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리니 지난 이야기
이번엔 무난한 일상을 보내는 2020년 2월의 리니 이야기예요. 2월 9일에 집을 갈아 준 것까지 얘기했는데 그 뒤부터 시작할게요.
2월 11일
리니의 새집에 슬슬 문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2월 12일
웬일인지 이번엔 예전처럼 열심히 짓지 않았어요. 저번엔 입구에 최대한 빨리 흙을 붙여서 안이 안 보이도록 했는데 이번엔 태연하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2월 13일
자꾸 물통에 거미줄을 연결해서 물을 갈아 줄 때마다 거미줄을 가위로 잘라야 했어요.
아래는 거미줄을 잘라낸 뒤에 물을 갈아 준 모습이에요. 똑똑해서 이렇게 몇 번 자르면 그 뒤부터는 물통엔 거미줄을 붙이지 않는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과정에서 많이 놀랐을 텐데 그냥 나와 있어요. 이번 탈피 후 많이 느긋해진 것 같아요.
분홍색 별 핀은 리니가 거미줄을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넣어뒀는데 왠지 리니 집에 너무 안 어울리더군요.
결국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바꾸었더니 그제야 좀 괜찮아 보였어요. 역시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건가 봅니다.
리니가 이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어떤 집을 만들지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왠지 집을 만들기보다는 나뭇가지에 가슴팍을 걸쳐놓고 가만히 쉬기만 했어요. 역시 신기할 정도로 느긋한 아이예요. 저런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어집니다.
2월 14일
열심히 건축을 할 줄 알았더니 계속 그 자리에서 쉬고 있어요.
2월 15일
계속 쉬는 것 같았는데 잘 보니 나뭇가지에 새로운 거미줄을 얇게 만들어 놨어요.
2월 16일
그래도 내가 볼 땐 노닥노닥
2월 19일
이날도 노닥노닥
2월 21일
인천으로 이사 온 날이네요. 드디어 리니 얘기도 인천으로 넘어왔어요.
아침부터 먼 거리를 오느라 놀랐을 텐데 그럼에도 딱히 숨지는 않았어요.
이사 온 집의 기온이 섭씨 17도로 타란툴라에게는 꽤 추운 온도였는데(23도는 넘어야 해요) 난방을 켜고 실내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다행히 잘 견뎌줬어요.
2월 22일
이사 때문에 고생이었지만 이렇게 빼꼼히 나와있는 리니를 볼 때마다 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어요.
2월 23일
알게 모르게 집이 꽤 많이 만들어졌네요.
몸이 조금 더 커졌다고 용기가 생긴 건지 어찌 된 건지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나 봐요. 다른 두 녀석은 리니보다 몸집이 더 커졌는데도 열심히 숨는데 말이에요.
2월 24일
2월 25일
웬일로 거미줄 위를 돌아다니길래 얼른 찍었어요. 선명하게 찍고 싶어서 뚜껑을 열었는데 신경도 안 쓰더군요.
그린보틀블루는 엉덩이에 저렇게 하트 모양의 땜빵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위협을 느끼면 저 부분을 뒷발로 팍팍 긁어서 털을 날리는 공격을 해요. (저에겐 도무지 타격이 없는 귀여운 공격이지만 사람에 따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요.)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털을 많이 날리기 때문에 그럴 때는 저 땜빵이 엄청 커져서 보기 싫게 되어버려요. 저는 지금껏 리니가 털 공격을 하는 걸 올해 초 탈피 직전 때 딱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어요.
실컷 돌아다니다가 안에 쏙 들어가서 다리를 걸쳐 놓고 쉬고 있길래 작은 귀뚜라미를 거미줄에 걸어주었어요. (왼쪽 아래)
여전히 기가 막히게 잘 먹었어요. (오른손으로는 작대기로 먹이를 흔들면서 왼손으론 폰으로 촬영했어요.)
그런데 이날부터 왠지 리니가 자꾸 왼쪽 구석에다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어요. 뭘 만들려는 건지 참 궁금했답니다. 리니의 이런 모습들은 일단 gif로 올리고 동영상은 나중에 정리해서 유튜브에 올리도록 할게요.
2월 26일
타란튤라는 엉덩이에 저 두 개의 방적 돌기가 정말 귀여워요. 위 gif에서도 잘 보면 이걸 입술처럼 뻐끔거리면서 거미줄을 만든답니다.
2월 27일
이 날도 계속 왼쪽 구석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뭘 만드는 건지 눈에 확 보이진 않았어요.
뭔진 몰라도 다 하고 나면 손을 저렇게 벽에 받치고 쉬어요. (왼쪽에 보이는 분홍색은 마하로나 지네 유체 실이네 집)
위 사진의 정면 뷰
2월 28일
항상 그런 건 아닌데 타란튤라는 정말 재밌게 걸을 때가 있어요. 이 부분을 동영상으로 못 찍은 게 아쉬운데 그래도 사진으로라도 남겼으니 올려봅니다.
일단 이렇게 두 팔을 휙 치켜올려요.
그다음은 마치 날개를 펴는 것처럼 네 팔을 사방으로 펴요.
그러고는 정말 우아하게 발을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서 걷는답니다. 무슨 의식 같기도 한 모습이 실제로 보면 정말 신기하고 귀여워요.
이날도 리니는 자꾸 이렇게 왼쪽 구석에서 쉬었어요.
자꾸 저쪽에다 거미줄을 치기도 하고, 리니는 대체 저기서 뭘 하려는 걸까요?
그 답은 다음 얘기 또는 다다음 얘기에서 밝혀질 테니 기대해 주세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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