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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그린보틀블루와 오렌지 어셈 바분 타란툴라 Get! (리니와 렌지와의 첫 만남)

by 라소리Rassori 201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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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초

최근 탈피 기간을 맞이한 저희 왕사마귀 쥐미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하루 종일 피곤하네요. 그래도 오늘 쓰려고 했던 글을 써보겠습니다. (쥐미의 탈피 얘기는 나중에 차차 할게요.)

이번엔 벌러지닷컴에서 타란툴라 유체를 두 마리 더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11월 초였지만 핫팩 포장까지 완벽하게 해서 따뜻하게 도착했습니다. 벌러지닷컴의 박스는 이름 석자가 아주 크게 적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신문지로 가렸습니다. 생물이라고 적힌 것을 제가 살고 있는 건물 관리인 분들이 안 보셨길 바랄 뿐입니다. 요즘 사육 용품이나 귀뚜라미도 따로 택배로 오고 해서 불필요한 관심을 받을까봐 조금 신경이 쓰이네요.


두 유체들은 조그만 피클 통에 살짝 젖은 휴지와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핫팩 때문에 박스 안이 너무 후끈해져서 오는 동안 괜찮았는지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린보틀 블루 (또는 그린볼) 유체가 들어 있는 통을 먼저 열어보았는데 다행히 살아 있었습니다. 긴장했는지 다리 네 개로 앞쪽을 확 가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조그만 응가도요.
 


제 첫 타란툴라인 카엥 크라찬 카엥이가 온 이후로 유체용 은신처를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마침 다이소에 갔다가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말랑말랑 하트 초콜렛컵"이 색깔별로 각 5개씩 들어있습니다. 평소에 뭐든 예쁘면 사는 편인데, 그런 제 눈에 디자인도 귀엽고 크기도 딱 좋아 보여서 즉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가위로 잘라서 입구를 만들어서 쓰면 딱 좋을 것 같았어요.


역시나 아주 예쁜 은신처가 되었습니다. 크기 비교를 위해 제 새끼손가락을 살짝 들이밀어 보았습니다. 마치 소인국의 어느 주택지처럼 너무 귀엽습니다.


접사를 찍어보았습니다(아래 사진). 낮이라 빛도 괜찮고, 배경인 바닥과 사물인 타란툴라가 가깝기 때문에 삼성 노트 10+로 무난히 잘 찍혔습니다. 그린보틀 블루 유체, 너무너무 예쁘지 않나요? 엉덩이 무늬와 반짝이는 눈도 이쁜데 특히 분홍색 다리와 까만 구두가 매력적입니다. 나중에 크면 완전히 다른 색이 되는데 그때까지 열심히 눈에 담아야겠습니다. 물론 성체가 되었을 때의 모습도 아주 예쁘지만요.

환경이 바뀌어서 무서울 텐데도 제가 준 밀웜을 입에 콱 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고 기특합니다. 먹성이 좋은 종이라던데 앞으로 얼마나 잘 먹고 얼마나 잘 클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함께 구입한 사육통이 좀 마음에 안 듭니다. 이렇게 불투명한 건 줄 모르고 구입했어요. 위에서는 안을 볼 수가 없네요. 뚜껑 말고 통 자체도 내부가 그렇게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숨구멍도 몇 개 없어서 송곳을 사서 직접 손바닥이 터지도록 뚫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통이 몇 개 더 있어서 구멍 뚫느라 고생했네요. 인두기인가? 전기 열로 플라스틱을 뚫는 기계가 있던데 알아봐야겠습니다.


다음은 오렌지 어셈 바분 유체입니다. 얘는 통을 열어서 보니 그린볼보다 더 작고 더 애처로웠습니다. 박스 안이 너무 더워서 죽었나 싶을 정도로 움직임도 전혀 없고 자세도 푹 퍼진 게 느낌이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기우였습니다. 꼬맹이가 나름대로 죽은 척 같은 걸 해본 모양입니다. 제가 밀웜을 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순간이동을 하더군요. 굉장히 빠른 종이어서 초보는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거미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건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뛴다기보다는 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저도 타란툴라도 모두 빠르게 움직인 탓인지 사진으로는 형태조차 잡히지 않아서 비디오 캡처로 겨우 형태가 있는 이미지를 건졌습니다. 쥐똥만한 것이 저러니 웃음만 나오더군요.


웃긴 했지만 사실 조금만 잘못해도 이 작은 녀석이 터져 죽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난리가 일어나면서 굴러다니는 물건에 타란툴라가 깔아뭉개질 뻔도 하고, 제가 움직일 수 없는 큰 가구 밑으로 들어가 버릴 뻔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되기 전에 잡았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절대 빨리 잡으려고 하면 안 되고, 차분하게 컵을 하나 들고 그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저도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고 배운 건데, 타란툴라를 다룰 땐 항상 그 타란툴라의 크기에 맞는 컵을 옆에 두어야 합니다. 이런 작고 약한 애들은 인간의 작은 실수로도 쉽게 죽을 수 있으니 타란툴라가 뛸 때는 침착하게 빠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타란툴라는 배 부분이 약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책상 같은 데서 떨어지면 배가 터져 죽는다고 하니 아예 처음부터 바닥에 놓고 다루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실 저는 정신이 없어서 제 손을 뻗어서 손 위로 올라가도록 해서 잡았습니다. 제발 물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에요. 다행히 물리는 일 없이 겨우 잡은 녀석을 사육통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얌전히 있길래 접사를 찍어보았습니다. 엉덩이에 입술처럼 생긴 것과 하트 모양의 발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살아 있는 극소 밀웜은 무서워해서 자른 밀웜을 넣어주었습니다. 오렌지 어셈 바분은 먹성이 좋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겁이 많아서 항상 숨어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얼른 성체가 되어서 화려한 오렌지 색을 발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다음날 뚜껑을 열어보니 집에 쏙 들어가서 보이지 않습니다. 입구는 바닥재와 거미줄로 꼭꼭 막아두었고요. 땅굴도 깊게 파놓았더군요. 새로 이사 온 충격이 커서인지 자른 밀웜은 안 먹었길래 버려주었습니다.


우리 카엥이도 임시로 얹어두었던 스티로폼 문을 치우고 귀여운 은신처를 얹어주었습니다. 이 은신처도 다음날 입구가 꽉꽉 막혀있었습니다.


물통 위에 자세히 보면 구멍이 하나 새로 생겼는데 저걸 아마 출구로 쓰는 것 같았습니다. 보이진 않지만 하는 짓이 정말 귀여운 카엥이입니다. 밥을 죽어도 안 먹어서 속을 많이 썩였는데 이 아이 얘기도 조만간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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