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웃자란 리톱스 - 그리고 그 외 다육 식물 일부 근황 (선인장, 백조, 제옥, 요옥)

by 라소리Rassori 2020. 8. 19.
320x100

2020년 장마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비가 올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실내에서만 지내는 우리 다육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하필이면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전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해버렸어요. 바로 저희 리톱스 화분에 물을 줘 버린 것입니다.

 

살아있는 돌이라 불리는 리톱스 Lithops. 이 다육 식물은 6, 7, 8월 (또는 7, 8월), 그리고 1, 2월에 휴면기에 들어가요. 그 기간에는 물을 줘서는 안 되는 거죠. 특히 여름 휴면기엔 더더욱 안 되구요. 이 시기에는 습도가 높은데 그 공기 중에 있는 습기만으로도 리톱스에겐 충분한 물이 공급돼요. 거기에다 물을 더 줘버리면 식물이 터져서 죽거나 웃자라 버린답니다.

 

전 그걸 알면서도 물을 주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어요. 리톱스들이 너무 바짝 말라서 쪼글쪼글해진 것을 보고 한 스푼 정도 주는 건 괜찮겠지 하고 생각해 버렸죠. 작년에도 그렇게 했는데 괜찮았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올해는 장마가 너무 오래되면서 집안 습도가 예년 같지 않더라구요. 여러 생물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역시나 어느 순간 보니 리톱스들이 난리가 났더군요. 리톱스를 키우면서 절대 콩나물만은 만들고 싶진 않았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길쭉한 콩나물들이 되어 버렸어요.

 

 

아... 이렇게까지 웃자라 버리다니 정말 충격이에요...

 

 

땅 위에 예쁜 돌처럼 콕콕 박혀 있어야 할 애들이 이게 웬일인가요...

 

 

사실 죽지 않은 것만으로 정말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정말...!! 이건 너무하네요! 악! 😂

 

한 녀석은 바짝 마른 헌잎을 떼주었더니 그 안에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꽉 끼는 셔츠(?)를 입고 있네요. 성격상 이런 거 안 벗겨내고 그냥 두면 답답한데 잘못 건들면 다치니 꾹 참고 이대로 두었어요. 빨리 저절로 터져서 벗겨졌으면 좋겠어요.

 

 

제일 작은 애(아랫줄 중간)만 웃자라지 않고 땅에 잘 박혀있어요. 웃자라지 않은 건 좋은데 얘는 반대로 너무 안 자라서 속을 썩이네요.

 

 

웃자란 애들은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한참이 걸릴 것 같아요. 일단 가을이 되면 분갈이를 해서 좀 분리를 하고, 몇 번 더 탈피하기를 기다려야겠어요.

 

아래 리톱스들은 제가 씨앗을 심어서 기른 것들이에요. 제 화분 중 제가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애들이죠. 제가 워낙 식물 똥손이다 보니 수백 개의 씨앗들 중에 얘들만 살아 남았거든요.

 

 

얘들도 위 화분과 함께 물을 좀 먹었기 때문에 장마 기간 동안 엄청 빵빵해진 순간이 있었어요. (아직 몇 개는 빵빵) 그대로 터져서 죽는 건가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서 다행히 괜찮아졌어요. 위 화분과는 달리 웃자라지는 않은 게 참 신기하네요.

 

그중 조그만 연두색 녀석은 무사히 탈피를 마치고 유독 화사한 색깔을 보이고 있어요.

 

 

중간에 있는 애도 잘 자라고 있어요. 얘는 이 화분에 있는 9개의 리톱스 중 제가 가장 아끼는 애예요. 이 9개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발아해서 저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거든요.

 

 

2018년부터 키웠으니 얘도 벌써 2살이 넘었네요! 좀 더 클 수 있게 햇빛이랑 영양공급에 신경을 써야겠어요.

 

 

현재 제 리톱스가 품종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지금 다 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종명을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상관은 없네요. 팔 애들이 아니니까요.

 

아래에 이 쪼꼬미는 이 화분에서 가장 작은 녀석이에요. 다들 정말 너무 안 커서 이 화분에 애들은 좀 더 크면 분갈이를 해줘야겠어요.

 

 

이 어두운 얼굴의 애는 시원하게 헌잎을 찢고 나오는 중이군요. 얼굴은 사실 이쁜 편은 아닌데, 그래도 앞으로 자라면서 또 어떤 색깔이나 무늬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아래는 제가 씨앗을 심어서 발아시킨 선인장들이에요. 초점은 저도 모르게 가장 애지중지하는 백조(우측 위)에게 맞춰버렸네요.

 

 

백조는 제가 제발 안 죽길 빌고 있는 애들 중 하나예요 다행히 장마철을 잘 넘기고 조금씩이나마 자라는 중이에요.

 

 

길쭉해진 느낌이 좀 있긴 하지만 온즈카 난봉옥도 잘 크고 있고요.

 

 

투구선인장들도 일단은 잘 크고 있네요.

 

 

이 애들의 한 달 전 모습은 저의 지난 다육이 포스팅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아래는 저의 귀염둥이 요욕이에요. 몇 달째 새잎을 터트릴 듯 말 듯 폼만 잡고 있어요.

 

 

공룡알처럼 생긴 제옥도 마찬가지예요.

 

 

당장이라도 입을 열고 새잎을 보여 줄 거 같은데 이 상태로 몇 달째 꼼짝을 하지 않네요. 어딘가 고요한 분위기가 늘 신비로운 식물이에요.

 

 

리톱스, 선인장들, 요옥, 제옥의 5개월 전 모습은 저의 지지난 다육이 포스팅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그럼 전 이만!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