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타란툴라 사육자와 애호가를 위한 것입니다. 거미 사진이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2020년 3월 26일
탈피를 마친 지 하루가 지났어요. 리니가 힘없이 구석에 처박혀 있네요. 몸 색이 아직 많이 연한 상태예요.
3월 29일
탈피 후 4일 경과. 색이 거의 돌아왔어요. 며칠 더 기다렸다가 피딩을 시도해 봐도 될 것 같아요.
3월 30일
힘든지 땅을 파놓고 쉬고 있어요. 땅을 안 파는 녀석이지만 탈피 전후로는 이렇게 조금씩 파기도 하네요. 힘이 너무 없어 보여서 혹시 죽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3월 11일에 밥 먹고 그 이후부터 쭉 굶은 상태)
탈피 후 아직 몸이 덜 굳어서 밥을 못 먹으니 물이라도 좀 마셔야 할 텐데 물그릇 쪽으로는 전혀 안 가는 것 같더군요. 주사기로 벽에다 물을 조금씩 흘려줬는데 그냥 흙에 흡수되어버렸어요. 흙에 있는 수분을 빨아먹기도 하니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긴 했어요.
3월 31일 새벽 12시 반
탈피 후 6일 경과. 독니도 이제 까매졌겠다, 아마도 밥을 주면 먹을 것 같아서 말랑말랑 갓 탈피한 밀웜을 줘봤어요. 다행히 잘 받아먹었답니다.
이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으니 리니가 얼른 기운을 차릴 일만 남았네요.
먹고 있는 뒷모습이에요. 뒷다리 하나는 등받침으로 사용하면서 거의 누워서 먹고 있어요.
탈피를 했지만 렌지나 카엥이처럼 많이 커지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그 가늘고 귀엽던 분홍색 다리는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성체가 되어가면서 저 다리들은 점점 더 짙은 푸른색을 띠게 된답니다.
밤이 늦었으니 일단 자고~zzz
같은 날 오후 12시
리니도 이제 집을 갈아 줘야겠죠. 탈피 준비를 하느라 온통 거미줄을 쳐 놔서 은신처에 드나들기도 불편해진 상태예요.
헌 은신처에 붙어 있는 그대로 새집으로 옮겼어요. 뒷모습만 봐도 긴장한 게 보이네요.
엉덩이를 톡톡~
아주 부드럽게 이동 성공입니다. 리니는 역시 참 순해요.
바짝 겁먹은 채로 어슬렁어슬렁~
카엥이나 렌지였다면 무서워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밖으로 튀어나왔을 텐데 리니는 그냥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졌어요.
앞쪽의 네 다리로 이렇게 얼굴을 가리는 건 타란툴라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하는 행동이랍니다.
아이고 불쌍해ㅠ
이제 헌 집을 치워 줄 거예요.
거미줄을 정말 촘촘하게 잘 쳐놨네요. 리니는 은신처 밖에서 탈피를 했기 때문에 탈피 껍질은 안에 없어요. (탈피 껍질은 이미 꺼내서 저번 편에서 보여 드렸어요.)
은신처를 넣어주니 놀라서 위쪽 구석에 가서 붙었네요.
리니는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집을 짓는 걸 좋아하니 이번에도 나뭇가지를 넣어 줬어요. 혹시라도 천장에 붙었다가 떨어졌을 때 배를 찔릴 부분이 없는지도 잘 확인했어요.
땅은 지금 보니 좀 더 낮게 해 줘도 됐을 것 같네요. 리니는 거의 지상만 이용하니까요.
저희집 타란이들의 이 포즈는 이제 너무 익숙해요. 집 갈아줄 때마다 보는 광경이죠.
아무리 겁 없는 리니라도 집이 새로 바뀌는 건 무서운가 봐요. 티슈를 덮어서 어둡게 해두고 가만히 쉬게 둬야겠어요.
예쁜 천으로 덮어줄 수도 있지만 티슈를 쓰는 이유는 티슈는 붕 뜨기 때문이에요. 이 사육통은 위에도 환기 구멍이 있거든요.
아무튼 드디어 리니의 2020년 3월 얘기도 이걸로 끝이 났어요. 2019년 11월부터 시작해서 만 5개월치의 사육 일기를 블로그에 차곡차곡 담았네요. 가능하면 5년, 10년, 15년까지도 갔으면 좋겠어요. 리니가 수컷이라면 길어야 3-4년 정도에서 끝나겠지만요.
수명이 짧은 수컷이든, 수명이 긴 암컷이든,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다음 리니 포스팅에서는 리니가 은신처 입구에 새로운 문을 만들고 집을 지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릴게요.
이번 사육 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럼 전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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