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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타란툴라

타란툴라 우잠바라 오렌지 바분 유체 렌지 사육 일기 20200406-20 집짓기

by 라소리Rassori 202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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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은 몸 일부만 있지만 그래도 주의해 주세요.


렌지 지난 이야기 - 집갈이


*잠시 복습하자면 제목에 우잠바라 오렌지 바분 (Usambara Orange Baboon)은 종명이에요. 해외에서는 렌지 란툴라를 줄여서 오비티OBT라고 많이 부른답니다. 렌지의 이름은 오렌지 바분에서 따온 거예요.

 



2020년 4월 6일


기껏 힘들게 은신처를 만들어줬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은신처 뒤에다 집을 짓고 있는 렌지예요. 발 하나가 살짝 보이네요. 다음 탈피는 널찍한 곳에서 편하게 하라고 집갈이를 해 줬는데 저렇게 좁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니 난감합니다.

 


4월 8일


이틀 사이에 뭘 많이 지붕 위로 갖고 올라갔어요. 렌지 특유의 추상적인 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군요. 이번엔 집 뒤에 좁은 공간을 이용해서 최대한 불편하게 살 계획인가 봐요. 

 

저렇게 끼여 있으면 배는 안 눌리나 몰라요. 다른 건 몰라도 예술 점수는 높게 줄 수 있겠어요.

 

몇 시간 후 발이 하나 보이길래 찍어봤어요. 귀엽긴 귀여운데 은신처 안을 사용해주길 바라는 저는 속이 타네요.



4월 10일


밥을 먹여야 하는데 집 뒤에 끼여있으니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긴장해서 안 먹을 가능성이 있어서 다시 꺼내기 쉬운 갓 탈피한 밀웜 번데기를 줬어요. 번데기는 이동을 못 하고, 땅속으로 숨지도 못 하고, 타란툴라를 물지도 못하니까 하루 정도 놔두기엔 참 좋은 먹이예요.


번데기 너머로 소심한 발끝이 보이는데 역시나 아무리 거미줄을 살살 흔들어서 유혹해도 절대로 안 나오더군요.


10분 후에 다시 보니 슬쩍 밖으로 나와 있네요(왼쪽). 옆집에 사는 리니도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어요. 리니는 거의 항상 나와있지만 렌지는 이렇게 어두워야만 밖으로 나와요.


자세히 보면 먹으라고 걸어준 번데기는 그대로 있어요. 이때가 새벽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만 자야 했어요.


다음날 아침

 

다행히 자고 일어나 보니 번데기는 사라지고 없었어요. 꼭 제가 안 볼 때 먹어야 하나 봐요.

그런데 밥을 먹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걸까요? 렌지가 엉덩이에 달린 방적돌기를 휘저으며 신나게 거미줄을 치고 있어요. 은신처 안쪽으로 오는 대신 계속 저 좁은 곳을 더 좁게 만들고 있네요.


속은 터지지만 하는 짓이 웃겨서 화면 캡처를 했어요. 렌지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입니다.

 



4월 15일


대박 사건! 드디어 렌지가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만들었어요! 이 은신처를 넣어준 게 4월 3일이었는데 12일 만에 안으로 들어갔어요. 


일단 한번 안으로 들어가니 금세 문을 만들어서 닫아버리는군요. 은신처 뒤쪽과 지붕 위는 난리가 났지만 그래도 렌지가 드디어 은신처 안을 사용하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 잘 보면 은신처 밑에서 물그릇까지 가는 통로도 만들어져 있답니다.


은신처 앞쪽에 있는 건 곰팡이가 아니라 전부 렌지의 거미줄이에요. 언제나 난해한 건축을 하는 녀석다운 앞마당이에요. 무엇보다 문이 뭔가 으스스하면서 반투명 커튼 같은 게 보기 좋네요.

 

4월 16일


문을 꽤 섬세하게 만들었다 싶었더니 다음 날 보니 흙을 마구 붙여 두었어요. 어딘가 엉성한 출입구도 생겼구요.


문에다 흙을 예쁘게 붙인 것이 아니라 큰 흙덩어리 하나를 갖다 꽂은 느낌이에요.


근데 아무래도 물그릇을 반대쪽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피딩할 때 앞문이랑 이 통로를 사용하게 될 것 같거든요.



4월 20일


물그릇을 옮겼더니 또 은신처에서 물그릇으로 가는 통로가 생겼어요. 렌지가 물을 마시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역시 물을 먹긴 먹나봐요.


렌지는 제가 볼 때는 음식을 먹지 않아서 피딩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한때는 먹이를 가져가는 손이라도 보여줬는데 이젠 그마저도 안 해요. 앞문에 먹이를 붙여두고 흔들어봤지만 이 시기에는 아무리 해도 안 나왔어요.

그래서 그냥 위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아래쪽 통로에 먹이를 놓아두는 방식으로 피딩을 했어요. 먹이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걸로요. 그러면 몇 시간 후에 보면 사라지고 없답니다.

이때쯤 이후... 렌지는 또다시 탈피기가 시작되어 긴 단식에 들어갔어요. 이 포스팅이 2020년 4월 20일까지의 사육 기록을 담고 있는데 4월은 이게 끝이에요. 렌지랑 카엥이는 탈피기에 들어가면 한달 정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포스팅 진도가 잘 나가네요. 

다음 렌지 포스팅은 제목이 조금 바뀔 거예요. "유체"라고 되어있는 부분이 "아성체"가 될 거랍니다. 타란툴라와 지네는 "유체→아성체→준성체→성체"의 순으로 성장하거든요. 그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할 건 없지만 다음 편에서 간단하게 할게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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