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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1년 새해 맞이 무작위 생각 나열 (2020년 안 좋았던 일들, 좋았던 일들, 주식, 바퀴벌레, 절지동물 사육 등)

by 라소리Rassori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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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내 인생에서 정말 색다르면서도 꽤나 좋은 편에 속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그만큼 평소에 안 좋은 해가 많았단 얘기.) 코로나로 해외여행과 그 외 여러 좋은 계획들이 취소되었던 것 외에는 크게 나쁜 일은 없었다.

 

거의 새것인 내 레노버 T590 랩탑 키보드 위에 계란프라이를 떨어뜨렸던 일은 나빴다. 그냥 계란프라이를 얹은 접시를 손에 들고 가고 있을 뿐이었는데 미친 계란프라이가 혼자 미끄러져서는 마치 UFO처럼 날아서 랩탑 위에 착지한 것이다. 까만 무광 키보드 군데군데 기름 자국이 잔뜩 생겨서 한참을 닦아야 했다.

 

거의 새것인 내 레노버 T590 랩탑 키보드 위에 (다른 얘기다.) 돼지갈비찜 한조각이 날아가서 착지하는 일도 있었다. 계란프라이와는 달리 국물이 안쪽으로 흘러들어갔다. 맨 오른쪽 넘버키에 있는 Enter키가 특히나 타격이 컸다.

 

안쪽을 청소하기 위해 엔터키를 쑥 뽑아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접해온 일반 키보드와는 달리 안쪽이 아주 복잡하고 세밀하게 엮여 있었다. 어떤 짓을 해도 예전처럼은 다시 끼울 수 없었다.

 

레노버에 문의를 하니 키보드 전체를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비용이 16-17만원 정도 든단다. 무엇보다 하루 만에 되는 게 아니라 며칠간 컴퓨터를 맡겨야만 고칠 수 있었다. (레노버의 큰 단점...) 

 

비용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러기엔 일이 많아서 일단은 포기하고 그냥 쓰고 있다. 내 개인적인 모든 것이 들어있는 랩탑이다 보니 며칠 맡겨두려면 자료를 모두 옮기고 거의 하드를 밀어야만 한다.

 

처음엔 정말 속상했는데 그것도 차차 익숙해졌다. 어차피 무선 키보드(로지텍 K470)를 허벅지에 놓고 사용하고 있어서 큰 상관이 없긴 하다. (정신 승리의 일인자...)

 

무선 키보드를 쓰는 이유는 하루 종일 팔을 책상에 올리고 있으니 슬슬 팔꿈치와 어깨가 맛이 가는 게 느껴져서다. 아래에 내려서 사용하니 훨씬 팔이 편하다.

 

그나저나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키보드 덮개(키스킨)는 쓸 생각이 없다. 개인적으로 그게 있으면 키보드 치는 느낌이 너무 안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키보드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오뚜기 참깨라면 컵라면 사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참깨라면은 정말 상 받아야 하는 맛있는 라면이라 생각한다. 먹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다 보니 컵라면 버전도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뭔가 빠진 느낌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맛은 있었다. 그런데 다 먹고 보니 밑에 유성스프가 봉지째로 가라앉아 있었다. 뭔가 빠진 정도가 아니라 이 라면의 하이라이트가 빠진 것이었다. 아니 것보다 비닐을 넣은 채로 뜨거운 물을 부어 먹은 게 문제였다.

 

예전에 미국에서는 오뚜기 "옛날 쌀떡국"을 먹다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다 먹고 보니 밑에 산화방지제가 가라앉아 있었다.) 다 먹은 뒤 이런 걸 발견하면 기분이 엄청 가라앉는다. 앞으로는 이런 걸 먹을 땐 철저히 확인한 뒤 뜨거운 물을 부어야겠다. 

 

그 외에도 나쁜 일들은 많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좋은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냥 일상이 무난히 유지되었다는 자체가 가장 좋은 일이었다. 나와 내 주위 모두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다.

 

주식을 하게 된 것은 2020년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게 세상에 있는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특히 주가가 마구 오르던 2020년 4월쯤에 시작했더라면 더없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에 만족하려고 한다. 높이 높이 올라갔다가 9월쯤부터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많은 개미들이 고점에 물려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10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나도 한 종목이 거의 최고점에 물려 있긴 하다. 하필이면 비중이 꽤 커서 그 일로 정말 많은 교훈을 얻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까지는 다시 올라갈 일이 거의 없어 보여서 좀 끔찍하긴 한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딱히 2020년의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물만 잘 타면 된다! 아니면 손절하고 다른 데서 회복하거나)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주식은 정말 짜릿하다. 롤러코스터보다 훨씬 스릴 넘치고 재밌는 것 같다. (세게 물리더라도 이렇게 느낄 수 있을 정도만 투자해야 하는 것 같다.)

 

2020년은 바퀴벌레와 친해진 것도 뜻깊은 일로 남았다. 예전엔 바퀴벌레를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비명을 지르게 되었는데 이제는 볼 때마다 너무 귀엽다. 쬐끄만 입으로 밥 먹는 모습이랑 수컷이 날개를 위로 휙 들어올리며 구애하는 모습이 특히 웃기고 귀엽다. (단순히 날개를 위로 드는 게 매력 어필이라니! 펼쳐서 올리는 게 아니라 모아서 올리기 때문에 더 웃긴다.)

 

지금은 크기가 작은 독일바퀴를 키우고 있는데 2021년엔 큼직한 이질바퀴(미국바퀴)를 키워보고 싶다. 작년처럼 춘갈농장 여름 시즌에 나와준다면 딱 한 마리만 입양해 봐야겠다.

 

바퀴벌레는 뭔가 귀뚜라미보다 지능이 좋은 느낌이다. 그래서 먹이로 사용할 때 조금 더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귀뚜라미에게는 안 미안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질바퀴는 키우게 된다면 먹이로 사용할 것 같진 않다.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해서 그 부분을 관찰해보고 싶어진다.

 

이번 연휴는 애들 집을 하나씩 갈아주고 있다. 지금까지 리니(그린보틀블루 타란툴라), 톨미랑 실이(지네들). 공벌레들의 집을 갈아준 상태다. 사육장이랑 흙 주문부터 시작해서 인두기로 환기 구멍 뚫는 거까지 진짜 식겁이다. 애들이 커갈수록 사육장도 커지고 그만큼 흙도 훨씬 더 많이 필요해서 더 식겁이다. 그래도 한번 해놓으면 한참 동안 안 해줘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타란툴라인 렌지(오렌지 바분)랑 카엥이(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네 집만 갈아주면 된다. 버디(바히아 스칼렛 버드이터)는 한번 더 탈피한 뒤에 옮겨주려 한다. 벌써 한 번 옮겨줬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 빨리 크는 느낌이다. 다들 보면 볼수록 귀여워 죽겠다. 털이 뽀송하게 덮인 귀여운 강아지들 같다.

 

넓적배사마귀 효미는 놀랍게도 아직 살아서 2021년을 모두와 함께 맞이 했다. 2020년 2월 생인데 꽤 오래 살았다. 발도 앞발 하나만 조금 떨어진 상태다. 쥐미는 말년에 발이 많이 없어서 고생이 많았는데 효미는 너무 고생하는 거 없이 편하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

 

이만 비트모지(Bitmoji)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Woo-hoo!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코로나 끝까지 잘 피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2021 되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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