요. 저게 어떻게 다 그 작은 날개싹에 들어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목도 벌써부터 들어가기 시작했네요.


조금 지난 뒤 날개 형태가 잡혔을 때 조심스레 꺼내봤습니다. 사마귀였다면 절대 안 건드렸을 텐데 귀뚜라미는 먹이로 사용하는 곤충들이어서인지 아무래도 덜 조심하게 되는 게 있네요. 사마귀보다 몸이 훨씬 빨리 마르기 때문에 사실 이때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는 손상이 가지 않긴 합니다.


위의 사진 정도로 몸이 마르고 까매지고 나면 동료들에게 먹힐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원래의 사육통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다음 날 다시 꺼내봤을 때의 모습입니다. 많이 더 까매졌지만 아직 산란관이 하얀색이네요.


얌전하고 예쁘죠? ㅎㅎ 


또 그다음 날입니다. 색깔을 보니 산란관이 여전히 덜 마른 상태네요. 역시 귀뚜라미에게도 우화를 거쳐 성충이 되는 건 힘든 일인가 봅니다. 


얘보다 한 두 단계 더 어린 귀뚜라미들은 손에 얹으면 제 손이 고기인 줄 알고 뜯어먹으려고 하는데(그래 봤자 개미가 꽉 무는 정도의 아픔이지만) 좀 큰 애들은 먹는 게 아닌 걸 아는지 무는 일이 없네요. 성충의 반 사이즈 귀뚜라미가 물어도 꽤 아픈데 성충이 물면 어떨지...

근데 아직 이렇게 큰 귀뚜라미들에게는 물려본 일이 없고, 점프를 좀 해서 그렇지 쌍별귀뚜라미 성격 자체는 온순하답니다. 공격하기 위해 물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진 않더라구요. 음식 가지고 서로 양 주먹 날려가며 싸우는 걸 보면 공격성이 영 없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일단 오늘은 요기까지 할게요. 글이 길어져서 수컷 우화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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