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망설이던 크리스피 크림 주문을 드디어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주문 최소 금액이 만 4천 원인 데다가 샌드위치 같은 식사류가 없어서 주문을 안 하게 되더라구요. 그냥 직접 가서 도넛 하나랑 커피 한 잔 정도 먹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집에서 엄청 가깝기도 하구요. 그런데 항상 그렇듯 이날도 결국 귀차니즘에 져버렸네요.
아래는 요기요에서의 메뉴 일부입니다. 딸기가 메인인 기간 한정 도넛이 나와 있어요. 딸기 앤 베리가 가장 예쁘긴 한데 저는 알록달록한 음식은 "무슨 색소를 썼을까"라는 의문부터 들어서 최대한 색소가 안 든 것으로 골라요. 그래봤자 별 차이도 없겠거니와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이 달고 기름진 도넛을 사 먹는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어쨌든...
위에서 저의 선택은 딸기 앤 체리였습니다. 만4천원을 채워야 하니 아래의 기존 메뉴도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고민 끝에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슈가 코티드, 글레이즈드 초콜릿 케익, 초콜릿 아이스드 글레이즈드, 리고 피넛버터, 그리고 잊지 않고 HOT 카페라테를 챙겼습니다. 커피가 던킨에 비해 비싸네요.
곧 음식이 문앞에 도착했습니다. 배달기사님이 가시는 소리를 듣고 잠옷 바람으로 잽싸게 들고 들어왔습니다. 배달기사님이 가셨다는 건 엘리베이터가 끼기긱 하고 닫히는 소리를 듣고 아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엘리베이터 점검 이후 그 끼기긱 하는 소리가 너무 작아져서 초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네요.
도넛 박스 위에 있는 봉투 안에 든 것은 예쁜 엽서인가 하고 기대했는데 도넛을 보관하는 기름종이와 물티슈였어요. 커피는 작은 비닐에 따로 왔네요.
항상 그렇듯 커피부터 열었습니다. 맛이 없진 않았는데 뭔가 묽었달까, 라테의 고소함이 덜했달까, 개인적으로 던킨의 롱비치블루 카페라테가 훨씬 맛있었어요.
다음으로는 도너츠 박스를 열었습니다. 짜잔~ 벌써부터 살찌는 소리가 들립니다.
본능적으로 젤 예쁜 것부터 손에 들었습니다.
신선한 생딸기, 체리잼, 딸기우유크림, 초콜릿의 조합이니 맛없을 수가 없겠죠.
근데 제 입맛에 더 맛있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리고 피넛버터 도넛! 저처럼 꾸덕한 피넛버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요거 입에 잘 맞으실 거예요. 피넛버터 크림이 중간이 아닌 한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사진은 안 이쁘게 나왔지만 끈적끈적하고 고소한 게 정말 맛있었답니다.
나머지는 한입씩 맛만 봤어요. 혼자 살면 이런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답니다.ㅋㅋ (혼자 노는 걸 젤 좋아하는, 혼자 사는 삶 찬양자인 저♡)
근데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는 한입 물었다가 못 참고 그냥 다 먹어버렸어요. 역시 크리스피 크림의 레전드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정말 오랜만에 먹은 건데 오늘 먹은 도넛 중 가장 맛있었음은 물론이고, 인정하기 싫지만 애정하는 던킨의 도넛보다도 더 맛있었어요. 옛날에 미국에서 이걸 한 자리에서 16개나 먹은 아는 언니가 있었는데 그게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걸 오늘도 새삼 깨달았답니다. 건강이나 살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 정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은 과감하게 굿바이! 하겠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채소와 과일을 한동안 열심히 먹은 뒤 다시 먹기로, 자신없는 결심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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