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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쓰기 프로젝트/그림일기

2020년 2월 8일 그림 일기

by 라소리Rassori 202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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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영상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절지동물 사육 4개월 차.

이제 귀뚜라미 사육 요령이 꽤 많이 늘어서 아침마다 간단하게 귀뚜라미 사육통 청소를 해주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동글동글한 귀뚜라미 똥이 모래처럼 쌓이는 걸 그냥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그냥 속 시원히 청소해버린다.


귀뚜라미 사육의 기본은 계란판에서 시작된다. 계란판을 여러개 지그재그로 겹쳐두어 숨을 곳을 많이 만들어주면 동족상잔의 대명사인 귀뚜라미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일이 줄어든다. 신문지나 골판지 같은 걸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움푹움푹 파인 계란판이 무엇보다 최고다.

 

먹이로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채소와 밀기울을 주고, 육식을 좋아해서 귀뚜라미 사료나 토막낸 밀웜도 챙겨줘야 한다. 그렇게 해준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신경쓰는 만큼 서로를 훨씬 덜 잡아먹는 건 분명하다.

나는 계란판 외에도 휴지심이나 골판지 조각을 여러 개 얹어둬서 귀뚜라미가 숨어서 탈피할 곳을 최대한으로 만들어 둔다. 사육통 청소를 할 때면 이 모든 것을 하나씩 꺼내고, 마지막으로 계란판을 다른 플라스틱 통으로 잠시 옮겨둔다. 귀뚜라미들은 계란판에 붙은 채로 이동을 하게 된다.

계란판에 붙어 있지 않고 리빙박스를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박스를 들고 아래로 기울여서 플라스틱 통 안으로 떨어지도록 만든다. 그래도 끝까지 리빙박스에 붙어 있는 놈들은 하나하나 손으로 옮긴다.


귀뚜라미들은 의외로 핸들링이 쉽고 탈출도 잘 하지 않는다. 옮기는 과정에서 점프를 하는 용감한 녀석들이 몇 있는 정도다.


보통은 이렇게 튀어나가도 바로바로 잡아서 다시 통에 넣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도망가는 걸 보면서도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잠시 그냥 둘 때도 있다.

그래도 전혀 조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숨으면 숨는 대로 그냥 두기도 한다. 성장기의 귀뚜라미들은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조금만 굶어도 스스로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허기가 공포를 앞서는 순간, 귀뚜라미들은 사람이 있든말든 밖으로 나와 돌아다닌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손이나 종이로 올라오도록 해서 사육통 안에 넣어주면 되는 것이다.

꼭 밖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탈출한지 몇 시간 후 빨랫감을 집어드는 순간 발견되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뛰쳐나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들키기도 한다. 


한번은 진공청소기를 돌리면서 바닥에 있던 쿠션을 들어올렸더니 귀뚜라미가 있은 적도 있었다. (그대로 얼어붙은 모습이 귀여웠다.)


별일 같아 보이지만 사육자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다. 어떤 사육자는 탈출한 귀뚜라미가 은둔 생활에 성공해서 성충이 되어 울음소리까지 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꽤 양호한 편이 아닌가 싶다. 지난 4개월 동안 내가 이렇게 귀뚜라미를 찾은 것은 다섯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어딘가 더 숨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많지 않다.

숨어 있다 해도 괜찮다. 내 귀뚜라미들은 깨끗한 음식만을 먹고 자란 깨끗한 애들이다. 내 타란툴라와 쥐미의 식사가 되어주는 고마운 녀석들이기도 하다. 내 주변인들이 집에 놀러오는 걸 막아주기도 한다.


오늘의 일기 끝!

보너스 귀뚜라미 영상. 내 손 위에서 더듬이 다듬는 귀여운 귀뚜라미 수컷 성충.
(음악 있으니 소리 주의)

절지동물 뭐 올렸다 하면 구독자 수가 마구 줄어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절지동물 사육 블로그라서. 절지동물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희망하는 블로그이기도 하고.

*언제나 감사한 저의 구독자님들께

고민 결과 앞으로 언어 파트는 따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클릭이나 댓글 공감 등등 정말 안 해주셔도 되니까 절때! 부담갖지 마세요~ 저의 다른 글도 포함이에요. 저는 제 블로그가 여러분들이 편하게 놀러오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어 부분은 중국어(왕초보), 일어(초중급), 영어(걍 제 눈에 띄는거) 한 문장씩 해볼까 싶습니다. 이 시국에 웬 일어냐고 하실수도 있는데 언어는 꾸준함이 생명입니다. 비록 소싯적에 애니메이션 보면서 조금씩 알게 된 일어이고 진지하게 공부한 적은 없어도 오래전부터 끈은 놓지 않고 있답니다. 진심으로 관심 있는 분들만 오세요~!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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