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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먹이곤충

네 다리 귀뚜라미 계미 이야기 4 - 미니의 배신

by 라소리Rassori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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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절지동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부디 관심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커다란 귀뚜라미 사진들이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계미 지난 이야기 - 여자친구 미니 등장



2020년 2월 11일


합방 이틀 후. 지붕을 치우고 계미와 미니의 모습을 찍어봤어요. 계미는 열심히 날개를 비벼 울며 구애 행위를 하는데 미니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요.

 
2월 12일

계미가 필사적으로 날개를 비비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사육통에서 울리는 미치니의 울음소리에 계미의 소리가 거의 묻혀버려요. 미니는 미치니의 소리를 들으면서 "아, 난 계미 말고 저 남자를 만나보고 싶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데시벨 폭발하는 쌍별귀뚜라미 수컷 미니치의 울음소리)


구애하다 지치면 잠시 밥을 먹고,



다시 대시대시!

그러나 언제나 도망가기 바쁜 미니입니다.

 

2월 13일

 

사육통 청소를 해주면서 계미랑 미니를 잠시 꺼내던 중 미니가 뒤집어졌어요. 바로 다시 일어날 줄 알았는데 잠시 바둥거리다가 뜬금없이 죽은 척을 하더군요. 좀 웃겨서 과연 얼마나 오래 누워 있을까 싶어서 지켜봤는데...

세상에! 잘 보니까 다리가 네 개더라구요. 즉 이건 미니가 아니라 계미라는 소리죠. 죽은척을 한 게 아니라 그저 몸을 뒤집을 수가 없어서 가만히 누워 있었던 거구요.


어쩐지... 귀뚜라미는 보통 도망가기 바빠서 죽은척을 못 하는데 왜 이러나 했어요. 귀뚜라미는 계미처럼 뒷다리가 없으면 몸을 못 뒤집나 봅니다.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이렇게 가만히 누워 있었을까 싶었어요.

너무 미안해져서 얼른 깨끗이 청소한 집에 넣어주었어요. 가만히 숨어있다가 고개를 쏙 내미네요. 새로 뚫어준 문을 이용하는 모습이 참 귀여워요.

 

 

2월 14일

 

둘이 가까이 붙어 있길래 얼른 찍어봤어요.


뚝 떨어져 있다가도 제가 나타나면 이렇게 서로 의지한답니다.


좁은 곳에 두면 번식이 더 잘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해둔 건데...

귀뚜라미는 번식을 하기 위해선 둘이 같은 방향을 보는 게 아니라 반대 방향을 보고 꼬리를 맞대야 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은 끝까지 볼 수 없었어요.

(좌 계미, 우 미니)

 

2월 16일


반대 방향을 봐야하는데 이날도 다정하게 나란히 서서 저를 경계하고 있네요.

(좌 계미, 우 미니)


2월 19일

얘들아, 다정해 보이는 건 좋은데,
그 방향이 아니야...

 

 

2월 21일


결국 이대로 대전에서의 생활은 끝이 나고 인천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두 귀뚜라미 사이는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었어요. 안에서 계미가 열심히 울고 있는데 미니는 벽만 긁고 있어요. "제발 날 여기서 꺼내줘!"하는 것 같아요.

 

2월 28일

 

아무래도 미니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미치니에게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둘을 그냥 번식Five가 사는 사육통에 합사시키기로 했어요. (솔직히 따로 관리하기도 귀찮고 해서)

미니는 넣어주자마자 잽싸게 번식Five 애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계미는 쓸쓸하게 혼자 따로 휴지심에 붙어 있네요.


번식Five의 대장인 미치니는 정말 대단한 싸움꾼이에요. 성격도 아주 거칠죠. (아래 사진)


번식Five 스토리 2에서 언급했듯 얘는 오른쪽 더듬이가 꺾인 게 특징이에요. 원래 저렇게 짧진 않았는데 다른 녀석들이랑 싸우다가 끊어 먹었어요. 암수 가리지 않고 싸우는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울고, 울지 않을 때는 교미를 해요.

미니는 괜찮지만 수컷인 계미가 과연 미치니가 군림하는 저곳에서 어떻게 지낼지가 관건입니다.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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