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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그린보틀블루 타란툴라 유체 "리니" 사육 일기 20200207-09 탈피와 집갈이

by 라소리Rassori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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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리니 지난 이야기

리니 사육 일기 201912-202001

탈피기가 다가오는지 리니가 밥을 먹지 않더니 2020년 1월 11일부터는 아예 은신처 깊숙이 들어가 버렸어요. 그 이후 아주아주 오랫동안 리니를 볼 수 없었답니다. 이제 그 이후 얘기 시작할게요. 


2020년 2월 7일


리니의 모습을 못 본 게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어요.

한 달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물을 먹으러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없으니 속이 많이 탔어요. 이럴 때면 시체를 보게 될 것을 각오하고 은신처를 들어내 봐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혹시나 썩는 냄새가 나고 있진 않나 냄새도 열심히 맡아보게 돼요.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리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빼꼼~)


살아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이렇게 한달씩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건 타란튤라 유체를 키우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인데 이게 아직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요.

탈피기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무사히 탈피를 하고 몸이 회복이 되고 나면 이렇게 알아서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100%가 아닌 것이 사육자의 마음을 어둡게 해요. 100%라면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거지만 탈피하다가 죽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참 고맙게도 이번에도 다시 나타나주었네요.

 

 

2월 9일

리니에게 피딩도 시킬 겸 집을 갈아 주기로 했습니다. 집을 갈아 준지 거의 두 달이 된 데다가 탈피 후 몸도 어느 정도 회복된 거 같으니 적당한 타이밍이라 생각되었어요.

집을 부수기 전 마지막 촬영입니다. 열심히 흙을 붙여서 만들어둔 문 옆으로 리니가 빼꼼 나와서 먹이를 받아먹곤 했었죠.

 

아래 사진은 새집이에요.

아직은 리니가 작아서 더 큰 통으로 옮길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은신처와 사육통은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흙만 깨끗한 것으로 갈았습니다.

 

 

다이소 리빙박스 안에 헌집(오른쪽)과 새집을 함께 넣어 두었어요. 이제 리니를 새집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먼저 조심조심 헌 은신처를 들어봅니다. 리니가 이 안에서 바짝 쫄아 있겠죠.

 

리니가 열심히 만들어둔 문을 뜯어냅니다. 미안하지만 헌 거미줄 집은 더러운 흙과 함께 버려야 하니 어쩔 수가 없어요.


두 달이라는 시간이면 꽤 많은 똥을 쌌을 텐데 타란툴라와 지네는 똥이 눈으로 잘 보이지 않아요. 냄새도 안 나고요.

유튜브에서 보니까 어떤 타란튤라가 집갈이 할 때 탈출해서 도망가다가 똥을 지리던데 똥이 아주 작은 타원형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양이었요. 물기도 살짝 있었고요.

저도 언젠가는 제가 키우는 타란툴라들의 똥을 보고 싶네요. 카엥이나 렌지는 집갈이 할 때 탈출을 잘하니까 둘 중 한놈이 도망가다가 똥을 싸주길 바래봐야겠습니다.

 



은신처를 들어 보니 쫄아있는 리니가 보입니다. 이 은신처는 제가 인두기로 아래를 도려내지 않고 그냥 쓴 거예요.

왼쪽에 있는 새로운 은신처는 아래를 인두기로 도려낸 것입니다. 리니는 어차피 땅을 파지 않지만 그래도 바닥이 뚫려 있는 은신처가 통풍도 더 잘 되고 좋을 것 같아요.

 


리니가 이때만 해도 너무 작고 귀여웠네요. 지금도 그렇지만요.

 

 

타란툴라를 사육통 안으로 옮길 때는 타란툴라가 들어있는 용기 뒤에 구멍이 있으면 편해요. 천천히 작대기로 찔러 주면 아래로 내려 가거든요. 타란툴라가 다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안쪽 상황이 보이는 투명한 컵일 경우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은신처를 살며시 손으로 들어내니 다행히 리니가 바닥으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하여간 말 제일 잘 듣는 착한 아이예요.

 

 

역시 카엥이 집갈이와는 비교도 안 되게 쉬운 집갈이를 이렇게 마쳤습니다.

몸 색깔을 보니 연하지 않고 선명한 게 탈피한지 좀 된 것 같아서 리니가 좋아하는 밀웜을 줘 보기로 했어요. 한 달 넘게 밥을 못 먹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요.

 

 

리니가 핀셋을 보고 놀라서 번개 같은 속도로 뒷걸음질쳤어요. 그 바람에 저도 놀라서 밀웜을 떨어뜨렸구요.

 


그 순간 리니가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밀웜을 공격했어요.

항상 귀엽지만 이 순간이 특히 더 귀엽고 웃긴답니다. 코딱지 만한 게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말이에요.

 

 

카엥이나 렌지는 집갈이 할 때면 너무 긴장해서 절대로 음식을 먹지 않는데 리니는 지금까지 안 먹은 적이 없어요.

폰을 가까이 들이대도 개의치 않는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요. 리니가 밀웜을 물면서 코코피트에 섞여 있는 코코넛 실까지 함께 물어 버렸어요.

 

 

빼내줄 수 있을까 싶어서 핀셋으로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끙차~)

 

 

너무 꽉 물고 있어서 아무리 당겨 봐도 빠지질 않네요. 제가 자기 먹이를 뺏으려 한다고 생각하나봐요.

 

 

먹다가 못 먹는 부분은 뱉어 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먹을까봐 걱정이 돼서 열심히 당겨 보게 되었습니다. 밀리피드의 경우 이걸 먹은 뒤 소화를 못 시켜서 똥꼬로 빠져나오는 걸 당겨서 뽑아주기도 한다더라구요.

리니는 육식성이어서 이걸 먹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냥 두기엔 마음에 좀 걸립니다.

 


당겨보다가 안 돼서 일단 잠시 포기하고 물러났습니다.

리니는 여전히 코코넛 실과 밀웜을 한꺼번에 물고 있는 상태예요. 줘놓고 왜 뺏으려 하는 건지, 리니 입장에서는 참 황당하고 짜증 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당겨 봤습니다.
(영차~)


 

리니가 결국 짜증을 내며 은신처 안을 향합니다.

 

리니야, 코코넛 실 그거 먹으면 안 돼!

 

 

무시하고 그냥 들어가 버립니다.

 

Aㅏ......

 

 

밀웜을 냠냠 맛있게 먹고 있는 리니의 뒷모습이에요.


타란툴라는 먹이를 씹어 먹는 게 아니라 녹여서 먹는데 (지금은 안 보이지만) 밥 먹을 때 보면 먹이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습이 참 신기하답니다.

 

그나저나 곧 이 은신처에도 멋진 거미줄 문이 만들어지겠군요. 이번엔 또 어떤 집을 만들어 갈지 기대가 됩니다.

 



헌집에서 리니가 만들어 놓은 거미줄 집을 꺼내봤어요. 얘는 은신처 문도 멋지게 만들지만 바닥에도 부드러운 양탄자를 까는 느낌으로 건축을 해요. 카엥이나 렌지처럼 땅 밑으로 터널을 만들지는 않고요.

거미줄 집 안에는 역시나 탈피 껍질이 있었습니다.

 

 

다리가 두 개나 부서져 있었어요. 탈피한지 좀 지났는지 바짝 말라서 쉽게 부서지는 낙엽 같은 상태였습니다.

이것도 다른 탈피 껍질처럼 지퍼백 안에 고이 넣어 두었습니다.

 

 

이번 탈피에서는 리니가 그다지 커지진 않은 느낌이에요. 그린보틀블루가 그리 크게 자라지는 않는 종이긴 한데(성체 크기 다리 합해서 몸길이 15cm 정도) 생각만큼 그렇게 쑥쑥 크진 않네요.

탈피 때마다 크기에 놀라게 되는 건 오렌지 바분 종인 렌지입니다. 렌지 얘기도 얼른 따라잡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P.S. 코코넛 실은 결국 아무 문제가 없었답니다. 리니가 알아서 뱉어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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