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2020년 3월 23일
탈피가 임박해지면서 구석에서 꼼짝 않고 있는 리니입니다. 왠지 눈빛이 겁을 먹은 것 같아서 안쓰럽습니다.
3월 24일
앗, 밤 사이 해먹을 만들었네요!
이렇게 신기한 일이...
지금껏 리니가 왼쪽 구석에서 열심히 만들던 것은 바로 이 해먹이었군요. 뭘 만드는 건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리니 나름대로 튼튼하게 기초를 다지고 있었나 봅니다.
좋겠다. 마음 먹으면 해먹도 만들 수 있고.
하필이면 실이 똥꼬에서 나오는 건 좀 그렇지만 참 부러운 능력이야.
3월 25일 2:23am
앗!! 이게 무슨 일일까요?! 리니가 해먹에 누워 있고 입이 하얀색이 되어 있어요!
헉, 세상에나! 리니가 탈피를 하고 있네요!
타란툴라 탈피 과정은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제로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큰 녀석도 아닌 조그만 유체의 탈피 과정을 말이에요.
타란툴라는 가끔 정자세로 탈피하는 애들도 있지만 보통은 이렇게 누워서 탈피를 한답니다. 이 일이 제가 자고 있는 동안 벌어졌더라면 얼마나 아까웠을지... 새벽 두 시 반까지 안 자고 깨어있길 정말 잘했어요!
이제 다리가 많이 빠져나오고 독니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 독니가 다시 까매지고, 탈피한지 한 1주일쯤 지나야 다시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죠.
정말 조금씩만 움직여서 탈피를 하기 때문에 별로 큰 움직임은 찍지 못했어요. 폰을 들고 있느라 팔이 아팠기 때문에 카메라 흔들거리는 움직임이 더 크네요.
사진과 동영상을 정신없이 번갈아가며 찍었어요. 사실 대단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정도 기록만 남겨도 만족입니다.
리니가 껍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용을 쓰는 만큼 무너져가는 해먹!
너무 힘들어 보여서 혹시라도 못 빠져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 그럴 일은 없어 보이네요. 다리가 전부 다 나왔습니다.
발끝까지 완전히 다 보이니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리니야 고생했어♡
마무리 몸부림
3:48am 탈피 완료!
리니는 이제 확실히 살았고, 저는 드디어 폰을 내려놓고 잘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지켜본 게 1시간 반 정도 되니까 앞부분에 놓친 것까지 계산하면 탈피하는데 걸린 총시간은 거의 2시간 정도가 되겠네요.
같은 날 8:22 am, 자고 일어난 뒤.
리니야, 괜찮아? 앗!
탈피 껍질을 먹고 있는 리니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먹는 게 아니라 탈피 껍질 안에 있는 수분을 빨아먹는 거라고 하더군요.
"타란툴라는 가끔 껍질을 먹기도 한다" vs "타란툴라는 껍질을 못 먹는다. 껍질 안쪽에 있는 수분만 빨아먹는다"로 의견이 갈리던데 일단 저희 리니는 수분만 빨아먹었습니다.
아래는 리니의 탈피 껍질이에요. 수분을 빨아먹은 배 부분이 쪼글쪼글해져 있었어요. (오른쪽에 주황&검정 얼룩무늬)
다른 각도에서도 찰칵!
이렇게 리니의 이번 탈피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탈피 준비로 리니가 집을 거미줄로 뒤덮어 놔서 집을 갈아줘야겠어요. 물론 리니의 몸이 다 마른 뒤의 얘기입니다.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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