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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킬로브라키스 카엥 크라찬 유체 "카엥이" 사육일기 202002-03 쓰레기 버릴 줄 아는 녀석

by 라소리Rassori 202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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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이번엔 저희 첫째 타란툴라 카엥이 얘기입니다.


카엥이 지난 이야기 - 냄새 대소동

스스로 의도치 않게 자꾸만 속을 썩이는 카엥이지만 제눈엔 그저 깜찍 탱글 까만 공 같은 귀여운 아이랍니다. 주로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화질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동영상이 보기엔 더 나은데 나중에 유튜브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얘기 시작할게요. 


2020년 2월 7일


갓 탈피한 귀뚜라미가 있어서 여러 등분한 뒤 피딩 타이밍이 맞는 몇몇 애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카엥이도 그중 하나여서 한 조각 줬습니다.

이번엔 즙이 너무 많이 흐르지 않도록 살짝 닦은 뒤 카엥이가 바로 입에 물도록 했어요. 작대기로 거미줄을 살살 흔들면 갑자기 튀어나와서 먹이를 콱 뭅니다.

거미줄 진동을 느낀 카엥이가 튀어나와서 먹이에 손을 얹었어요.


아직 손만 얹고 있는 상태여서 작대기로 먹이를 살짝 움직여줬습니다. 타란툴라가 사마귀보다는 죽은 먹이를 잘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먹이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더 잘 먹어요.


앗! 그런데 작대기에 손을 대네요.


그러다 뭔가 아닌 것을 깨닫고는 식겁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다행히 먹이도 함께 가지고 들어갔어요.



2월 21일


고생고생했던 이삿날입니다. 드디어 카엥이 이야기도 인천으로 넘어왔네요. 벌써 3달도 더 넘게 지난 일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아래는 예전에 이사할 때 한 번 공개한 적이 있는 사진이에요. 왼쪽부터 카엥이, 렌지, 그리고 리니랍니다. 모두 무사히 잘 도착했었죠.

위에 덮은 건 티슈예요. 조금이라도 더 어둡게 해주려고 얹어 두었어요. 

 

위 사진에서 잘 보면 카엥이 사육통 왼쪽에 두꺼운 까만 종이가 있어요. 카엥이는 저런 걸 해두면 더 마음 편하게 건축을 잘하거든요.

아래는 제가 실수로 까만 종이를 쓰러트린 모습이에요. 갑자기 집이 환해져서 카엥이가 많이 놀랐을 것 같아요. 얼른 사진만 찍고 다시 종이를 세워줬답니다.


3월 3일

저희 타란툴라 동네는 평소엔 이런 모습이에요. 사육통이 투명하다보니 열심히 그늘을 만들어줘야 해요. 환기도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붕 띄워주었어요.


리니는 더이상 빛을 상관하지 않고 겁도 먹지 않아서 위만 살짝 덮어주었어요. 애기였을 때도 다른 애들에 비해 겁이 없더니 점점 더 겁이 없어지고 있어요.

 

 

3월 5일

또 카엥이 피딩 타임이에요.

잦은 느낌이지만 결코 아니랍니다. 맨 위에 있는 2월 7일 이후 거의 한 달만에 처음으로 밥을 먹는 거예요. 또 탈피를 했는지 한동안 음식을 거부했거든요.


귀뚜라미는 살짝만 움직이는 반죽음 상태예요. 구멍 안쪽에 카엥이의 새카만 손이 보이는데 먹이가 움직이지 않으니 자기도 가만히 있네요.

그래서 제가 또 작대기로 먹이를 살짝 흔들어 줬어요.


엄청난 속도로 먹이를 물어서 안쪽으로 집어당겼습니다. 아직 귀뚜라미 등이 살짝 보이네요.

 


그리고 잠시 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래 피딩하기 전에 사육통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데 이때는 깜박해서 피딩 후에 칙칙~


참고로 저는 애들마다 물을 좀 다르게 뿌려줘요. 리니는 습도가 높은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렌지는 좋아하거든요.

카엥이는 아직 잘 모르겠어서 중간쯤으로 해주고 있어요. 그래도 탈피시에 사육통 안이 너무 건조하면 탈피에 실패할 수 있으니 탈피가 가까워져 오는 애들 사육통에는 언제나 적당히 뿌려줍니다.


3월 9일

신기한 걸 발견했어요.
카엥이 은신처 앞에 썩은 밀웜 조각이 있네요??



제가 이런 걸 (밀웜이든 귀뚜라미든) 사실 이전에도 몇 번 발견했는데 "내가 놔둔 걸 카엥이가 안 먹은 건가.. 근데 난 놔둔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네..." 하면서 그냥 치워줬거든요.

그런데 이날은 확신했어요. 이건 제가 놔둔 게 아니라 카엥이가 자기 집안에 있는 쓰레기를 꺼내놓는 거란 걸 말이에요! 카엥이가 머리가 좋은 건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이날은 정말 감탄했답니다. 

그런데 저 밀웜을 준 건 정말 오래 전인 것 같은데... 먹으려고 가져갔다가 배불러서 못 먹었나 봅니다. 타란툴라가 썩은 걸 먹는지 참 궁금했는데 안 먹는다는 게 이날 밝혀졌네요.


3월 16일

또 즐거운 피딩 타임... 으아악!


귀뚜라미를 놓고 작대기로 거미줄을 흔드는 순간 카엥이가 튀어나와서 저도 놀라고 카엥이도 놀랐어요. 원래는 좀 오래 흔들어줘야 나오는데 좀 커서인지 이제 겁 없이 바로 튀어나오네요.

중요한 귀뚜라미를 안 가져가서 다시 한번 거미줄을 흔들어보았어요. (제눈에는 보인답니다 귀뚜라미ㅋ)

 


퐉!!!

어우야 좀 살살 나와라. 나 간 떨어진다!


타란툴라는 자기 속도가 조절이 안되나봐요. 항상 용수철처럼 팍팍 움직여요.

그나저나 이 아이... 또 얼어버렸네요. 조금만 나오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나와버려서 자기도 당황한 것 같아요. 


한참 동안 가만히 죽은 척을 하고 있다가 살짝 자세를 틀었습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은 모습이에요. 


그러다 배 아래에 있던 귀뚜라미가 살짝 움직인 모양입니다. 식겁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래도 귀뚜라미는 가져가야 하나 봐요. 다시 슬그머니 돌아왔네요. 가느다란 귀뚜라미 다리 위에 카엥이의 까만 털 다리가 보입니다.


휘릭!!

또 과장된 움직임으로 먹이를 낚아채서 사라져 버렸어요. 하여간 식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3월 17일

또 대박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음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를 내놓았어요.


 

바로 탈피 껍질입니다.

 

이게 집안에 있으니 활동하기 불편했나봐요. 그걸 문밖에다 버릴 줄 아는 타란툴라라니, 상상도 못 해봤습니다.

참고로 리니는 집 밖에서 탈피를 하고, 렌지는 불편해도 그냥 탈피 껍질과 함께 삽니다. 저번 렌지 사육 일기에 보시면 그냥 탈피 껍질 두 개와 함께 집안에서 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탈피는 위에서 말한 그 밥 안 먹은 기간 중 어느 날 한 건가 보네요. 쓰레기를 너무 거칠게 내놔서 많이 부서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밖에 내놓을 줄 알다니 그저 깜찍하고 기특할 따름입니다.


3월 19일

 

그로부터 이틀 후, 덜 버린 쓰레기를 마저 내놓았어요. 오른쪽 아래에 보면 탈피 껍질의 다리 부분이 있습니다.


타란툴라가 별 키우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도 막상 키워보면 이렇게 귀엽고 웃긴 짓도 많이 한답니다. 언젠가 말했듯 종마다 개체마다 다른 성격을 관찰하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수십 마리 키우는 분들이 정말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저도 만약 사육 기록을 안 하고 그냥 저 혼자만 보면서 키운다면 여러 마리 더 들일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있는 애들만으로도 사육 일기를 실시간으로 못 따라잡고 있으니 아직은 좀 더 상황을 봐야 할 듯합니다. 

카엥이 얘기는 그럼 다음에 또 이어가도록 할게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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