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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약충 쥐미 일기 20191216-19 탈피!

by 라소리Rassori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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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싫어하시는 분들은 부디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곤충 사진 많고 귀뚜라미 반동강도 나옵니다.

라소리 블로그의 절지동물 카테고리는 사육자 분들께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든 게시판입니다. 물론 곤충에 관심있는 분들도 환영입니다!



12월 16일

사마귀는 탈피기에 들어서면 밥을 거의 또는 아예 못 먹게 됩니다. 그래도 물을 못 마시지는 않습니다. 탈피하기 몇 시간 정도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는 물도 못 마시지만 그전까지는 수분 공급에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물그릇보다는 사육장 벽에 붙은 물을 마시기 때문에 벽에 물을 하루에 두 번 정도 뿌려주는 게 좋아요. 정 시간이 없으면 물그릇이라도 꼭 둬야 하구요.

저는 시간이 있어서 물을 뿌려줬는데요, 그 정도의 물은 자고 일어나면 이미 오래전에 다 말라 있는 상태입니다. (습도가 너무 높아도 좋지 않기 때문에 물을 너무 많이 뿌리는 건 금물이에요.)

하루 중 제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쥐미가 가장 목이 마를 때입니다. 보통은 손가락이나 주사기에 물방울 하나를 만들어서 물을 먹이지만, 이날은 제 손에 물을 잔뜩 묻힌 채로 쥐미를 사육통에서 꺼내보았어요. 사마귀는 발로 습기를 느끼거든요.

역시나 쥐미가 제 손을 걷는 순간 물을 느끼고는 바로 자세를 숙여 물을 마셨습니다. 어렵게 영상으로도 담아보았어요. 

쉽게 볼 수 없는 사마귀가 손에 있는 물을 마시는 장면

허겁지겁 물 먹는 모습이 왠지 애처롭습니다. (손은 사육통 씻다가 조금 다쳤어요ㅠ 지금은 흔적도 없음.) 

그렇게 갈증을 달랜 뒤에는 다시 원위치.
탈피 신호가 오길 기다리듯 가만히 매달려 있습니다.



12월 17일

자꾸 사육통 천장에 붙으려고 해서 루바망 폭이 딱 맞는 작은 통으로 옮겼습니다. 천장으로 올라올 수 있는 틈은 있지만 다행히 얌전히 루바망에 붙어 있습니다.


저녁엔 밥을 조금 먹었어요. 쥐미가 좋아하는 갓 탈피한 귀뚜라미였습니다.


그러나 반 정도밖에 못 먹고 다시 루바망에서 자세를 잡습니다. 자기도 언제 탈피가 시작될 지 정확히 모르니 그냥 하루 종일 저렇게 있는 거예요.


12월 18일

계속 왼쪽에 있더니 오른쪽으로 옮겼네요. 탈피가 가까워지면 얼굴이 뭔가 하얗게 뜨는 느낌이 있는데 그 현상이 점점 선명해집니다. 저를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 짠합니다.


밤에는 쪼그만 핀헤드를 하나 줬는데 이건 거의 못 먹었습니다. 탈피가 더욱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남은 귀뚜라미는 또 다른 먹이 곤충인 밀웜들이 맛있게 먹어치웁니다


그 뒤엔 두 낫과 네 다리를 꼼꼼히 청소합니다. 탈피기 때는 좀 더 자주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어쩌면 이 행동이 껍질과 새 몸을 분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쬐끄만 게 참 열심히도 합니다. 다리 쪽이 뭔가 긴 부츠를 신은 것 같기도 하고, 색깔이 샴고양이를 떠올리기도 해요.


12월 19일

다음 날 보니 허리 바로 위쪽이 불룩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저번 탈피에서 경험했듯, 곧 탈피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팔을 길게 쭉 뻗고 있는 건 위협을 느껴서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긴 해도 스스로 전혀 방어할 수 없는 탈피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주위에 누가 있으면 아주 불안할 것입니다. 탈피란 것이 사마귀가 미루고 싶다고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등부터 터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어떻게 숨을 수도, 도망을 갈 수도 없습니다. 이때의 사마귀가 할 수 있는 건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네 발에 힘을 꽉 주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시간 반 쯤 후 탈피가 시작되었습니다. 탈피 직전에 이리저리 다급하게 자리를 옮기다가 거의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 보면 아주 완벽한 곳에 자리를 잘 잡았는데 초보였던 저는 좀 더 경사가 있는 곳으로 조금만 내려갔으면 좋았을걸...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마귀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 더듬이, 낫이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중간 다리 두 개가 다 나오고, 뒷다리가 나오고 있는 순간입니다. 머리도 땅에 닿지 않았고 완벽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때 제가 잘 모르고 큰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요...


쥐미가 다리를 한 20분 정도 말린 뒤 다리를 뻗어서 뭔가를 잡아야 하는데 제가 보기엔 너무 중간에서 탈피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리를 뻗어도 아무것도 안 잡힐 것 같았어요. 그래서 쥐미의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게 했는데, 그 순간 탈피껍질과 함께 쥐미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초비상사태+대disater가 된 거예요.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거의 혼이 나간 상태로 루바망과 쥐미를 꺼냈습니다. 탈피 직후의 사마귀의 몸은 물렁물렁해서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불구가 될 수가 있습니다. 불구로 이어지면 그것을 "탈피 부전"이라고 부르고요. 그냥 절대 건들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쥐미의 몸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새 몸이 다 빠져나온 꼬리 껍질 끝을 핀셋으로 잡아서 다시 쥐미를 공중에 뜨게 만들었어요. (난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촬영은 못했습니다.)


쥐미는 본능적으로 중간 발 두 개로 루바망에 발톱을 걸었고, 저는 계속 꼬리 껍질 부분을 잡고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겨우겨우 모든 몸이 다 빠져나오긴 했는데...
 


다 지나고 보니 중간 다리 관절 바로 아랫부분이 꺾인 것이 보였습니다.


이때만해도 제가 잘 몰라서 저 정도는 마르면서 펴지는 건줄 알고 크게 걱정하진 않았어요.

쥐미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는 눈치입니다. (아니면 "너 왜 내 탈피 방해했어!"라고 원망했을지도ㅠ) 


쥐미가 떨어져서 난리를 치는 동안 잠시 바닥에 뒀던 탈피 껍질은 종이처럼 납작해졌어요. 제가 실수로 밟는 바람에...


그런 혼란 속에서도 시간은 계속 흘러 쥐미의 몸 색깔이 원래 색으로 차츰 돌아가고 있습니다.

 


날개싹이 훨씬 더 커졌네요. 참새처럼 귀엽기도 하고, 왠지 베르사이유의 장미 오스카의 제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엿한 종령 사마귀가 된 모습이에요.


다음 탈피 때는 루바망을 이렇게 경사가 심하게 만들어 둘지, 아니면 대각선으로 세워둘지 이때부터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길어서 2부로 나눠서 올릴까 하다가 어차피 정보가 절박한 분들은 끝까지 보신다는 생각에 그냥 올렸습니다.
쥐미가 어떻게 되는지는 다음에 또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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