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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지동물/사마귀

왕사마귀 쥐미 사육 일기 20200702-14 Goodbye, Jwimmy 1

by 라소리Rassori 202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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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쥐미 지난 이야기

20200601-13 가을, 겨울, 봄, 여름 1

20200614-30 가을, 겨울, 봄, 여름 2


예상했던 대로 7월이 쥐미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시 자연으로 고이 잘 보내줬어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한 생명의 일생을 관찰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쥐미에게 미안할 정도로 덤덤한 상태이니 혹시라도 걱정은 마시구요!



7월 2일


7월이 쥐미의 마지막 달이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일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첫째 날부터 빠트렸네요. 막상 절지동물들을 키워보니 사진을 자주 찍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아래 사진은 제가 쥐미를 혹시라도 떨어트릴까봐 배 부분을 손에 살짝 쥐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 상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한 손으로 할일을 했는데 가만히 있더라구요.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도 있었는데 바둥거리는 것 없이 그냥 여기저기 구경만 하는 게 신기했어요.


다른 장소에서도 한 컷. 곤충도 사람처럼 사진 찍는 각도나 빛에 따라 얼굴이 많이 달라 보여요.

 


7월 3일

 


자꾸 왼쪽 낫을 그루밍하는 모습이 왠지 불안해요. 아무래도 이쪽 손도 곧 기능을 잃을 것 같아요.



7월 4일

 

제가 자는 동안 쥐미는 까만 망 안에서 밤을 보내요. 그리고 아침이 될 때마다 제가 지퍼를 열어줘서 나오게 한답니다.

혼자 나올 수 있긴 한데 다리가 불편한 데다가 배도 무겁다 보니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한참 걸려요. 그래서 저의 아침은 매일 쥐미의 수발을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해요. 벌써 얼마나 오래해온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걷는 게 불편해지면서부터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분홍색 냄비 받침이 필수가 되었어요. 쉽게 말하면 이게 쥐미의 휠체어 같은 거예요.

사용이 가능한 몇 개의 발톱으로 바닥 표면을 붙잡고 있어야 하다 보니 천 재질을 사용하는 게 가장 편하더군요. 제 손에서는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미끄러져서 그냥 이렇게 통째로 들고 다니는 게 안전하고 편해요.

 


갓 탈피한 귀뚜라미가 있어서 허벅지를 떼어 줬어요. 몸이 많이 약해져서 혹시나 밥을 먹고 토하면 어쩌나 약간 긴장이 되었어요.


다행히 음식은 안 토했는데 물은 토하기 시작했어요. 한 방울을 마신다면 한참 후에 반방울 정도가 다시 나와서 입 끝에 맺혔어요. 그래서 하루 3-4번 주던 물을 6번 정도로 나눠서 주기로 했어요. 그릇에 주면 조절을 못하고 너무 많이 마시고 토해내서 손가락에 살짝만 묻혀서 주는 방식으로 바꾸었어요.


7월 5일


햇볕 쬐는 시간이에요. 비 오는 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환한 날이 많아서 참 좋았어요.

 

 

7월 6일


기어이 왼손이 바짝 마르면서 기능을 잃었어요. 발톱도 두 개 중 하나가 떨어졌구요.


이런 손은 그냥 발톱 부분을 깔끔하게 잘라주는 게 좋겠다고 느꼈어요. 왜냐면 천 위를 걸을 때마다 발톱이 천에 걸려서 너무 불편해 보였거든요. 발톱을 오므리고 펴고를 반복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오므린 채로 굳어 있으니 계속 천에 걸리는 거죠.

근데 차마 제 손으로 자르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쥐미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했는데 자꾸 제 위주가 되네요.

 



7월 7일

쥐미가 엄청 큰 회색 응가를 눴어요. 응가를 보면 항상 "삶" 또는 "생명"이라고 느껴져요. 이때 이후 쥐미의 응가는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했답니다.



7월 8일


밥을 잘 먹어서 다행이에요. 곧 먹지 못하게 될 것을 알고 있다 보니 볼 때마다 "과연 언제까지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7월 10일


쥐미가 제 손가락을 핥고 있어요. 많이 늙고부터는 자꾸 바닥을 핥거나 물더라구요. 특히 밥 먹은 직후에 이런 행동을 많이 하는데 뭔가 더 먹고 싶다는 뜻이겠죠. 그래도 음식양 조절이 필수이다 보니 더 줄 수가 없어요.

 


밥을 먹인 뒤 냄비 받침 째로 침대 위에 올려두면 그대로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잠을 자요. 그러다 제가 너무 오래 안 오면 불편한 몸으로 제가 있는 방향을 향해 기어오기 시작해요. 저는 거실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있는 쪽을 향해서 와요.

무리해서 오려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적도 한 번 있는데 보통은 침대 끝에서 멈춰 서 있어요. 그러다 제가 다가오면 두 낫을 동시에 공중에 띄워서 한 번 팔짝거린답니다. 뽀뽀해주고 쓰다듬어주면 신나서 난리도 아니에요. 애교가 넘치는 모습이 정말 강아지 같아서 볼 때마다 웃기고 신기해요. 

 


뭔가를 봤나 봐요. 저도 따라서 위를 봤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고양이들도 가끔 아무것도 없는 곳을 휙 보던데 사마귀도 가끔 그래요.



7월 11일


그냥 예뻐서 찰칵~

 



7월 12일

 

쥐미의 마지막 사냥



7월 13일

 

이날도 사냥은 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그냥 편하게 낫에 쥐어줬어요. 갓 탈피한 귀뚜라미예요. 갓 탈피한 밀웜을 먹은 날들도 있었는데 사진은 귀뚜라미 피딩뿐이네요.

 


7월 14일

 

자꾸 저한테 오려고 해서 이날부터는 아예 침대에서 할일을 했어요. 혹시 깜박 잠들어서 쥐미를 깔아뭉갤까봐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보이니까 더 열심히 저한테로 오더군요. 남은 힘이 별로 없을 텐데 그 힘을 자꾸 저한테 오는 데 사용하는 게 답답했어요.

제가 이뻐해 주는 시간을 쥐미가 좋아해서 최대한 틈을 내서 많이 이뻐해주고 놀아줬어요. 쥐미가 지칠 때까지 놀아준 뒤 재우기를 반복했답니다. 늙어서인지 한 5-10분만 놀아줘도 충분했어요. 쥐미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놀아주는 것도 별거 없어요. 그냥 제가 이뻐해주면 쥐미는 까부는 거, 그게 다예요.

다 논 뒤 침대에 가만히 내려두면 그대로 몇 시간씩 잠을 자요. 쥐미가 자고 있었는지 아닌지 구분하는 건 의외로 쉬워요. 단순히 쉬고 있을 때 다가가면 반응이 자연스럽거든요. 슬쩍 고개를 들어 저를 쳐다보거나 보는 즉시 다가오죠.

반면 자고 있을 때 다가가면 한참 동안 가만있다가 어느 순간 흠칫거리면서 움직여요. 이때는 정신이 없어서 밥을 눈앞에서 흔들어도 밥인지도 모른답니다. 깊이 잠들어 있었을수록 상태가 멍해요.


그나저나 가장 아래쪽 날개 끝이 닳아 없어졌네요. 많이 사용하는 곳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꼬리 끝 양쪽으로 있는 미엽cercus 한 쌍은 전혀 다친 것 없이 건강한 상태예요. 귀뚜라미들은 늙으면서 미엽이 끊기는 애들이 많거든요. 별로 끊어질 이유가 없는 부분인데 귀뚜라미의 경우는 서로 싸우면서 많이 끊어먹는 듯해요.


미엽이나 날개는 사실 어찌 되든 큰 상관은 없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어요. 점점 배변이 힘들어지고 있어요. 항상 큰 덩어리를 퉤 하고 뱉어내듯 시원한 응가를 했는데 갈수록 변이 작아지더니 이젠 까만 찌꺼기 같은 변이 찔끔찔끔 나오게 되었어요.

 


귀뚜라미들을 보면 나이가 엄청 많아지면서 항문이 막히던데 사마귀도 그렇게 되나 봐요. 많이 늙은 귀뚜라미는 응가가 나오다가 그대로 굳어서 항문이 막히거든요. 제 눈에 보이면 말라 붙은 응가를 떼어내고 씻어주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엔 배에서 물이 새어 나온 채로 죽어 있기도 해요.

배변 문제가 생기면서부터는 어차피 제가 어떻게 하든 며칠 못 살기 때문에 그냥 냉동실 안락사가 맞을지도 몰라요. 한마디로 항문이 막혀서 죽는 것이다 보니 그 마지막 며칠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예요. 사람이나 털 달린 동물이라면 약으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절지동물은 방법이 없어요.

쥐미는 한 7월 10일쯤 되면서부터 배변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언젠가 항문 주위에 묻어 있는 걸 딱 한 번 씻어줬는데 그 뒤부터는 씻어줄 게 없었어요. 나오는 게 없으니까요. 귀뚜라미처럼 변이 밖으로 나오다가 굳는 게 아닌, 안쪽에서 굳는 느낌이랄까요.

참고로 사마귀 똥은 그리 더럽진 않아요. 신기하게도 맡으려고 집중하지 않는 이상엔 냄새가 안 나더라구요. 잡식을 하는 귀뚜라미 변에서는 냄새가 나는데 말이에요.

글 끊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나 너무 길어지네요. 다음 포스팅에서 얘기 마무리할게요!

20200715-17 Goodbye, Jwimmy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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