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사마귀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글입니다.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봐주시고, 곤충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믜미 지난 이야기 - 오묘한 눈 색깔
2021년 7월 3일
춘갈농장 출신 항라사마귀 약충 믜미! 밥 먹는 모습으로 이번 얘기 시작할게요.
믜미가 잽싸게 가져간 것은 갓 탈피한 귀뚜라미 다리랍니다. (내장 부분도 살짝 붙어있는)
워낙 작은 녀석이다 보니 먹이를 잘라 줄 때가 많은데 자른 먹이는 즙이 있어서 작대기 같은 것에 잘 붙어요. 이번에 사용한 건 붓의 뒤쪽이었네요. 물 먹일 때도 저걸로 물 콕 찍어서 먹여요. (그림 그릴 때 쓰는 붓인데 용도 변경...)
7월 5일
그나저나 믜미가 탈피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밥을 너무 잘 먹어요.
7월 7일
6월 10일에 탈피했으니 거의 한 달이 다 되었네요. 배는 엄청 커진 것이 이미 탈피배인데 밥을 전혀 거부하지 않아요.
7월 8일
이제 탈피하면 종령 사마귀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탈피 전 한 2-3일은 굶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7월 9일
밥을 거부하면 그때부터 긴장하면 되겠죠. 그전까지는 안심~
과연 언제쯤 탈피할까 걱정하면서 보고 있으니 자기도 쳐다보네요ㅋ
당장이라도 탈피할 것처럼 배가 정말 많이 커진 것 같아요.
7월 10일
결국 저번 탈피 이후로 한달을 꽉 채워버렸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맛있게 냠냠~
그러나 드디어! 이날은 밥을 남겼답니다. 메뉴가 믜미가 좋아하는 독일바퀴였는데도 말이에요. (아래 사진에 믜미가 들고 있는 게 독일바퀴 다리)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줬고, 평소라면 절대 남기지 않았을 적은 양이었기 때문에 남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거죠. 이때부터는 밥 끊고 물만 주면 된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믜미가 같은 날 밤에 탈피를 시작했어요. 이제 거식 증세 보였으니 최소한 하루 이틀은 탈피 안 하겠지 하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밥 먹은지 5시간 만에 해버리네요.
3-4령 정도 작은 크기면 몰라도 종령으로 가는 시점에 이건 정말 예상 못한 일이에요.
덩치가 좀 있던 쥐미나 효미와는 확실히 다르네요. (쥐미는 길쭉, 효미는 빵빵, 믜미는 전체적으로 미니미니)
탈피하고 있는 거 보자마자 급하게 폰 들고 촬영했는데 영상을 한 40분 넘게 찍은 것 같아요. 팔 아파서 중간중간에 끊어가면서요. 거치대 가져와서 폰 고정시키고 어쩌고 할 여유가 없었네요. 어차피 편집하면 몇 분 되지도 않지만 일단 열심히 찍어둘 수밖에 없는 거죠.
어쨌거나 탈피 무사히 종료!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 와중에 쳐다 보네요ㅋㅋ
7월 11일
푹 쉬게 둔 뒤 다음 날 탈피 껍질을 꺼내봤어요. 아무리 쪼그라들었어도 3cm라니 정말 작네요.
이번엔 믜미가 직접 자 위에 올라가도록 해보았어요. 4cm가 안 되네요ㅎㅎ 아무리 그래도 이제 종령인데... 항라사마귀는 생각보다 작은 종이었군요. 물론 개체마다 성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요.
이제 탈피는 딱 한 번 더 남았네요. 곧 멋진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죠.
그나저나 전 계속 믜미가 암컷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종령이 되고 나서 보니 수컷의 느낌이 팍팍 나네요. 생식기 모양부터가... 그래도 줄곧 암컷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밥은 탈피 후 20시간도 안 되어서 먹였어요. 원래는 좀 더 쉬게 둬야 하는데 워낙 작아서인지 몸도 빨리 마르더라구요. 그렇다고 딱딱한 먹이를 줄 순 없으니 갓 탈피한 말랑한 귀뚜라미를 줬어요. 갓 탈피한 곤충이 없었다면 껍질은 철저히 빼고 내용물만 조금 먹였을 거예요.
7월 12일
손 위에서 놀기~ 제가 손이 작은 편인데 믜미가 올라가는 순간 거인 손이 되어버리네요.
7월 13일
믜미의 귀여운 가슴팍 주근깨~
7월 15일
겨드랑이엔 겨털 같은 까만점+작은 하얀 점들이 있고, 눈엔 줄무늬가 있어요.
착하고 귀여운 믜미, 건강하게 자라길! 쬐끄만 게 종령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네요^^
근데 믜미가... 잘 자라긴 했는데...
이번 얘기 유튜브 영상 만들고 이 글 준비하고 있던 중에 곤충 천국으로 가버렸어요ㅠ 2021년 4월 중순에 태어난 녀석인데 2022년 1월 1일에 굿바이하게 되었네요.
이번에도 느꼈지만 내 존재를 인지하는 생명체(인간 제외)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정말 값진 경험인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마귀들을 만나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바빠서 또 기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아무튼... 모두 행복한 2022년 되시길 바라요! 믜미도 그쪽 세상에서 다시 팔팔해졌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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