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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춘갈농장에서 항라사마귀 약충 믜미를 입양했어요! 20210507

by 라소리Rassori 2021.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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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우와~ 정말 오랜만에 절지동물 카테고리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이번엔 춘갈농장에서 항라사마귀 약충을 입양했어요. 이름은 믜미로 지었답니다. 믜라는 글자가 물음표로 나오거나 폰트가 반영이 안 될 때가 있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몇 달 전부터 생각해둔 이름이어서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어요.

 

아쉽게도 저희 넓적배사마귀 효미는 올 3월 9일에 제 곁을 떠났어요. 알에서 태어나면서부터 계산하면 대략 1년 1개월을 살고 간 거네요. 작년 7월에 떠난 쥐미의 곁에 고이 묻어주었답니다.

 

사실 사마귀를 다시 키우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또 사마귀의 매력에 무너지고 말았네요. 특히 항라사마귀는 꼭 한번 키워보고 싶은 종이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어요. 마침 춘갈농장에서 분양 중인데 이 시기를 놓치면 또 언제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죠.

 

거기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진 것도 이번 사마귀 입양을 결정할 수 있었던 큰 이유였어요. 아무래도 사마귀를 키우게 되면 장기 여행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많이 망설여지거든요. 어쨌든 적당한 시기에 귀여운 사마귀를 다시 맞이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네요~🤭

 



2021년 5월 7일



이날은 아침부터 비바람에 천둥번개가 쳐서 분위기가 살벌했어요. 하필이면 믜미가 택배로 오는 중인 시간이어서 걱정이 많이 되었죠.

 

다행히 비는 빨리 그쳤어요. 믜미는 그로부터 한참 더 지난 오후 3시쯤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도착했어요. 택배기사님이 박스를 그냥 멀리서 툭 던지신 건지 박스 떨어지는 소리가 꽤 크더라구요. (쬐꼬만 게 얼마나 놀랐을까...ㅠ)

 

박스 여는 과정은 유튜브 영상으로 남겼는데 여기서는 영상 찍는 사이사이 찍은 사진부터 차례로 올릴게요.

 

아래에 요 아이가 바로 항라사마귀 약충 믜미예요. 춘갈농장 사장님께서 4월 10-15일 사이에 태어났다고 하셨으니 아직 생후 한 달도 안 된 쪼꼬미네요. 대략 3령쯤 되는 걸로 보여요. 

 


색이 하얀 게 너무 이쁘죠^^

 


색은 자라면서 변해요. 항라사마귀 역시 크게 보면 갈색형과 녹색형으로 나뉜답니다. 항라(亢羅)는 명주, 모시, 무명실 등으로 짠 여름철 옷감을 뜻해요. 애들이 좀 연하고 투명한 느낌이다 보니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나 봐요.

 

조심스럽게 재어 보니 몸길이는 1.8cm 정도로 나왔어요. 효미가 처음 왔을 때에 비해 한 5mm 정도 더 긴데 덕분에 다루기에는 조금 더 쉽네요. 효미처럼 빛의 속도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없구요.

 


근데 얘는 자꾸 폴짝폴짝 뛰어서 아래로 떨어지더라구요. 제가 뭔지 한눈에 들어오진 않을 텐데 그냥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거겠죠. (그나저나 신문에 주식 얘기가ㅋㅋ)

 


폴짝 뛰어내린 뒤엔 어슬렁거리면서 천천히 걸어다녀서 쉽게 다시 손에 올라오게 할 수 있었어요. 곤충은 튼튼해 보여도 높은데서 떨어지면 옆구리가 터지거나 더듬이가 끊기는 등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믜미처럼 작은 애들은 위험이 덜하지만 그래도 또 점프하지 않게 얼른 사육장에 집어 넣었어요.

 

지난번 독일바퀴의 인연 때문인지 춘갈농장에서 임시 사육장도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그 안에 쥐미&효미가 애기 때 쓰던 물건들을 배치해보는 중인데 앞으로 믜미에게 맞게 차차 수정해나가 보려고 해요. 

 


믜미는 핀헤드나 극소 밀웜을 직접 사냥해서 먹을 수 있는 크기예요. 근데 지금 집에 귀뚜라미, 독일바퀴, 밀웜 등이 있긴 한데 가장 작은 사이즈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잘라서 줘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날은 마침 전날 탈피 직후의 독일바퀴 약충을 얼려 둔 게 있었어요. 열심히 껍질에서 나오고 있길래 그대로 집어서 냉동실에 얼린 거랍니다. (예전에 춘갈농장에서 입양한 독일바퀴의 후손😂)

 

근데 아직 쌀알 크기도 안 되는 어린 바퀴인데도 믜미가 먹기엔 너무 크더라구요. 그래서 녹인 뒤에 머리 부분만 잘라서 믜미 입에 닿게 해 줬어요. 다행히 믜미랑 저랑 호흡이 착착 맞아서 힘들지 않게 피딩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좀 더 먹여도 될 듯해서 가슴팍 부분을 조금만 더 잘라 줬어요. 끝까지 아주 잘 먹더라구요.

 


먹는 속도는 효미에 비해선 많이 느렸고 쥐미랑은 비슷했어요.  배를 보니 충분히 먹은 것 같아서 이날은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조명이 부족해서인지 사진이 좀 칙칙하게 나왔네요.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새하얀 느낌인데 미모를 100% 살려주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나저나 항라사마귀는 눈에 줄무늬가 정말 매력적이네요. 각도를 잘못 잡으면 꺼벙이 눈처럼 보여서 웃길 때도 있지만ㅎ 그런 것보다는 여리고 예쁘다는 느낌이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사육장 안에 파란 망을 벽 한쪽에 둘러주었어요. 쥐미&효미가 애기였을 때에 비해 믜미는 플라스틱 벽을 잘 못 타더라구요. 조금 올라갔다 싶으면 자꾸 미끄러져서 아래로 떨어지던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봐야겠어요.

 

참고로 사육장에 너무 이것저것 많이 넣어도 탈피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 탈피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적당한 습도와 환기도 못지 않게 중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사마귀 몸보다 큰 구멍이나 틈이 있으면 안 돼요. 당연히 탈출한답니다. 생물이 탈출해서 죽는 건 전적으로 사람의 책임이니 사육 환경을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해요. 

 

 

아래는 춘갈농장에서 캡처해 온 거예요. 제주왕딱정벌레, 긴날개중베짱이, 제주늑대거미, 황닷거미 등 다른 애들도 많은데 저는 사마귀 부분만 캡처했어요.

 

제가 캡처했을 때는 이랬지만 상황이 계속 바뀌니 직접 춘갈농장 네이버 블로그에서 체크해 보셔야 해요. 얼마 전까진 돼지여치도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이네요. 역시 인기 많은 애들은 입양 경쟁이 치열한가 봐요.

 

 

출처: 춘갈농장 네이버 블로그

 

 

쥐미 같은 왕사마귀, 효미 같은 넓적배사마귀도 다시 키워보고 싶은데 적당히 자제하는 게 쉽지 않네요. 욕심은 크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게 맞겠죠.

 

사마귀의 경우 어릴 때는 오히려 혼자 가만히 두는 게 최고인데 종령쯤 되면서부터는 손이 정말 많이 가는 것 같아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아지처럼 되어가는 신기한 애들이에요.

 

근데 종령 시기쯤부터는 물려서 다칠 수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해요. 그 정도까지 키운 사마귀는 사람 가족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자기 손에 닿은 사람 피부가 고기라는 것도 안 답니다. 사마귀에게 물려서 피 터진 기록은 블로그에 몇 번 남겨뒀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사마귀 카테고리를 참고해 주세요. 

 

아래는 택배 오픈 및 피딩 영상이에요. (장갑은 그냥 컨셉ㅎ 이런 애기들은 사람을 물지 못해요.)

 


아무쪼록 믜미가 탈피하다가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잘 자랐으면 좋겠네요. 그나마 건조한 계절이 아니어서 좀 안심이 돼요. 그럼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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