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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약충 쥐미 일기 20191209-15

by 라소리Rassori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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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곤충 사육 일기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곤충을 싫어하는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

 

12월 9일 

쥐미가 밥을 먹은 뒤 일광욕을 하는 시간입니다. 실내에서 키우는데다 겨울철이라 햇빛이 부족해서 하루에 2시간씩 꼭꼭 UVB 램프를 쬐어줍니다. 


싫으면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 쥐미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빛을 받기 위해 납작하게 몸을 엎드립니다. 쥐미가 이럴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제 입에서는 돌고래 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쥐미가 성충이 된 뒤에는 이런 포즈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아마 빛이 건강 외에 성장과도 관련이 있는 까닭이 아닌가 합니다. 


몸이 아슬아슬하게 바닥에 닿지 않은 자세가 플랭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저 어린 것이 그 힘든 플랭크를...)


12월 10일

쥐미의 식사 시간입니다. 마침 갓 탈피한 귀뚜라미가 있어서 얼른 사육통 뚜껑을 열고 쥐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열심히 먹긴 했는데 귀뚜라미가 너무 커서 조금 남겼어요. 특히 꼬리 뒷부분에 똥이 들어 있는 곳을 쥐미는 무척 싫어해서 배가 많이 고프지 않는 이상 그 부분은 버립니다. 미국 사이트 돌아다니다가 어떤 곤충 전문 사이트에서 사마귀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글을 봤는데 정말인 것 같아요.


이제 UVB 램프 아래로 이동하는 중인 쥐미입니다. 배가 많이 더 볼록해졌네요. 잘 먹어서 쥐미가 많이많이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왕사마귀 사육자들끼리 얘기하는 거 보니까 크면 클수록 부러워하고 감탄하더라구요.


저는 어디 자랑할 건 아니지만 그냥 엄청 커진 쥐미를 보면 혼자 아주 뿌듯할 것 같습니다. 커다란 귀뚜라미 성충도 거뜬히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와 넘 멋지다! 하면서 박수도 쳐주고 말이에요. 참고로 왕사마귀 성충의 경우 몸길이 9.5-10cm 정도 되면 굉장히 큰 거랍니다. 보통은 7-9cm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이 포스팅에서의 쥐미 몸길이는 4.5cm 이하)


12월 11일

이 시기의 쥐미는 제 랩탑 모니터에 잘 붙어 있었습니다. UVB 램프 빛 뿐 아니라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냥 두었어요. 제가 워드를 치느라 진동도 크고 시끄럽기도 했을 텐데 저기서 얌전하게 잠도 자고 발청소도 하더라구요. 뭔가 하루종일 함께 있는 기분이어서 참 좋았는데 지금은 모니터에는 잘 안 오네요.


저녁으로는 밀웜을 먹었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입으로 껍질까지 야무지게 잘 먹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후 쥐미가 슬슬 식욕을 잃기 시작했어요. 또! 탈피기가 가까워진 것입니다.


12월 14일

밥 먹고 일광욕을 하면서 느긋하게 발청소를 합니다. 쪼그만 게 아주 꼼꼼하게 네 개의 발과 두 개의 낫을 매일 수차례씩 그루밍합니다.


아래는 발 그루밍 동영상입니다. (귀여움 주의)


이것저것 다 한 뒤엔 루바망 뒤에 붙어서 쉽니다. 꼬리 끝쪽에 자세히 보면 동그랗고 까만 응가가 나오는 중이랍니다. 사마귀 똥은 수분이 별로 없어서 아래로 똑 떨어진 뒤 또르르 굴러갑니다. 냄새도 안 나고 청소도 쉬워요. 


탈피기여서 아침을 못 먹었는데 저녁엔 작은 귀뚜라미를 줬더니 받아 먹더라구요. 다는 못 먹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어서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12월 15일

다음날 아침. 마침 밀웜 한 마리가 탈피를 했길래 얼른 쥐미에게 줬습니다. 이것 역시 다 먹지는 못했어요. 밀웜도 갓 탈피한 건 하얗고 말랑해서 쥐미가 좋아하는데 잘 못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뭔가 느긋하게 일광욕을 하고 있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바로 루바망에 붙여주었습니다. 아래의 자세 그대로 한 10시간 넘게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언제 탈피할지 몰라서 조마조마했어요. 높이는 저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매번 틀리니 그것도 더이상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 작은 몸에서 또 얼마나 더 큰 몸이 나올지, 쥐미가 과연 적정의 장소에서 탈피를 해줄지, 의외로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 


밤에는 밖으로 꺼내서 잠시 놀아주었습니다. 원래는 건들면 안되는 시기지만 하루 종일 작은 움직임조차 없이 박제처럼 있다가 갑자기 사육통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라구요. 아래 사진은 성충이 되기 직전 크기의 귀뚜라미를 분리해 둔 사육통을 쥐미에게 구경시켜 주는 모습입니다.


쥐미가 귀뚜라미들의 움직임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달려들려고 했습니다. "쥐미야, 너 쟤들한테 져."하고 말해주면서 얼른 뒤로 물러났어요. 아무리 사마귀여도 크기가 작으면 저렇게 큰 귀뚜라미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둘이 붙을 경우 아마 둘 중 하나는 잡혀먹고, 하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겠죠. 귀뚜라미가 의외로 턱 힘도 강하고 육식을 좋아해요.


맛있는 귀뚜라미를 보면서 군침을 다시는 쥐미. 밥을 못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프겠지만 탈피 준비로 복잡한 쥐미의 몸은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다음은 쥐미의 탈피 얘기겠네요. 쥐미 탈피 역사상 최악의 탈피였다는 것을 미리 살짝 알려드리며,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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